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치러진 전교학생회장 선거 이야기의 여운이 감동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에 있는 하가초등학교.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7일 하가초에서는 전교학생회장 선거가 펼쳐졌다. 단순히 전교회장에 입후보해 어느 후보가 몇 표를 얻어 당선되고, 떨어지느냐로 결정지어지는 것이 요즘 초등학교 선거가 아니다.
선거 과정과 그 마무리까지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잘 알려주는 선거가 요즘 초등학교 선거이다. 비방과 다툼으로 얼룩져진 어른들의 선거와는 차이가 확연히 갈린다.
어린 학생들이지만 그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배울 것이 많은 스승같은 아이들이기도 하다.
특별한 학생회장 선거였다는 말을 전하는 사람들이 많은 하가초 전교회장 선거였지만, 특별함을 부여한 후보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해맑고 건강한 학생이었다.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는 것도 어찌보면 아이들에게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조심스런 부분이지만, 쉽지 않은 도전장을 내민 후보 1명이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특별함을 강조한 것 같다.
회장 후보에 당당히 나선 6학년 임성택 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임성택 군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로 1학년에 입학한 뒤 6년이라는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전교학생회 회장선거에 입후보할 정도로 다부지고 튼튼하게 자랐다.
임 군의 용기있고 아름다운 도전 뒤에는 무수히 많은 친구들의 어깨동무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최근 친구들 사이에 소외를 시키는 것과 같은 모습은 이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 군의 이번 공약으로 '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즐거운 학교'를 내걸었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는 임 군이 직접 키우고 있는 '포도'라는 러시안블루 고양이를 선거운동원으로 참여시키는 즐거움도 내보였다.
자신의 반려묘로 친구들의 표심을 자극하면서 선전한 임 군.
4~6학년 300명이 투표에 참여한 이번 선거에서 임 군은 44표를 얻어 2등을 차지했다.
도전했던 학생회장 당선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선거 내내 경쟁자인 친구에서부터 유권자인 친구들에 이르기까지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던 '우정'의 외침은 지금도, 그리고 학교를 떠날 때까지도 운동장과 교실 곳곳에서 메아리쳐 울려댈 만큼 크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