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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군대, <D.P.>와 정말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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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군대, <D.P.>와 정말 다를까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여전히 무참하게 짓밟히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의 관심이 공개 후 한 달이 지나도록 이어지고 있다. 2014∼2015년 제작된 웹툰이 원작인 이 드라마는 탈영병을 쫓는 군무 이탈 체포조 이야기다. 2014년 발생한 윤 일병 사건을 모티브로 한 픽션으로도 알려진 이 드라마는 군대 내의 부조리한 문화와 장병들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적나라하게 다룬다. 그렇기에 전역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대남'은 물론이고 군대 문화의 폐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다양한 연령층에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D.P.와는 다르다는 요즘 군대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정치권에서도 이슈가 되었다. 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이 앞다투어 시청 후기를 남겼다. 군내 폭력과 부조리 개선 방안에 관한 공약도 쏟아졌다. 일부 후보들은 드라마를 언급하며 모병제의 필요성까지도 주장하였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국회에서도 관심이 높았다.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관련 발언이 쏟아졌다. 국회 국방위원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이 드라마의 시청을 권유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국방부의 수장인 서욱 장관이 내놓은 드라마에 대한 평은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드라마에 나오는 내용이 조금 극화돼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지금의 병영 현실과 다른 상황이다."

"지금은 (드라마 묘사 당시인 2014년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해서 병영 문화가 많이 개선 중에 있고 전환되고 있다."

요즘 군대는 정말 D.P.의 군대와 다른가

그런데 국방부 장관의 말처럼 요즘 군대는 D.P.와 정말 다를까?

구타 96건, 언어폭력 273건, 성폭력 71건. 2020년 지난 한해 동안 군인권센터에 접수된 상담 신청 건수이다. 누군가가 용기를 내서 시민단체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가 이 정도 규모이니, 군 내부에만 보고된 경우나 드러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국방부 장관의 답변 속 요즘 군대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통계다.

건조한 숫자 뒤에 감춰진 구체적 사례는 더욱 참혹하다. 군인권센터 상담 기록을 살펴보면 드라마 속 장면에 나오는 각종 가혹행위와 유사한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기록으로 넘쳐난다. 이미 언론을 통해서 외부에 알려진 몇몇 사례만 보아도, 많이 개선되었다는 요즘 군대의 병영 문화가 드라마 속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 드라마 <D.P.>의 한 장면. ⓒ넷플릭스

여전한 구타, 언어폭력, 그리고 성폭력

올해 공군에서는 후임병에 대한 구타, 언어폭력, 감금 및 협박 등의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가해자 4명은 피해자에게 식단표를 외우게 한 뒤 틀리면 폭언과 욕설 등의 언어폭력을 가했고, 수시로 딱밤 맞기 게임을 하자고 강요하며 폭행했다. 알코올 소독제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전투화에 불을 붙였고, 헤어드라이기로 피해자의 다리를 지지기도 했다. 일부 가해자는 피해자를 부대 용접가스 보관창고에 가둔 뒤 불을 붙인 상자 조각을 던져 넣기도 했다.

2020년에는 해병대에서 후임병에게 구타, 언어폭력과 함께 성폭력도 가했던 일이 드러났다. 가해자는 파견지에서 본대로 복귀하는 버스 안에서 피해자가 허락 없이 창문을 닫았다며 폭행을 가하기 시작한 이후 8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괴롭혔다. 가해자는 하루 10번 이상 흡연을 핑계로 피해자를 따로 불러 신체 부위를 만지고 폭행했다. 생활관에서는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시늉을 했고, 샤워실에서는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의 얼굴에 들이대거나 피해자의 신체에 소변을 보는 등의 행위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성적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감사하다고 말하도록 강요를 받았다고 한다.

2019년에는 육군에서도 유사한 일이 드러났다. 가해자 3명은 같은 부대 소속 동기인 피해자에게 반복적인 언어폭력과 함께 수시로 구타를 가했다. 친목 도모를 사유로 동반 외박을 허가받은 뒤 피해자를 모텔로 데리고 가 단체로 폭행하고, 소변과 인분을 먹도록 강요했다. 가해자들은 생활관에서도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학대하였다. 이들은 수시로 피해자를 불러내어 뺨을 때리거나 볼펜으로 허벅지를 찔렀다. 발로 성기를 차기도 했다. 신고하면 더욱 심하게 구타하겠다고 협박하며 피해자의 휴대폰을 빼앗아 부수기도 했다.

여전히 '까라면 까'로 대표되는 군대 문화

이와 같은 사례는 일부일 뿐이며, 요즘 군대가 일반적으로 이렇지는 않다는 반응도 있다. 군 내부적으로 장병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서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드라마에서 주된 배경이 되었던 탈영병의 수가 2014년 406건에서 지난해 91건으로 급감하는 등 일부 개선의 징후가 보이기도 한다. 사실 요즘 군대가 D.P.와 다른지, 다르지 않은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진짜 문제는 우리나라 군대가 여전히 '까라면 까'로 대표되는 폭력적·위계적·폐쇄적인 문화 아래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징병 대상자의 95% 가까이가 입대하는 상황에서 우리 군의 구성원은 일반 인구 집단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일부는 참혹한 가혹행위의 가해자가 된다. 입대 후부터 당한 폭력의 경험과 폭력이 용인되는 조직 문화에 대한 학습은, 스스로가 선임이 되었을 때 그런 폭력을 대물림하게 만든다. 군의 극히 일부 구성원이 가혹행위의 가해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군이라는 조직이 일부 구성원을 가해자로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지휘관의 은폐로 강화된다. 드라마 속 부대장은 자신의 보신을 위해서 사건의 은폐를 기도한다. 피해자인 탈영병은 자신의 승진을 위협하는 장애 요소일 뿐이다. 탈영의 원인이 되었던 부대 내 가혹행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피해자는 물론이고, 은폐를 반대하는 참모들까지도 모두 적으로 간주한다. 모든 군인권센터 상담 기록에는 드라마 속 부대장과 유사한 지휘관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어느 순간 괴물이 되어버린 그들도 한때는 청운의 뜻을 품고 조국을 지키는 장교가 되기를 꿈꿨을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었으면서도, 모두가 외면하였던 문제

"그렇게 착하고 성실한 애가 괴롭힘당할 때 왜 보고만 있었냐고요? 앞으로 이런 일 없으면 좋겠다. 그렇지요?"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 자살한 피해자의 누나가 주인공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우리 사회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우리 군의 문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알고 있었으면서도, 모두가 애써 외면하였던 문제다.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생각하고, 또 얘기해야 한다. 분명 군대는 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무참하게 짓밟히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

"요즘 군대는 많이 달라졌다"고 말하며 안주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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