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엄마가 있다. 한 엄마는 8년 전, 다른 한 엄마는 5년 전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못한 자식을 매일같이 기다리고 있다. 거리에서 만난 두 엄마는 수년째 광장에서 소리친다. 왜 내 아이가 그렇게 죽었어야만 하는지, 정말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서로의 아픔은 서로만이 알 테다. 사람들은 '먼저 간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두 엄마에겐 그 말조차 잔인하다.
수년 전, 두 엄마는 함께 촛불을 들었다. 새 시대가, 손을 잡아준 새 대통령이 억울함을 풀어주리라 굳게 믿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를 두 달도 안 남긴 지금, 두 엄마는 아직 그때의 약속을 기다리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5주기인 31일, 두 엄마는 청와대 앞에서 또 섰다. 스텔라데이지호의 이등 항해사였던 허재용 씨의 어머니 이용문 씨. 그 옆에 선 세월호 참사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 <프레시안>이 두 엄마의 호소를 그대로 전한다. 이 글은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가 <프레시안>에 보내온 것이다. 편집자.
아래 글은 3월 31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님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5주기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글이다.
아프네요.
3월이어서도 아니고 4월이어서도 아닙니다.
현장에서 진상규명을 외치는 피해자들이 있음에도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있는 1년 365일이 아프네요.
안녕하세요?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2학년 4반 임경빈 엄마 전인숙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올 4월 16일이 되면 8년이라는 시간
촛불로 이루어진 정권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기에 희망 고문을 더 잔인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검찰을 일할 수 있게
검찰이 그동안 미흡한 일 처리를 했다면 뒤집어엎고 제대로 고쳐나가라고 잡아주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기다리란 답변으로 임기 5년이란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지금 여기 이곳엔 1년 365일을 오늘처럼
아니 2017년 3월 31일을 아직도 그날로 살아가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내 아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줄까!
오늘은 진상규명으로 억울함을 풀어줄까!
이렇게 하루하루 오늘을 보내다 보니
벌써 5년이란 시간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가 나고
자식의 소식도 모르는 채
온몸이 망가져도
아들이, 동생이, 가족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며
5년을 거리에서, 국회에서, 법원에서, 심지어는 청와대까지
열심히도 아닌 정말로 몸이 부서져라. 죽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힘든 코로나 시기에 거리로 나와서 조롱섞인 말투로 다가와 상처로 생채기를 내고 가는 이들이 있어도 활동을 해야 하는 심정은 오롯이 국가가 있었고
국가가 내 가족을 어머니 품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더 애절해야 합니까!
얼마나 더 절실해야 합니까!
얼마나 더 아파야 해 주실 겁니까!
거리에서 4계절을 보내야 하는 노모는 제대로 서지도, 앉으시기도 어렵습니다.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가족들의 건강도 계속 안 좋아지고 있는데
일상생활을 하기도 힘든 피해자들
힘없는 국민들을 국가가 필요하다고 필요에 의한 국민으로 만들지 말아 주세요.
국민에게 필요한
국민을 지켜주는 국가로 만들어 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님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이 5년 전 취임식 때 전달한 서한문이 문재인 대통령 1호 민원으로 접수한 건 기억하고 계시나요?
임기가 다 끝나가도록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대로 스텔라데이지호 진상규명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대통령으로 남을 것입니까?
오늘 스텔라데이지호대책위에서는 마지막 서한문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무시하지 마시고 잊지도 마시고 미루지도 마시고 끝까지 약속한바 책임지고 퇴임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