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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8주기] ③그렇게 또 찾아온 사월…눈물로 그렁이는 잔인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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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8주기] ③그렇게 또 찾아온 사월…눈물로 그렁이는 잔인한 봄

ⓒ이하 프레시안, 전북교육청


그렇게 또 우리들 곁에 사월이 왔다.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채워지는 잔인한 봄이다.

'4·16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오늘로 8주기를 맞았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책걸상은 8년 전 그대로인데 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전북에서는 이날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굳은 약속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전날 오후 7시 전북교육청 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제8주기 추념식이 거행됐다. 식전 추모영상을 시작으로 전주시립교향악단의 금관 앙상블과 전주 소년·소녀합창단의 어린이 합창, 타악연주단의 타악 공연이 추모식을 이어 나갔다.

특히 전북교육청이 세월호추념공모를 통해 선정한 추모편지와 추모시를 하늘로 띄워 올려보낼 때는 희생 학생들을 향한 미안함과 슬픔이 가슴 속을 치고 올라왔다.

온통 노란 리본과 바람개비로 물든 도교육청 마당의 기억정원 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희생된 학생들을 그린다.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아 선정된 추모편지와 추모시에 눈을 맞춰본다.



 ◆ 고맙고 미안한 선배들 <추모편지 대상>, 전주덕일중 3학년 송재이


너희의 봄

가까운 발치에서 사월이 머무르면 그릴수록 그리워지는 이름들 둘러메고 겨울을 등지고 뒤돌아서서 봄을 준비한다.

바닷가 모래밭에 못다 한 말들 적어 묻으면 잔별 같은 햇빛 머금은 파도가 물어가고 조용한 편지의 수신인은 그리운 이름들로 칠한다.

향기 한 번 못 내고 시든 어린 꽃봉오리들 품으면 말간 웃음 내보이는 얼굴들 새롭게 피어나고 각자의 향기로 온 세상 분분하게 채워낸다. 발끝에 걸리기 시작하는 사월을 안아들며 함께 여덟 번째 노란 봄을 맞이한다.

그렇게 다시 또 사월이다. 고맙고 미안한 선배들

그 순간, 서로 꼭 껴안아 주던 품과 웃고 떠들 수 있게 해준 입, 아름답게 마주치던 눈은 깊은 곳 어딘가에 가라앉다가 사라져 버렸지만 서로 껴안아 나누던 체온과 웃고 떠들게 해주던 이야기, 아름답게 바라보던 친구들의 모습은 높이 높이 떠올라서 사람들에게 전해졌어요. 그렇지만 이제야 선배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려 하기엔 너무 죄송해서 그러질 못하겠어요.

참사가 일어난 그해 8살 저는 놀고 웃고 있었거든요. 그다음 해도 또 다음 해도 나는 어른들이 우는 것만 멀뚱멀뚱 쳐다 보고 있었고, 그 안에 어떤 비극이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죄송하고 죄송하기에 선배들을 이제야 이해하려 한다는 것이 죄책감이 드네요. 모두가 사라진 흔적에 노란 리본이 쌓이고 많은 편지와 추모 시들이 쓰여 갈 때까지 너는 놀고만 있었으면서 이제야 편지를 쓴다고 생각하실까 봐 무섭네요. 마음을 울릴만한 표현력도 진정성 있는 감동적인 내용도 없는 이 편지를 읽으실 리 없겠지, 라고 생각하면 정말 쓰기 버거운 편지지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전하기를 이제껏 미뤘으면 되었어요. 밉고 귀찮으시겠지만, 이제라도 저의 마음을 들어주세요.

항상 내 옆에 계시는 부모님의 수고를 소중하게 여기게 해줘서 고마워요. 방에서 자는 동생의 숨소리를 소중하게 여기게 해줘서 고마워요. 내일도 학교에서 만날 친구들의 미소를 소중하게 여기게 해줘서 고마워요. 내일도 열심히 새로움 배우게 해주실 선생님의 은혜를 소중하게 여기게 해줘서 고마워요.

매일, 항상 나를 살 수 있게 해주는 손과 머리와 입과 코와 눈과 팔, 다리가 한 군데도 상하지 않은 것에 감사를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요. 고마운 사람과 소중한 사람에게 감사를 전할 수 있음에 고마워요.

더 말로 표현하고 편지로 쓰기엔 너무 많네요. 아무튼, 이렇게 선배들은 우리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되뇌게 해주고 가셨어요. 그렇기에 우리는 본적도 없는 당신을 그리워하고 고마워하고 있답니다. 미안한 마음으로 기억하는 건 이제 안 할 거예요. 앞으로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되도록 평상 고맙고 감사한마음으로 선배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할겁니다. 

선배님들! 지금도 어디선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밝은 태양을 우린 같이 보고 있겠죠? 저는 꼭 선배님들처럼 가치를 선물해주는 사람이 될게요. 사람들이 내려다보이는 넓고 푸른 들판, 그곳에서 나를 지켜봐 주세요. 선배들이 선물해주신 소중한 그것들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 너희의 봄<추모시 대상>, 전주중앙여고 3학년 송다래

가까운 발치에서 사월이 머무르면 그
릴수록 그리워지는 이름들 둘러메고 
겨울을 등지고 뒤돌아서서 봄을 준비한다.

바닷가 모래밭에 못다 한 말들 적어 묻으면
잔별 같은 햇빛 머금은 파도가 물어가고
조용한 편지의 수신인은 그리운 이름들로 칠한다.

향기 한 번 못 내고 시든 어린 꽃봉오리들 품으면
말간 웃음 내보이는 얼굴들 새롭게 피어나고
각자의 향기로 온 세상 분분하게 채워낸다.

발끝에 걸리기 시작하는 사월을 안아들며
함께 여덟 번째 노란 봄을 맞이한다.

그렇게 다시 또 사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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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윤
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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