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 이후 피해를 인정받은 이들 네 명 중 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제품 판매가 금지된 이후에도 55명의 아동이 사망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10주기를 맞아 31일 발표한 자료에서 이 같이 전했다.
센터는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실을 통해 2011년 8월 31일 정부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후 올해 8월 20일까지 신고된 총 피해자 7535명(사망자 1687명) 가운데 7월까지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인정자 4120명의 생존 및 사망 연령대별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피해자 4120명 중 25%인 1016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넷 중 한 명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했다. 매우 높은 치사율이다.
각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인 집단은 9세 이하였다. 총 242명의 피해자 가운데 187명이 사망해 사망률이 77.3%에 달했다.
센터는 "영유아와 어린이가 생물학적으로 취약한 나이대인 데다, 특히 영유아의 경우 누워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 가습기와 살균제에 노출되는 시간도 길었고 노출량도 많았기 때문"이라며 "발달과정에 있는 몸집이 작은 영유아들이 같은 양의 살균제에 노출된 10대 이상 나이대보다 훨씬 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센터는 이들 연령의 생존자 55명 통계에 관해 "놀라운 일"이라고 평했다. 이미 2011년 11월 11일 관련 제품이 강제적으로 회수 및 생산중단됐기 때문이다.
관련 제품 사용이 중단된 후 "10년이 지나는 동안에도 55명이나 제품을 계속 사용했고 피해인정자가 발생했다는 뜻"이라며 "피해구제로 인정된 숫자가 55명일뿐, 불인정된 9세 이하 피해자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센터는 추정했다.
센터는 이어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제품 회수 및 사용금지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정부와 기업이) 사실상 피해가 계속 발생하도록 방치한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80~90세 연령층이 피해자 131명 가운데 74명이 사망해 56.5%의 사망률을 기록했다.
총 사망자 수는 60~69세가 237명(피해자 549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피해 구제 인정자 4120명 가운데 생존자인 3104명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10대가 1226명으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피해자가 많은 연령대인 40대(658명)의 두 배가량에 달한다.
반면 10대 사망자는 총 피해자 1241명 가운데 15명에 불과해 전 연령대에서 압도적으로 낮은 사망률(1.2%)을 보였다.
그 이유로 센터는 "올해 7월말 현재 10대인 이들이 실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시점은 9세 이하 연령대였을 가능성이 크다"며 "9세 이하 영유아와 어린이들에게 가습기 살균제 노출 피해가 집중된 만큼, 이들 중 상당수가 사망하고 살아남은 아이들이 몇 년의 시간이 흘러 현재 10대 나이로 집계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즉 현재 10대 피해자에게서 보이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사망률은 역으로 숱한 사망자가 이미 발생한 후 남은 생존자 집계였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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