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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과 환자중심의 공공의료공급체계로 개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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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과 환자중심의 공공의료공급체계로 개혁하자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체계 개혁을 위한 과제 ④

'내만복 칼럼'에서는 4회에 걸쳐 한국의 의료보장체계 개혁을 위한 제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편으로 '공공의료공급체계'에 대해 살펴봅니다.(필자)

문재인 케어가 절반의 성공에 그친 이유

갱신마다 보험료 폭탄, 실손보험료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 한다면?

국내에서 코로나19 4차 유행이 확산되고 있다. 델타감염이 확산되면서 백신접종으로 통제되는 듯한 코로나 유행이 전 세계에서 다시 퍼지고 있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수만 명대의 환자가 발생 중이고, 우리도 확진자 수가 1000명대 후반으로 급증하면서 잠시 잠잠했던 병실 부족의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대응을 보면 유독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민간의료기관

작년에 우리는 확진자 수가 겨우 1000명 내외의 코로나 환자 발생에도 입원할 병상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코로나 환자들의 중증도가 많이 낮아졌지만, 2000명 내외의 환자만 발생해도 중환자실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다. 작년 영국, 프랑스에서는 하루 5만 명씩 환자가 발생했고, 미국도 30만 명씩 환자가 발생했다. 인구비중을 따지면 우리의 50배씩 환자가 더 많이 발생했지만, 병상 부족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겨우 하루 1~2000명의 환자도 대응하기 벅차하고 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이유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취약한 공공의료 때문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공공병원이 병상 수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감염병 대응이 용이하다. 영리화된 의료체계를 갖고 있는 미국도 전체 병상의 30%가 공공병상이다. 공공병원이 든든히 버티며 감염병 대응을 주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민간병원도 공공병원처럼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코로나 입원환자의 80%를 지방의료원이 수용하고 있다. 아직도 민간병원은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다. 지난해 중환자실 부족이 심각해져 수가를 일반환자의 5배로 높여준다고 하니 겨우 몇 개씩 내놓았을 뿐이다. 공중보건의 위기상황에서도 우리의 민간병원들은 계산기를 두드렸다. 공공병원으로 분류되는 국립대학병원조차도! 심지어, 공중보건의 위기상황에서도 의사들은 기득권을 지키고자 의사 수 확대와 공공의료 확대를 반대하다며, 파업이라는 집단행동을 단행했다. 우리는 공공의료기관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공공의료의 질적 강화가 필요한 이유를 목격했다.

국민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의료공급체계

어느 나라든 보건의료체계를 조직하고 제공하는 이유는 국민건강의 향상에 있다. 우리나라도 헌법에 국민은 누구든지 건강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가가 보건의료체계를 조직하고, 건강보험을 운영하고, 의료인을 양성한다. 의료의 공공성은 특정 이익단체가 아닌 국민의 이익(건강)을 목표로 작동되는 의료체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의료체계는 공공성이 매우 취약하다. 취약한 공공의료의 근거로 턱없이 부족한 공공의료기관 수나 공공병상 수가 제시되곤 하지만, 단순히 공공의료기관의 부족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의료기관이든, 민간의료기관이든, 우리의 의료체계는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의 목적을 위해 조직화되어 있지 않다.

우리 주위에는 각종 진료과의 동네의원들, 각종 미용성형의 진료과들, 각종 전문병원들이 넘치지만, 우리 국민은 자신의 건강을 맡기고 믿고 상담할 수 있는 친근한 의사가 없다. 주변에 병원들은 많은데 중증응급환자를 제대로 진료해내는 병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방문진료가 필요하지만, 의사들은 방문진료를 거의 하지 않는다.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가 시행되었지만, 장애인 건강주치의를 하겠다고 나서는 의료기관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의료공급체계에서는 의료서비스의 제공이 국민의 필요가 아닌 공급자의 필요에 따라 조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요구보다 의료기관의 수익 논리와 생존 논리가 우선한다. 과잉공급인데도 공급자에 수익되면 공급은 지속적으로 늘며, 반대로 국민건강에 꼭 필요한 서비스라도 공급자의 수익에 도움이 안 되면 공급되지 않는다. 과잉공급과 과소공급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병상 수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OECD 평균의 3배나 되지만, 정작 필수중증의 병상은 부족한 실정이다. 대다수의 병상은 소규모의 중소병원, 의원, 요양병원이 갖고 있다. 정작 큰 병으로 입원하려면 병실 부족으로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 재활병상도 부족하고, 재활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기가 어렵다.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에는 산부인과 의사가 거의 없다. 또한 동네의원은 많은 것에 비해 대부분 특정 전문 진료 분야만 진료하고 있어, 국민건강 전반의 문제를 다루고 해결하는 의사는 부족하다. 국민 1인당 연간 의료기관 방문 횟수는 OECD 평균의 3배지만, 회당 진료 시간은 3분의 1도 안 된다. 충분한 진료와 상담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의료체계는 공급자의 논리에 따라 운영되고 있을 뿐 국민이 그 중심에 있지 않기 때문에, 국민의 입장에서 필요한 필수 의료서비스는 제공받기가 어렵다. 의료공공성이 부족한 것이다. 민간의료기관뿐 아니라 공공의료기관도 국민을 위한 의료공공성이 부족하다. 이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낭비적 의료공급체계가 국민의료비 급상승 가져와

우리나라 국민의료비의 증가속도는 매우 우려스럽다. 현재 우리의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은 GDP 8.0%에 이르며, 조만간 OECD 평균 수준(8.8%)을 넘어설 예정이다. 그런데도 경상 의료비중 공적 지출(정부 및 의무가입보험)은 58.9%로 OECD 평균(73.6%)보다 낮다. 국민의료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부족한 데에서 비롯한다.

국민의료비는 저출산 고령화의 인구구조, 건강보험 보장확대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지만, 지금의 낭비적 의료공급체계가 그 증가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병상 수 확대와 같은 중복과잉투자, 과잉진료와 비급여의 팽창, 실손보험의 도덕적해이 등은 불필요한 국민의료비 증가를 유발한다. 불가피한 국민의료비 증가는 우리 사회가 함께 감당하고 함께 해결해야 하겠지만,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국민건강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의료비 지출은 늘려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비용 상승만을 유발하는 낭비적 지출은 줄여야 한다.

개별 의료기관은 생존과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기에 의료서비스 양을 최대로 제공하여 최대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개별 의료기관의 목표달성은 사회 전체적으로는 비효율의 증가로 이어진다. 과잉진료는 개별의료기관의 수익을 증대시키지만, 사회적 측면에서는 비용만 상승시킨다. 낭비적인 의료공급체계의 개편이 필수적인 이유다.

국민건강과 환자 중심의 의료공급체계 개혁과제

우리나라 의료공급체계의 개혁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다. 기득권을 가진 기존 공급자의 저항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을 위해서 개혁은 불가피하다. 주요 과제를 개략적으로 제시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공공의료기관과 의료 인력을 확대하자.

공공병원을 늘리고,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의료생활권 단위로 구분된 전국 70개 중진료권마다 거점 공공병원을 설립하자. 그중 절반에는 공공병원이 있지만, 소규모 종합병원으로 300병상 이상 규모로 증축이 필요하며 공공병원이 없는 나머지 절반에서는 신규로 증축하거나, 기존 민간의료기관을 공익법인으로 전환하여 공공병원과 동일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 중증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방문진료를 전담할 공공 동네의원(방문진료전담센터)의 설립도 필요하다. 방문진료는 단순 진료만이 아닌 간호, 재활, 복지상담 등 다각적인 팀 구성이 필요하므로,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방문진료전담센터를 시군구마다 설립해야 한다.

공공의료기관 확대와 함께 의료 인력 확대도 필요하다. 객관적으로 우리나라의 의료 인력은 OECD의 3분의 2 수준이다. 연간 1500명 정도의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 의사 인력을 확대하는 것은 의료비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의사는 늘리되, 과잉진료를 줄이는 방향의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의료비 증가는 최소화하고, 국민건강에 기여하게 해야 한다.

둘째, 가치 기반의 지불제도 도입과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지금의 의료공급자에 대한 보상방식은 의료서비스 제공량에 기반한 행위별수가제다. 행위별수가제는 의료서비스의 국민건강 기여도와는 무관하게, 제공량에 기초해 보상해주고 있어, 과잉진료를 유발한다. 이를 의료의 질과 의료의 가치에 기반한 보상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양이 아닌 가치기반의 지불제도 개편은 이미 미국, 영국,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보편적으로 자리 잡은 지불 방식이다.

의료서비스의 양이 아닌 질에 보상함으로써, 과잉진료보다는 적정진료와 의료질 향상에 기여했을 때 더 많은 보상을 받도록 한다. 우리도 의료 질 평가지원금 제도와 같은 방식의 가치기반 수가제도가 있으나, 극히 일부의 비중에 불과하여 실효성이 크지 않다. 행위별수가제보상은 대폭 줄이고, 의료 질에 대한 보상으로 전면 전환이 필요하다. 의료공급자에 대한 지불의 50% 이상을 가치기반으로 지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책임의료조직(ACO)와 같은 혁신적 의료공급체계를 시도하고 있다. 가치 기반의 지불제도와 환자 중심의 의료전달체계를 통해 의료 질을 높이고,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며, 의료비지출은 규제하는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ACO 모델은 의료 질 보상과 함께 과잉의료비의 절감분을 공급자와 공유함으로써, 불필요한 진료를 적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인센티브가 되고 있다. 이는 지불제도의 개편으로 인한 이익을 공급자와 공유함으로써, 공급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한편, 적정 의료공급을 위해 과잉 중복 공급된 영역의 규제가 필요하다. 특히 병상 수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병원, 의원, 요양병원이 이에 해당한다. 과잉공급된 병상 수는 총량제를 실시하고 규제를 강화해야 하며, 과잉공급된 영역은 과소공급된 분야로의 전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예로 요양병원은 치료와 재활기능을 갖춘 재활요양기관으로 전환하도록 지원할 수 있겠다. 이를 통해 과잉공급된 병상이 국민건강에 대한 기여보다는 비용상승만을 초래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셋째, 주치의제도를 도입하자.

주치의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주치의는 기존의 공급자 중심 의료체계를 수요자 중심, 환자 중심의 공급체계로 재조직화하는 기본 토대가 될 것이다. 주치의제는 지역사회에서 등록된 국민의 건강을 지속적이고, 포괄적으로 관리하고 책임지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주치의제는 질병의 예방과 건강증진에 집중하여 비용 유발적인 치료 중심의 의료체계가 아닌 비용 절감하는 예방 중심의 의료체계로의 대전환이 비로소 가능해진다. 주치의제도는 우리 사회가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회로 나아가는 데 있어 필수 요건이기도 하다.

주치의에 대한 보상 역시 의료의 질과 가치에 기반한 보상을 함으로써, 지역주민의 건강을 최우선의 목표로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비용 유발적인 의료 제공자보다 비용을 절감하고 국민건강에 더 큰 기여를 할수록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는 체계여야 한다.

지금도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가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아직 참여가 높진 않지만, 주치의 대상을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하고, 이어 만성질환자, 노인을 대상으로 확대하고, 최종적으로 전 국민으로 확대함으로써 주치의제도를 안착화할 수 있다.

의료체계 개혁과제 시리즈를 마치며

지금까지 '문재인 케어'에 대한 평가부터 시작하여, 실손의료보험의 개혁 필요성, 100만원상한제 필요성, 그리고 의료공급체계 개편까지 네 번에 걸쳐 살펴보았다. 우리 의료체계가 다뤄야 할 문제가 산적한데, 너무 겉핥기식으로 다루지 않았나 싶다. 또한 전혀 다루지 못한 문제들도 있어 아쉽다. 간호간병의 문제, 상병수당도입문제 등이 그렇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를 통해 의료 부문에서 핵심 개혁 과제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나는 우리 사회가 보편적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로 의료부문에서는 100만원상한제와 공공의료의 양적 질적 확대를 꼽고 싶다. 의료공공성의 진정한 가치는 외형상의 높은 건강보험 보장과 외형상 공공의료기관의 비중 확대와 같은 양적 확대에 있지 않다. 그것을 수단으로 국민건강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모든 의료 개혁에는 국민건강과 환자를 최우선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 개혁의 가장 큰 장벽은 기존 의료체계에 이해관계를 가진 두 집단에 있다. 보험산업을 영위하는 자본과 의료제공을 담당하는 의료공급자다. 국민건강을 위한 의료체계 개혁은 두 기득권을 극복해야 가능하다. 차기 정부는 두 기득권을 넘어서기를 기대해 본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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