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한국은행 통계의 허와 실, 2021년 오늘의 북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한국은행 통계의 허와 실, 2021년 오늘의 북한

[2021 평화통일시민강좌 퇴근 후 학교] 김기헌 동국대학교 강사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2021평화통일시민강좌 퇴근 후 학교'를 연재합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는 평화통일시민강좌는 북한바로알기, 평화와 통일의 걸림돌, 통일방법론을 주제로 4월 15일부터 12월 16일까지 매월 세번째 주 목요일 저녁 7시반, 6.15남북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했습니다.

아래는 "한국은행 통계의 허와 실, 2021년 오늘의 북한"을 주제로 진행된 김기헌 동국대학교 강사 강의의 주요 내용입니다.

한국은행은 매년 북한의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공신력은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보니 이 같은 한국은행 북한 통계는 북한경제 상황에 대한 우리 인식 형성의 기본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또 한국 정부 및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2021년 7월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4.5% 감소했습니다. 대북 제재와 코로나, 자연재해 등으로 북한경제가 상당히 어렵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4.5%라는 한국은행 통계가 북한경제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입증하는 셈이 되었습니다.

GDP는 명목 GDP와 실질 GDP로 구분합니다. 명목 GDP는 1년동안 한 나라 안에서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의미합니다. 명목GDP는 생산물의 양에 가격을 곱한 다음 그 모두를 합산해서 구합니다. 실질 GDP는 국내 총생산물의 양을 기준년도 가격을 사용해서 '수치화'한 것입니다.

실질 GDP는 명목 GDP와는 달리 '숫자적' 의미는 없습니다. 경제성장률은 실질국내총생산량의 변화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경제성장률을 계산할 때는 실질 GDP를 사용합니다.

북한 재화와 서비스의 실제 가격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한국은행이 북한 GDP를 추정할 때 우리나라 가격을 사용합니다. 가령 책상의 우리나라 가격이 10만원이면 북한 GDP를 계산할 때 그 가격을 그대로 적용합니다. 생산량은 정부의 특정 기관이 한국은행에 제공합니다.

▲ 김기헌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기획실장 ⓒ평화통일시민행동

원데이터와 항목, 수집방법 등 모두 비공개

정부의 특정기관이 북한의 재화와 서비스 생산량을 한국은행에 넘겨주고 한국은행은 거기에 한국의 가격을 적용하여 북한의 명목 GDP와 실질 GDP,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작성합니다. 경제성장률은 생산량의 변화율입니다.

결국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정부의 특정기관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특정기관은 원데이터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집 방법은 물론 항목 등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발표하기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공신력을 가지게 되는 이상한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만약 그 특정기관이 직접 발표했다면 그만큼의 공신력을 가지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대북정책의 기초 자료

예전에는 북한의 GDP를 UN이나 미국의 CIA도 직접 추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전 세계에서 한국은행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UN의 경우, 2005년 이후에는 한국은행이 추계한 명목GDP 추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CIA가 발표하는 북한 명목GDP의 기초 자료의 출처는 대부분 한국입니다. 사실상 한국은행 추정치를 재계산한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한국은행 북한 통계는 우리나라를 넘어 미국과 UN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북한 통계는 대북제재를 비롯,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정책의 기본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북한 통계 분석

한국은행은 2005년 북한의 1인당 명목 GNI가 1056달러라고 발표했는데 이 수치는 1736달러를 기록한 중국의 3분의 2에 해당하고, 616달러를 기록한 베트남보다 두 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이 자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한국은행은 북한의 가격보다 월등히(?) 높은 한국의 가격으로 사용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며, 국제적으로는 비교 의미가 없으니 2007년부터 달러로 발표하지 않고 원화로만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즉 한국은행 북한통계는 한국의 가격을 사용하여 산출하니 이를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남북의 경제력을 비교하는 데만 의미있다는 것입니다.

성장지수는 기준년도에 대한 비교년도의 변화율, 즉 증감률을 보여줄 때 주로 사용합니다. 기준년도의 값을 100으로 했을 때 그에 따른 비교년도의 수치가 바로 성장지수입니다.

그런데 한국은행 북한 통계에 따르면, 1995년을 기준년도로 했을 때 2020년 북한 실질GDP의 성장지수(이하 "성장지수")는 100.2로 계산됩니다. 1인당 실질GDP 성장지수(이하 "1인당 성장지수")는 87.3입니다. 즉 1995년에 비해 2020년도 국내총생산량 2% 늘고 1인당 생산량은 12.7% 줄었다는 것입니다.

모두 알다시피 1995년은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고 있을 때입니다. 그 시절 북한은 김책제철소 용광로가 가동을 멈추는 등 공장 가동률이 거의 25% 수준으로 떨어지고 배급이 끊기고 북한 전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탈북자가 생겼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의 1995년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한국은행 북한 통계는 2020년 북한 주민이 그 때보다 더 가난하다고, 생활이 12.7% 더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은행 북한 통계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 실질GDP 및 1인당 실질GDP 성장지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을 바탕으로 계산

한국은행 vs. FAO

부문별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농림어업 분야입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곡물 생산량 자료를 보면 2017년도 생산량이 1995년과 비교했을 때 60% 이상 늘었습니다. 1인당으로 계산하면 40% 정도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농림어업분야 성장지수는 1995년 대비 39.2%, 1인당 성장지수는 20.8% 성장했습니다. FAO보다 40~50% 낮은 수치입니다. FAO는 평양에 사무실을 두고 북한 전역을 돌아다니며 식량 조사를 하므로 상대적으로 정확합니다.

물론 FAO 역시 구조적 요인, 즉 기관 운영비를 기부금으로 마련해야 하므로 식량생산량을 실제보다 적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엇갈리는 북한의 식량 사정 평가

그렇다면 지금 북한의 식량 사정은 어떠할까요? 남측 일각에서는 대북제재와 코로나 19, 태풍 등 자연재해로 지금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에 버금가는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국은행 북한 통계는 이를 수치적으로 확정하고 있습니다. 2020년 농림어업분야 1인당 성장지수는 109.6, 그러니까 대량 아사가 발생하던 1995년에 비해 약 9.6% 늘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에 "최고 수확년도를 돌파하는 전례 없는 대풍이 마련되었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2020년에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을 미달한 것으로 인해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어렵다"라고 했지만 2021년에는 "2020년 최고 수학 연도 수준을 돌파했다"라고 했습니다. 어렵다고는 하지만 기아나 빈곤 상태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이렇듯 북한의 식량 생산에 대한 정반대의 목소리가 있고 우리가 그 실상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사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짐작은 가능합니다.

첫째로 북한 시장의 쌀 가격이 안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변동폭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커졌습니다. 둘째로 화학 비료 생산량이 늘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생산량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은 화학비료의 수입량이 감소했지만 시장비료 가격이 안정되어 있다는 것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홍수 대처 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과거 북한에서는 큰비에 매우 취약했습니다. 그런데 물길 공사를 많이 하고 산에 나무도 많이 심어서 그런지 홍수 대처 능력이 상당히 향상되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강수량에 비해 농경지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포전담당제'를 실시하는 등 농업개혁에 나서고 있습니다.

북한의 식량 생산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이런 정황으로 볼 때 남측 일각에서 추론하는 것만큼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닐 것으로 판단됩니다.

수출은 138.1% 늘었는데 GDP는 0.9% 증가, 이상한 광업 부문 통계

한국은행이 발표한 북한의 광업 부문 통계를 보면 1995년에 비해 2020년 성장지수는 71.6, 1인당 성장지수는 61.3입니다. 30~40% 생산량이 줄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고난의 행군 당시 광산이 다 물에 잠겼습니다. 북한은 2~3천 미터 들어가 석탄을 캐냈는데 그 광산이 물에 잠겨 양수기로 물을 퍼내야 했지만 양수기를 작동시킬 전기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광업 자체가 다 죽어버렸습니다. 이 물이 자연적으로 빠진 것이 200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이 그 때보다 생산량이 30~40% 줄었다? 신뢰하기 힘듭니다.

북한은 통계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얼마만큼 수출입을 했는지 직접 알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수출하면 다른 나라가 수입하고 북한이 수입하면 다른 나라가 수출하는 것으로 이 자료가 유엔으로 모입니다. 이것을 다 모아서 통계를 내면 북한무역에 관한 통계를 낼 수 있고 이것이 북한 통계 중에 비교적 정확한 통계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낸 자료를 보면 북한의 광물성 생산품 수출이 2010년은 전년 대비 56.1% 늘었고 2011년에는 전년 대비 138.1% 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광업 부분 실질 GDP가 2010년에는 1995년 대비 -0.2%, 2011년에는 고작 0.9% 증가한 것이 다입니다.

이 시기 수출은 56~138%까지 증가했는데 실질GDP 증감률은 -0.2~0.9%입니다. 이 수치대로라면 북한은 생산된 광물 전체를 수출했다는 것인데,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않고요, 이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수출이 늘었다면 그만큼 생산이 늘었다고 보는게 합리적입니다. 이것은 상식입니다.

2010년은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5.24조치가 단행되었을 때입니다. 5.24조치로 북한경제가 어려워져야 5.24조치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0.2%와 0.9%는 그 같은 배경하에서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정치적으로 통계가 각색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16년부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화되고 2017년부터는 북한의 석탄 수출이 막혀버립니다. 그래서 북한의 광물 수출이 2017년 -55.7%, 2018년 –92.4%로 급감합니다. 그런데 이 사실은 한국은행 북한 통계에 그대로 반영이 됩니다.

수출이 느는 것은 반영이 안 되고 수출이 줄어든 것은 그대로 반영됩니다. 수출을 못 하면 그 광산을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물을 내수로 돌릴 수도 있는데, 그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습니다.

건설 붐이 있다는 것은 중화학공업이 다시 살아났다는 것

2020년 제조업 분야에서의 북한의 실질 GDP를 검토해보겠습니다. 경공업의 경우 성장지수는 1995년 대비 92.6입니다. 중화학공업은 63.5입니다. 1인당 성장지수는 각각 79.3, 54.4입니다. 1995년 보다 경공업 및 중화학제품이 더 적게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경공업을 우선 보겠습니다. 북한에서는 지금 국영상점을 중심으로 상업이 재건되고 있습니다. 물론 시장도 여전히 건재합니다. 예전에는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국산, 즉 북한산 제품이 국영상점과 시장의 상당수 매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경공업의 활성화없이 이것이 가능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도 한국은행은 지금 북한의 경공업이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1995년 보다 더 못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가 건설입니다. 평양의 려명거리나 과학자거리, 평양국제비행장 항공역사, 그리고 수해 후 살림집 건설 등 김정은 정권 이후 수많은 건설사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도 건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을 스스로 '건설 대번영기' 지칭하고 있습니다.

건설을 위해서는 철근과 시멘트, 페인트 등 건설자재가 필요합니다. 북한의 수출입 통계를 보면 화학공업 제품이나 시멘트, 철강 및 금속제품들에 대한 수입이 이전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북한의 새로 지어지는 건축물에 소요되는 철근과 시멘트, 페인트는 수입하지 않았다면 자체 생산한 것이 됩니다. 건설 붐은 중화학공업의 회복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국경이 막혔던 2019년 2020년에도 건설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때는 시멘트나 철근이 북한으로 전혀 못 들어갔습니다. 결국 자체 생산으로 건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한국은행 북한 통계는 이 사실을 설명하고 있지 못합니다.

정전이 없고 송전탑이 생겼다

전기가스수도업의 성장지수를 살펴보면 95년 대비 2020년에는 7.7% 늘었고 1인당 성장지수 7.8% 감소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전에는 중소형발전소를 주로 지었던 반면, 최근에는 희천발전소와 같은 대규모 수력 발전소를 많이 지었습니다. 이렇게 대규모발전소를 지었는데 전기생산량이 이것밖에 안 된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과거에 북한은 전력 부족으로 정전이 다반사였습니다. 그런데 2018년 이후 방북한 사람들에 따르면, 전기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저도 2018년 10월 평양을 방문했는데, 저녁 7시가 되니 평양 시내 가로등이 일제히 켜지고 류경호텔은 몇십만 개의 LED를 달아놓고 선전판으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정전된 적도 없었습니다. 일상생활에서의 전기사용량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전기생산능력이 늘어났다고 보아야 합니다.

순안공항에서 평양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송전탑도 세워져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송전탑이 없었습니다. 북한은 1960년대 이후 군사적인 이유로 전선을 지중화했습니다. 그러나 전선이 지하로 가면 누전이 심하고 전선도 더 자주 교체해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북한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전선 교체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전력 생산량도 적었지만 노후화된 전선으로 인해 송배전 과정에서 누전되는 전기도 많았던 것이지요.

안보 전략이 달라져서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송전탑이 생겼습니다. 전선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누전되는 전기량은 그만큼 줄어들었을 겁니다.

북한경제 현실과 거꾸로 가는 한국은행 북한 통계

한국은행 통계자료가 비판을 많이 받으니 어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 추정치는 다른 기관에서 발표하는 추정치보다 신뢰성 측면에서 우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 경제성장률에 기술적인 문제가 존재하더라도 북한 성장률의 추정치에 대한 비판은 그 추정치가 '상당한' 오류일 가능성이 엿보일 때만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합니다.

▲ 그림 1. 북한 경제의 재생산 과정 ⓒ김기헌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적지 않은 북한 연구자들이 북한경제 현실과 거꾸로 가는 한국은행 통계에 근거해서 '북한경제위기'를 주장하고, 심지어 어떤 이는 대북제재를 조금만 더 지속하면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괴담 수준의 주장까지도 내놓는다. 북한의 국민총생산 추정도, 경제추세 파악도 제대로 못하며, 북한 현실을 왜곡할 가능성마저 있는 한국은행 통계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한국은행은 실사구시에 바탕을 두고 다시 출발하든지, 아니면 북한경제 추계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누구의 지적이 더 올바르다고 생각하십니까? 저의 비판이 단순히 기술적 문제만을 지적한 것인가요?

2021년 북한의 경제변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북한은 김정은 정권 이후 경제시스템 자체가 굉장히 많이 변화했습니다. 2012년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것이 2015년 전후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라는 형태로 제시되고 급기야 2019년 4월 헌법 개정을 통해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헌법에 명시하였습니다.

북한의 재생산 과정을 보면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한 선대자금을 조성하고 생산수단을 구입하고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줍니다. 그 다음 생산 및 생산물 유통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소득을 분배합니다.

북한은 예전에 계획의 세분화라고 하여 거의 모든 생산물을 계획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생산품목을 계획지표, 국가지표, 지방지표, 기업소지표로 구분합니다.

국가지표는 여전히 국가계획위원회가 수립하지만 지방지표와 기업소지표의 계획권은 지방인민위원회와 기업에 각각 이양했습니다. 즉 국가가 필요한 품목들은 국가계획의 틀 내에서 국가가 관리하지만 그 외의 품목들은 지방인민위원회나 기업들이 자체로 생산과 판매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가는 경제전략을 수립합니다.

기업은 국가가 지정한 품목을 생산할 때는 국가로부터 자금공급을 받습니다. 그 외의 품목에 대해서는 사내 유보금이나 상업은행 대출금으로 자금을 마련합니다. 주민들로부터 직접 빌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상업은행이 생기다

은행 시스템도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조선중앙은행이 중앙은행 본연의 기능뿐만 아니라 상업은행 기능도 수행했습니다. 중앙은행은 각 도와 군에 지점을 두었고 기업의 모든 거래가 이 지점들을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지금은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해 중앙은행은 발권과 은행의 은행 등 중앙은행 본연의 기능한 수행하고 기업을 상대하는 것은 상업은행이 합니다.

물론 상업은행은 여전히 국가 소유입니다. 그렇지만 은행 업무의 수입과 지출 균형을 맞춰 모든 경영활동을 자체 자금수입으로 수행합니다. 은행이 기업의 상황을 따져서 독립적으로 자금을 빌려주고 이에 대한 이자를 받아서 수입을 확보합니다. 북한 용어로 '금융기관 채산제', 즉 독립채산제로 운영됩니다.

예전에는 모든 품목이 국가계획에 망라되어 있어 국가가 계획을 세우면 그 계획에 따라 기업들끼리 계약을 맺어 생산물 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제는 국가지표 외 기업소지표 같은 경우는 주문계약방식으로 거래가 진행됩니다. 가격도 거래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라 정해집니다.

또한, 사회주의물자교류시장을 더욱 활성화했습니다. 북한은 노동력을 여전히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 자체는 불허하고 국가가 노동력을 배치하지만 공장 안의 노동력에 대해서는 기업에 일정한 자율권을 부여했습니다. 심지어 배치받은 인력이 현장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국가에 제기하여 타 공장으로 내보낼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임금은 우선 지급 대상이었습니다. 기업은 국가로부터 돈을 받아서 자재를 사서 생산을 하고 생산물 판매수입에서 재생산을 위해 자잿값을 마련해놓고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것은 대부분 국가에 납부했습니다. 사실 기업에 남는 것는 별로 없었습니다.

지금은 자잿값을 빼놓고 남은 것 중 일정 비율을 우선 국가에 납부한 후, 그 다음 일정 금액을 사내에 유보합니다. 그 금액은 이전에 비해 상당히 증가했습니다. 국가가 적게 가져가고 나머지는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그리고 나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합니다. 임금 우선 보장이 없어진 것입니다.

예전에는 임금을 우선 보장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산이 늘어나면 노동자들의 임금도 늘어나겠지만, 생산이 줄어들면 노동자들의 임금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같은 직종의 기업인데 누구는 월급을 많이 받고 누구는 월급을 적게 받게 되는 일이 생겨납니다.

전체적으로 '계획'이 축소되고 '시장'이 확대되었습니다만 여기서 말하는 '시장'은 장소로서의 시장(market place)이 아니라 자원배분 메커니즘, 즉 경제조정 기제로서의 '시장'입니다.

자본주의도, 중국식 사회주의도 아닌 자신만의 길을 가는 북한

북한 경제 개혁의 방향에 대해서 외부관찰자, 연구자의 입장에서 이럴 것이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이 중국의 길을 갈 것이라고만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토지는 국유화되어있지만 농촌의 사회생활 및 행정조직의 기본단위인 인민공사를 해체하고 농사를 가정과 개인 단위로 짓게 했습니다.

북한은 포전담당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협동농장 틀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구분짓는 핵심적 요인은 생산수단의 사유화 여부와 노동력의 상품화 여부입니다. 북한은 여전히 생산수단의 사유화를 허용하지 않으며 노동력 또한 시장에서 거래되도록 하지 않고 국가가 배치하고 있습니다.

협동농장을 통하여 협동적 소유를 유지하고 있으며 기업운영의 자율권은 주나 노동시장 자체를 용인하지 않습니다. 기업의 재정운영의 자율성을 높여주었으나 국가소유인 은행을 통해 재정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시장이 확대되고 기업의 자율권이 확대되었다고 해서 북한이 자본주의화 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은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