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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경찰서장, 92세 어르신의 정성 어린 편지를 받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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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경찰서장, 92세 어르신의 정성 어린 편지를 받은 사연

7월 21일 중복 날 아침부터 기온이 빠르게 올라감에 따라 감정 수치까지 상승하고 있는 시점에 겉봉투부터 전부 한자로 된 편지 한 통을 전달받았다. 내심 ‘또 누군가의 진정이나 투서이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봉투를 열어보니 전체 세 장으로 대부분이 한자로 작성되었다.

편지 내용을 요약하면 1930년에 장흥 장평면 용강리에서 태어나 지금은 광주에서 거주 중인 어르신이 선산이 장평면 봉림에 있어 선영 방문을 위해 자주 오는데 교통편이 매우 불편하다고 한다. 광주에서 봉림까지 가는 버스가 하루에 한 번밖에 없어 광주에서 장평까지 와서 군내버스로 봉림까지 가는데 시간대가 잘 맞지 않아 10리가 넘는 거리를 걸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장흥경찰서장 임태오ⓒ장흥경찰서

지난 6월 28일에도 선산을 가려고 버스로 광주에서 장평까지 와 92세 고령의 어르신이 더운 날씨에 봉림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경찰 순찰차 한 대가 멈춰 목적지까지 태워주고 내릴 때는 걷기 힘들다며 보행 지팡이까지 주어서 편안하게 선산을 방문할 수 있었는데 그 당시 경황이 없어 경찰관에게 답례는 물론 고마움조차 표현하지 못해 아직까지도 가슴 한편이 너무 불편하다며 대신 격려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경찰서장에게 온, 중복(中伏) 날 92세 어르신의 정성 어린 편지ⓒ장흥경찰서

중복 날 이 편지를 읽으면서 무더위가 다 날아가는 깊은 감동과 많은 교훈을 얻었다.

우선, 경찰관의 작은 친절에 진심과 정성이 담긴 편지를 받은 것에 죄송함이 앞섰다. 경찰관이 더운 날씨에 사고 예방을 위해 도로를 힘들게 걸어가는 노인을 발견하고 태워드린 것에 대해 답례를 못 해 불편하다며 또박또박 한자로 장문의 감사 편지를 쓰고 잘못 쓴 문구들을 수정테이프로 지우고 다시 쓴 흔적들을 보면서 어르신이 장시간 얼마나 정성을 들여 편지를 썼는지 확인할 수 있어 숙연해 졌다.

그리고 어르신의 조상 섬김 미풍양속과 효(孝)를 다하는 참모습에서 장흥군이 충효의 고장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90세 넘는 고령임에도 선산을 돌보기 위해 자주 장평버스정류장에서 10리가 넘는 길을 마다치 않고 걷는 모습을 생각하니 올봄에 내 형제들이 고향 부모님 산소에 벌초를 한번 하자고 제안했을 때 “추석 임박하여 한 번만 벌초하지 왜 번거롭게 두 번 하냐”며 반대한 나 자신의 편안함만을 추구한 잘못된 자세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경찰관의 사소한 행동들이 민원인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수 있다는 고마움과 두려움을 함께 배울 수 있었다. 24시간 신고 출동과 순찰 등으로 수시로 주민들을 만나는 경찰 활동이 자칫 관행을 앞세워 주민의 눈높이와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 소극적이고 무관심한 활동을 할 경우 그간 쌓아 온 친근한 경찰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는 소중한 교훈도 얻었다.

편지를 받고 어르신이 고향 선산을 힘들게 찾는 것이 마음에 걸려 도울 방법을 찾아봤다. 고맙게도 장평면사무소에서 어르신이 장평면에 버스로 도착하면 선산까지 교통편의를 제공해 주기로 하였다. 장평면의 고령 어르신 교통안전 제공 적극 행정은 고향을 떠난 향우들에게 고향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고 무엇보다 타향에 있는 어르신들의 교통 불편함이 다소나마 해소되어 고향과 선영을 한 번이라도 더 방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도움을 흔쾌히 수락한 장평면에 거듭 감사드린다.

참, 이번 중복 날 평생 잊지 못할 복(福)된 감동 편지를 선물 받게 한 주인공은 장동치안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희영 경감이다. 혹시 만나면 많이 격려해 주고 군민의 안전과 행복 지킴이 장흥 경찰은 앞으로도 따뜻하고 정성을 다하는 경찰 활동으로 신뢰와 사랑받는 장흥 경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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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성

프레시안 광주전남취재본부 위정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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