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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역주행 차에 망가진 군인가족에 희망 쏜 부안거주 '현 씨'의 살신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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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역주행 차에 망가진 군인가족에 희망 쏜 부안거주 '현 씨'의 살신성인

20대 대위 아들의 병상 모습 막막하지만, 의인 현 씨 생각에 가슴 먹먹하다는 가족들

ⓒ프레시안


'현' 씨 성을 가진 30대 중반의 전북 부안 거주 남성의 의로운 구조 손길이 막막했던 피해자 가족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아내와 초등생 자녀 두 명을 둔 현 씨의 쉽지 않은 행동은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으로 거슬러올라간 지난 달 5일.

이날 오후 7시 53분께 부안군 하서면 백련리의 한 도로를 운전하고 있던 현 씨의 두 눈에 끔찍한 장면이 들어왔다. 

부안에 위치한 공군작전사령부예하 레이더중심기지에서 근무하던 A 대위(29)의 승용차가 음주 역주행 트럭에 종잇장처럼 구져진 채 도로 위에 나뒹굴고 있던 사고 현장이었다. 

현 씨는 주저할 것 없이 자신의 차량을 멈춰 세운 뒤 A 대위 승용차로 질주했다. A 대위는 차량 안에 갇혀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었고, 차량은 곧바로 불타 터져버릴 것만 같은 위태로운 지경에 놓여 있었다.

지나가던 차량들에 손을 흔들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선뜻 사고현장으로 와주는 손길은 더뎠다. 그나마 2명 정도가 와서 도움의 손길을 펼치다 화재로 인한 폭발 위험에 놀라 그대로 사라지기도 했다. 우선 당장 해야 할 일은 A 대위를 차량에서 꺼내는 것이었다. 이 와중에 휴대폰마저 파손됐지만, 다행히도 119로 신고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현 씨는 소방당국에 구조해도 무방한 지 먼저 물었고, 소방당국에서 가능하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초인의 힘으로 A 대위를 차량에서 꺼내는데 성공했다. A 대위 구조 직후 차량은 시뻘건 화염에 휩싸였다.

현 씨의 두 손은 피로 물들여져 있었고, 상처도 곳곳에 난 상태였다. 그리고 차량에서 내뿜어진 연기에  현기증이 날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그의 두 손에 안긴 A 대위가 오히려 힘을 주면서 이들의 운명은 이렇게 하나가 됐다.

경찰과 구조대 도착 후 사고 현장을 조용히 빠져나간 현 씨는 의인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대위의 부친은 경찰 등을 통해 수소문했고, 간신히 아들의 생명을 끝까지 지켜준 현 씨를 만나게 됐다. 사고 당시 쉽지 않은 구조로 아들이 살아있음을 알도록 해 준 현 씨에게 평생 갚지 못할 은혜를 입은 것에 대한 감사함에 고개를 떨궜다.

현 씨는 A 대위와 함께 당시 음주 상태에서 역주행 운전을 하던 트럭 운전자도 구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말 익산의 병원에서 의식을 혼미하게 되찾은 A 대위는 현재 서울의 한 병원에서 여전히 병상에 누워있지만, 재활을 위한 발걸음을 아주 천천히 디디고 있다.

A 대위의 부친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의인 현 씨가 없었다면 재활을 위해 침상에서 일어서는 아들의 모습을 어떻게 볼 수 있었겠느냐"며 "현 씨의 살신성인의 모습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도 부족할 뿐이다"고 부안에서 현 씨와 만남의 기억을 다시 더듬어냈다.

한편 A 대위는 불의의 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의식을 되찾았지만, 회복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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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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