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가평군이 5일장이 열리는 창업경제타운 잣고을시장 광장 인근에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군이 5일장을 찾는 주민과 외지인들의 편의를 위해 이동식 화장실을 만들려고 하자 인근 주민과 상인들의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양쪽 입장 모두 일리가 있어 현재 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21일 가평군에 따르면 1억 원을 들여 지난해 10월부터 가평 5일장이 열리는 창업경제타운 잣고을시장 광장 근처에 길이 10m짜리 이동식 화장실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과 물품을 파는 상인들이 사용할 화장실이 마땅치 않아서다.
군은 지난해 10월 말 창업경제타운 광장 바로 옆에 있는 군 소유의 땅에 이동식 화장실 설치 공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악취와 쓰레기 투기 등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공사를 중지한 상태다.
상인 A 씨는 “화장실은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위치다. 바로 옆엔 가게가, 뒤쪽엔 주택이 많다. 냄새도 날 테고, 보기에도 안 좋다”라며 “원래 영업하던 상인과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주민 B 씨도 “아무리 군 땅이어도 그렇지 사람 사는 곳 바로 앞에 이동식 화장실을 두면 누가 좋아하겠느냐”라며 “그래서 반대한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러자 군은 지난해 말 창업경제타운 광장 입구에 있는 포토존에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기로 했다.
잣고을시장상인회가 방문객 편의와 5일장 상인과의 상생 차원에서 이동식 화장실 설치에 찬성하며 포토존을 설치 장소로 제안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쪽 인근 상인들이 악취와 미관상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이에 군과 잣고을상인회는 지난달 24일 포토존 맞은편에 자리한 뮤직타운 쪽에다 설치하기로 다시 협의했다.
그러자 뮤직타운과 근처에서 영업 중인 일부 상인이 반발했다.
상인 C 씨는 “근처에 있던 공중화장실에 밤마다 청소년들이 몰려와 소란을 피우고 술을 마시는 등 일탈 행위가 잦았다”며 “이동식 화장실이 생기면 이런 부작용이 생긴다. 누가 찬성하냐, 반대하냐가 핵심이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화장실 설치 장소 모두 가게와 너무 가깝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군이 137억 원을 들여 창업경제타운을 지을 때 화장실을 충분하게 설치했으면 됐는데, 그러질 않아 이런 일이 생겼다”라며 “화장실 설치 문제로 괜히 오래 알고 지낸 주민과 상인들의 마음만 상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군이 지난해 10월 준공한 창업경제타운 내 화장실은 어른 4~5명이 한 번에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좁다.
잣고을상인회 관계자는 “가평 5일장이 잘 돼야 골목 상권도 번성한다고 생각한다. 창업경제타운의 포토존이나 뮤직타운 쪽에 이동식 화장실을 만들자고 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라며 “사람들 생각이야 다 다르지 않겠냐. 다만 이 문제로 서로 속이 상하는 일이 생기는 것 같아 답답하고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찬반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 반대하는 분들도 절대로 나쁜 뜻으로 그러는 게 아니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라며 “일단 5일장 방문객에겐 창업경제타운 화장실을 쓰라고 알릴 계획이다. 설치 장소는 다시 찾아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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