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또' 성폭력 피해자 향한 군의 조직적 2차 가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또' 성폭력 피해자 향한 군의 조직적 2차 가해

해군 산하 모 기관, 대위 출신 군무원 성폭력 피해 후 "위계 흐린다" 비난

해군 산하 기관에서 기관장에게 성추행 피해를 겪은 해군 군무원이, 기관장의 해임 후에도 조직적인 괴롭힘을 겪던 중 상급자에게 '역고소'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치 않는 악수를 하고 팔을 쓰다듬는 등 성적 수치심을 줬다"는 강제추행 혐의다. 고소인이 기관장의 아들과 해군사관학교 동기인 것으로 전해지며 '괴롭히기식 고소'라는 게 해당 군무원 측 주장이다.

군인권센터는 29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보를 공개했다. 센터는 "군 내 성폭력 피해가 알려졌을 때 피해자가 어떤 피해까지 겪는지 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피해 군무원은 '위계질서를 흐린다'는 이유로 업무 배제 등 조직적인 괴롭힘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에 따르면 전문관인 피해자 ㄱ 군무원은 해군 대위 출신으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팀장으로 승진했다. ㄱ 군무원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B 소령은 팀원이었으나, 해군사관학교 출신 현역군인으로 ㄱ 군무원보다 상급자였다는 것이 센터 측의 설명이다.

ㄱ 군무원은 지난 2019년 회식 자리에서 A 전 기관장으로부터 입맞춤 시도 등의 성추행을 겪었다. A 전 기관장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전 함장(대령) 출신으로 전해졌다. 같은 자리에 동석한 목격자 중 누군가의 신고로 사건이 알려지며 A 전 기관장은 보직해임 됐다. ㄱ 군무원은 곧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찍히며 따돌림을 겪었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실제로 B 소령은 '군무원이 팀장을 하는 것은 위계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번은 ㄱ 군무원은 B 소령에게 업무 보고를 하던 중 실수로 '님'자를 빼먹었다는 이유로 심한 질책을 듣고 B 소령에게 해명과 사과를 했다고 센터는 전했다. 센터는 "평소 B 소령을 어려워한 ㄱ 군무원이 먼저 공개적인 장소에서 B 소령을 만졌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 성폭력상담소장이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추행 피해자를 조직적으로 괴롭히다 역고소까지 한 해군 사건 관련 내용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성폭력상담소장은 "B 소령은 고소 이후 관련 증거를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은 채 1년 휴직 신청 후 중국으로 떠난 상태"라며 "ㄱ 군무원은 B 소령을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피의자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군 군사경찰은 사건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ㄱ 군무원 측에 알리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인 ㄱ 군무원이 조용히 떠나길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조직적인 2치 가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소장에 따르면, A 전 기관장 해임 후 새로 부임한 C 기관장은 ㄱ 군무원과 면담하며 "네 얘기를 인수인계 받았다"며 여군 간담회와 여러 교관, 기관 등 ㄱ 군무원을 거쳐 간 사람 중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만을 골라 '표적감찰'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또 "출중한 업무 능력으로 표창까지 받은 ㄱ 군무원이, 자신의 업무 내용을 공유받지도 못하고 업무 배제됐다"고도 주장했다. ㄱ 군무원의 담당 업무가 ㄱ 군무원도 모르게 타 교관 담당으로 바뀌었는데 ㄱ 군무원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D 중령에게 업무 보고하자 E 중령은 난데없이 "ㄱ 군무원은 자기 말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군에서 결정한 것에 따르면 되지, 다른 사람 불편하게 말을 번복한다", "군무원 교관이 팀장을 맞는 게 맞냐", "(팀원인 B 소령은) 고급 인력인데 허드렛일을 해선 안 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D 중령은 앞선 A 전 기관장의 보직해임에 대해서도 ㄱ 군무원에게 "나는 군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며 "(A 전 기관장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지휘관인데 그렇게 해임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만약 나에게 그런 일을 문제 삼았으면 법적 소송을 끝까지 할 거다"라는 등 위협성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소장은 "D 중령의 노골적인 말은 조직의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피해자를 업무배제하는 등의 조직적인 따돌림, 표적감찰 등은 다른 사건에서도 나타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한 해 故 이예람 육군중사를 비롯해 여러 성폭력 피해를 겪고도 조직, 또는 세상을 떠난 피해자가 부지기수"라며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군의 세태와 신고하면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겠다는 신호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