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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복지지출 '가성비' 하락 추세...기본소득으로 재분배 틀을 바꾸자"

[기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공적이전지출 재분배 효과 떨어뜨려

기본소득을 재분배의 기본틀로 삼자는 중요한 논거 중 하나는 현행 복지지출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갈수록 제한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이 사실을 뒷받침하는 실증 연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나는 특별히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이 흐름에 작게나마 기여하고자 한다.

이 분석은 2012년~2020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본론에 앞서 2가지 유의사항이 있다. 우선 가금복조사는 표본조사로서 여기 나오는 수치들은 행정상의 실제 수치와 일치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표1에 나오는 연도별 공적이전소득 규모는 복지 행정상의 실제 현금성 복지지출액과 일치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이번 분석의 주된 대상인 가계소득 관련 수치는 2017년 귀속분부터 행정자료를 이용한 보정이 이뤄져 일정한 시계열 단절이 있다. 그러나 이 2가지 사실들이 이 글의 전체 요지를 왜곡하지는 않을 것이라 판단한다.

지니계수 개선율 1%당 공적이전지출 소요액 2011년 5.2조원에서 2019년 8.7조원으로

첫 번째 분석을 통해 공적이전소득의 소득 불평등 개선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을 파악했다. 공적이전소득은 국가와 지자체의 각종 현금성 복지지출에 따른 가계의 소득을 가리킨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가계소득을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의 합계액인 시장소득과, 이 시장소득에 공적이전소득을 더한 보정소득으로 나누고, 시장소득과 보정소득 각각을 소득 크기에 따라 1분위부터 10분위까지 구획한 후 지니계수를 측정하였다. 시장소득의 지니계수가 공적이전소득이 더해졌을 때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기 위해서이다. 지니계수는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수로 완전 평등을 가리키는 0부터 완전 불평등을 가리키는 1 사이의 값을 가진다.

먼저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2011년 0.476에서 2019년 0.490으로 불평등이 악화됐다. 시장소득에 공적이전소득을 더한 보정소득의 지니계수는 같은 기간 0.447에서 0.438로 불평등도가 소폭 개선됐다. 그리고 지니계수 개선율[=(시장소득 지니계수 – 보정소득 지니계수)/시장소득 지니계수 x 100]은 2011년 6.24%에서 2017년 8.58%를 거쳐 2019년에는 10.62%로 나타났다.

지니계수 개선율만 보면 공적이전소득의 소득 불평등 시정 효과가 점점 나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니계수 개선율 1%당 소요된 공적이전소득 값을 구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2011년에는 지니계수 개선율 1%를 달성하기 위해 소요된 공적이전지출이 5.2조원이었으나 점점 액수가 늘어나 2019년에는 8.7조원이 됐기 때문이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동일한 소득 불평등 개선 효과를 내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복지지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공적이전소득 증가 속도 1분위는 감속, 3·4분위는 가속

이처럼 복지지출의 ‘가성비’가 떨어지는 원인을 추적하기 위해 시장소득 분위별로 공적이전소득 증가 양상이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시장소득을 5분위로 구획하고 각 분위별 공적이전소득의 변화를 전체 기간(2011~2019년), 전반기 4년(2011~2015년)과 후반기 4년(2015~2019년)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전체기간(2011~2019년) 동안 시장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의 공적이전소득 증가율은 96%인데 반해 4분위의 증가율은 247%로 나타났다.

같은 조건이라면 초기값(2011년 공적이전소득)의 크기가 작을수록 증가율은 크기 때문에 이 사실만으로는 공적이전소득의 재분배 효과가 감소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실제 원인은 공적이전소득 증가 속도에서 1분위는 둔화되는 반면 2~4분위는 가속 추세라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1분위의 공적이전소득은 전반기에 46% 증가했으나 후반기에는 34%로 떨어졌다. 반면 4분위의 그것은 전반기에 60% 증가했고 후반기에는 116% 증가했다. 2분위와 3분위 역시 전반기보다 후반기의 공적이전소득 증가율이 높게 나온다.

그 결과 공적이전소득은 2011년 32.2조원에서 2019년 92.8조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이 증가액에 비해 지니계수 개선율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결과가 된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의한 공적연금의 재분배 역진성

이번 분석 기간에 공적이전소득과 관련한 큰 변화로는 2014년 도입된 기초노령연금, 2018년 개편으로 규모가 대폭 늘어난 근로장려금을 들 수 있다. 이들의 특징은 소득 하위 구간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 급여라는 점이다. 이들 선별 급여의 큰폭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득 중상층의 공적이전소득 증가율이 더 큰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 연구들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전체 복지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이는 2021년 국정감사에서 내가 통계청으로부터 확인한 바이기도 하다. 국민연금 지급액은 2011년 10.3조원에서 2019년 23,4조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국민연금 기여액이 낮은 고령자 비중이 높은 1분위 가구는 국민연금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민연금제도는 납입액 및 납입기간에 따라 정해지는 기여금의 격차가 과도한 수령액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정 장치를 두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경제활동 시기의 소득 격차가 수령액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노령층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근려장려금 역시 근로 능력이 없는 가구가 다수인 1분위보다 2분위 이상 소득계층이 더 많은 금액을 수령한다는 연구가 있다. 이밖에도 대상자가 늘어난 아동수당, 양육수당 등 보육 지출 수혜에서 1인가구 구성 비율이 높은 1분위 가구는 대부분 제외되는 실정이다.

수학적으로 보면 불평등 완화 효과를 약하게 만드는 위의 요인들을 극복하기 위해 저소득층에 복지지출을 더 집중하자는 주장이 호소력을 갖는다. 당장 1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급여의 대폭 강화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소득층에 공적이전소득을 집중 확대하는 방안은 조세 수입 확대를 통한 재정 확대, 노동 유인의 관리, 소득 역전의 방지 등 고려해야 할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할 때 그 한계가 분명하다.

저소득층에 복지지출을 대폭 강화하는 데 필요한 증세를 국민 다수에게 호소할 방법은 무엇인가? 기초생활보장급여-근로장려금-최저임금 3층으로 구성된 현행 저소득층 소득보전 정책 하에서 위태롭게 관리되고 있는 노동 유인을 크게 왜곡하지 않고 이들의 이전소득을 대폭 강화할 방법이 있을까? 결국 이 문제를 푸는 것은 수학이 아니라 정치의 문법일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과 함께 안심소득, 음의소득세 등 최근 우후죽순처럼 소득보장 및 재분배 정책이 떠오르는 배경에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의한 불평등의 구조화가 자리 잡고 있다. 복지급여의 점진적 확대로 시대의 과제인 불평등 해소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중단기 시야에서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을 필요로 한다. 나는 그 전망에 회의적이다.

물론 기본소득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방치하고 급진적 재분배 정책을 통해서 불평등을 해결하자는 접근은 아니다. 오히려 구조적이고 추세적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내가 그리는 복지국가의 미래는 기본소득을 재분배 정책의 기본 틀로 삼고 여기에 전통적인 사회보장이 보충적으로 결합되는 모습이다. 이번 통계청 데이터 분석에서 그것의 불가피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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