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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흥인 故송기숙 선생님과 군 문화예술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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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흥인 故송기숙 선생님과 군 문화예술을 생각하며...

우리 주변에는 늘 죽음이 함께한다. 가족과 친척, 직장동료, 지인 등의 죽음 등이 그렇다. 최근에는 역사에 이름이 기록된 이들의 죽음도 있었는데 그 역사적 인물들의 상반된 삶의 궤적을 생각해 보았을 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새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민중의 피를 재물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과 노태우 등이 죽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는 5.18 때 하반신을 잃은 피해를 입었던 이광영 씨의 죽음이 있었고 또 며칠 전에는 5.18 때 시민수습대책위원이었으며 평생을 동학과 5.18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송기숙 선생이 지난 12월 5일 세상과 이별했다. 우리 현대사에서 실천하는 지식인의 표상이었던 고 송기숙 선생님은 필자와 동향인 데다가 그의 삶과 정신을 흠모하고 살았던 입장에서 그의 영면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장흥군청 문화관광과장 이인흠ⓒ프레시안(위정성)

돌아가셨다. 큰 별이 졌다. 현대사의 한 축이 사라졌다. 그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모자랄 것이다. 글과 행동으로 민중을 대변하고 민주주의를 지켜 온 약자들을 위한 지성인 송기숙 선생님. 송 선생님은 육체적 죽음을 피할 수 없었지만 우리는 그와 이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들의 가슴속에는 암태도, 녹두장군, 자랏골의 비가 등 수 많은 작품을 통해 계속 살아계신다.

그렇다 누구의 죽음이든 죽음은 시간의 유한 속으로 허무하게 사라지지만 선생님은 민중의 가슴과 남기신 이야기와 함께 시간의 무한 속에서 영원히 함께 할 것이다.

한 달여 전 지역의 선배님으로부터 선생님이 위중하다는 소식과 함께 영면할 장소로 장흥군의 동학 유적지 주변을 의논해 보자는 연락을 받고 장소를 물색한 적이 있다. 그런데 너무나 빠른 별세 소식을 듣고 보니 내가 너무 안일한 생각으로 대처했다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송기숙 선생님은 장흥군 용산면 포곡 마을에서 나고 자랐고 전남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시에는 '우리의 교육지표'라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유신정권에 항의하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징역 4년 형을 선고 받고 투옥되었으며 5. 18 광주민주화운동 시에는 시민군 협상 대표인 수습위원으로 활동하다 내란죄로 1년간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13년간의 집필 끝에 탈고했던 동학농민혁명을 이야기한 대하소설 「녹두장군」 농촌 소작투쟁을 이야기한 「암태도」 등 20여 권의 대작을 남겼고 현대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러하셨던 선생님의 족적을 짧은 시간에 회상하면서 나는 우리 장흥은, 문학적 역사적 자원이랄 수 있는 송기숙 선생님 같은 분을 어떻게 모셨고 조명해 왔는지 생각한다. 그리고 송 선생님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문화예술인에 대해 마땅한 대접을 하였는지, 또 그들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정책에는 문제점은 없었는지, 근본부터 되새겨본다. 우리 장흥은, 문화예술에 대해 어떤 부분을 고민했고 무엇을 어떻게 추진했는지 돌이켜 보면 자랑보다는 반성이 앞선다.

최근 장흥의 모 지역신문사에서 송 선생님의 문학이 장흥군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생가복원, 송기숙 문학길 조성, 송기숙 문학관 건립 등을 장단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개인적으로 이 제언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장흥군에서도 송기숙 선생님의 생가 매입을 위해 물밑 접촉은 하고 있으며 소유자가 매도 시 장흥군에서 최우선으로 매수하기로 구두 약속하였으며 송기숙 문학길 조성과 송기숙 문학관 건립은 지역 문학단체와 가족, 관련 문학인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진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장흥군과 군민이 함께 송기숙 선생님을 기리는 사업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흥은 문화예술의 본향이다. 문학, 미술, 판소리, 서예, 도예, 공예 등 너무나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지니고 있는 자원이 너무 많아 지역에서 문화예술 분야가 소외되고 있다는 여론도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장흥만의 특별한 자산을 어떻게, 무엇을 먼저 형상화하고 문화관광자원으로 구체화할 것인지 개인적인 생각을 제언해 보고자 한다.

첫째 지역 문화예술 부흥의 밑그림을 우리 스스로 만들었으면 한다.

지역문화예술단체, 출향 문화예술인, 장흥군이 함께 힘을 모아 장흥 문화예술부흥 중장기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했으면 한다. 관심 있는 군민과 장흥 관련 문화예술인들의 제안을 받아 민관이 함께하는 실행위원회(TF단)의 1차 검토, 전문가 집단의 분야별 토론회 등을 거쳐 단․중․장기 문화예술 부흥 실행계획을 수립해서 실천해 갔으면 한다.

둘째 장흥출신 문화예술인 선양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

현재 장흥군에서 민간단체에 위탁해서 추진하는 선양사업은 기봉 백관홍선생, 미백 이청준선생, 존재 위백규 선생 등으로 대부분 추모행사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앞에서도 송기숙 선생과 관련 언급했듯이 작품 배경지 등을 중심으로 한 문학길 조성, 생가 복원이나 웅장하지 않지만 잘 꾸려진 작가별 문학관(이청준 생가 주변, 송기숙 생가 주변, 한승원 해산토굴과 주변에 가족 문학관, 이승우 생가 주변 등), 작가․작품별 체계적인 문학비 조성 등도 관련 단체나 군민 등 여러 의견을 수렴하여 추진하면 좋을 것 같다.

여기에 더해 기봉 백광홍, 존재 위백규,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등 걸출한 지역 출신 문학인이 있기에 탄생한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문학관광기행특구의 구체적인 형상화도 역점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도립문학관과 국립 기와박물관 건립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장흥군은 중앙정부의 계획이 전무 할 때인 15년 전부터 국립문학박물관의 장흥 유치를 위해 자체 용역을 추진하였고 정부에 수차례 건의하는 등 노력했으며 2016년에는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전남 후보지로 추천되었으나 지리적인 여건 등에 밀려 아쉽게 좌절하고 말았지만 지금부터라도 지역의 문화예술인이 힘을 모아 도립문학관 유치에 도전했으면 한다.

또한 국내 유일의 무형문화재 제91호인 제와장이 있는 장흥군의 장점을 살려 국립기와박물관 유치에도 힘을 보탰으면 한다. 한 사람이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4만 군민이 함께 꾸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므로...

넷째 옛)교도소 문화예술복합공간 조성사업에 대한 군민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장흥군에서는 장흥읍 원도리 일원에 위치한 옛)교도소에 문화예술복합공간사업을 추진중이다. 오는 2024년까지 총사업비 103억원, 부지면적 39,995㎡에 문화예술 교류공간, 교도소 체험공간, 영화촬영장소 등을 추진하는 사업으로 현재 기본 및 실시설계와 전시 설계 및 제작용역이 발주된 상태다.

군에서는 군민의 다양하고 좋은 의견을 설계 등에 반영하기 위해 주민 의견서 접수, 문화예술단체 설명회 및 의견 수렴, 장흥교도소 전·현직 교도관 초청 설명회, 군민을 대상으로 한 옛)장흥교도소 개방프로그램 등을 진행해 실질적인 내용을 반영해갈 계획이다. 여기에 많은 군민이 의견을 주시고 반영되어야만 주민들에게는 문화예술 전시 및 공유 공간으로 관광객에게는 특별한 문화체험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군민의 참여를 바란다.

다섯째 곳곳에 산재되어 있는 우수한 역사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엮어 특색 있는 문화마을을 키워 나갔으면 한다.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이 즐비한 방촌마을, 배롱나무 군락지와 어우러진 평화마을, 안중근 의사와의 특별한 인연이 있는 해동사의 만수마을, 기봉 백광홍선생 등 8문장을 배출한 기산마을 등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시대상을 담고 지역민이 또 다른 모습을 가꾸어가는 마을을 장흥군이 가칭)「문화를 가꾸는 마을」로 지정하고 주민들이 마을공동체를 가꾸고 지켜 나가 새로운 문화관광자원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이외에도 역사 향기숲 테마공원, 탐진강 향기숲 공원, 안중근 의사 역사문화자원 개발사업, 국제슬로시티 재인증, 고인돌의 유네스코 등재, 문화재와 탐진강을 활용한 야간 탐방, 타임머신 1894 장흥동학기행, 장흥읍성 복원 등 지역의 문화자원을 가치 있게 만드는 사업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행정이나 민간 영역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사업을 추진하기도 어렵고, 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다. 조그마한 것일지라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청취하고 의견을 조율하여 힘을 합쳐 나갈 때 장흥의 문화예술이 부흥하고 그것이 관광으로 이어지고 주민소득과 직결되어 누구나 살고 싶은 행복장흥이 실현될 것으로 본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고 현재가 없는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지역의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보존하고 가치를 부여하여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아닐까? 고 송기숙 선생의 이름을 가슴 깊이 새기며 장흥의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리 모두가 심도 있게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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