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내내 빈 제비집을 쳐다보면서 집을 떠난 엄마, 그 뒤를 따라간 아버지를 기다린다.
빈집을 우두커니 지키고 있는 아들의 마당에는 엄마 닮은 목단꽃이 올해에도 피었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제비식구들의 지저귐으로 아버지와의 ‘불편했던 동거’를 추억한다.
-본문 중에서
현직 언론인 이창형이 ‘아버지와의 불편했던 동거’를 추억하는 자전적 에세이 ‘두 남자를 위한 에피그램’(도서출판)을 출간했다.
엄마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시골집에 홀로 남은 팔순의 아버지와의 ‘불편한 동거’를 통해 티격태격 애정을 쏟아내는 일상이 녹아 있다.
1부, 다시 목단꽃은 피었는데 2부, 버리고 기다리는 봄 3부, 홀로서기 4부, 아버지의 유산 등으로 구성된 207쪽의 책은 병석의 아버지를 지키는 아들의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사랑과 그리움이 4계절을 물들이고 있다.
나는 오직 한사람의 아버지로서의 이창형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역사에 족적을 남기든, 한사람의 인생역정에 작은 흔적을 남기든 그것은 중요하지가 않다,
아버지는 아이들의 아버지로, 그 신성불가침의 위치에서 불멸(不滅) 혹은 불후(不朽)로 남아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이창형의 글은 짧지만 그래서 그가 하고 싶은 모든 것들이 스며들어 있다.
그 행간(行間)에 흐르는 의미가 공백을 가득 채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한 그릇의 맑은 찬물과 같은 미덕으로 다가온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아무도 결코 죽지 않는다.
‘아버지의 초상(肖像)에서 세상의 길을 묻다’ 시인 이우근 추천사 중에서
저자 이창형은 “아버지의 들판에는 파릇파릇한 봄이 자랐다. 고단의 긴 세월, 등 굽은 희생을 그 들판에 기름처럼 부었다. 아버지의 사계절이 형형색색 곱게 물들어 황금빛 들판을 남겼다. 지난한 세월, 지팡이처럼 버텨 온 나의 아버지는 그렇게 오들도 당신의 들판을 걷고 있다.”고 했다.
저자 이창형은 경북 포항 출생. 포항고와 충남대 사회학과, 경북대 대학원 언론정보학과를 나와 기자로 활동 중이다. 저서 ‘10년후 무얼 먹고 살 것인가’(2007, 새암출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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