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수도권에서 올해 3.2만호, 내년에는 3만호를 사전청약 받는다고 한다.
실제 공급까지 4년 이상이 소요되는데도 무리해서 사전청약을 받는 이유는 집값을 하향 안정시키려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의도는 이번에도 완전히 실패했다. 수도권 집값이 하락은커녕 급등세를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3.2만호 공급이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의 규모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올해와 내년의 6.2만호에 이어 총 32만호의 3기 신도시 공급이 이어진다. 이 정도면 서울과 수도권 집값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만한 물량이다. 참고로 과거 4년간 서울의 주택수는 연평균 약 4만호가 증가했다.
더욱이 3기 신도시 외에도 수도권 주택공급계획이 여러 차례 발표되었다. 정부 발표 자료에 의하면 문재인정부가 지금까지 수도권에서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물량은 총 181만호에 달한다.
노태우정부의 수도권 200만호 공급에 버금가는 주택공급으로 엄청난 물량이다. 더욱이 그때와 달리 지금 수도권 주택보급률은 거의 100%에 달하고, 인구 증가도 멈춘 상태다. 그러므로 181만호의 주택공급은 노태우정부 때보다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커야 한다.
181만호 공급 발표에도 집값이 폭등한 이유
그런데 왜 집값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을까? 혹자는 181만호가 실제로 주택시장에 공급되는 것은 7~8년 후일 것이므로 지금 당장 집값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주장이다.
주택공급 발표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않고 분양을 받기 위해 기다리기 때문이다. 현재의 주택수요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정부가 수도권에서 181만호 공급계획을 발표했는데도 집값에 영향을 주지 못한 이유는 실수요자들이 분양을 기다리지 않고 집을 샀기 때문이다. 그것도 영혼까지 끌어와야 할 정도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주택을 매입했다. 왜 그랬을까?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만약 정부가 3기 신도시 공급계획을 발표하면서 분양가를 확정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당시 집값에다 실제 공급시까지의 물가상승을 더해서 분양가를 결정하겠다고 공개 약속했다면, 상당수의 실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않고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분양가에 대해 확실한 약속을 하지 않았고, 실수요자는 정부를 믿지 못해서 폭등한 가격에 집을 샀다.
7월 15일 사전청약할 주택의 분양가가 공개되었다. 언론의 분석기사를 보면, 정부를 불신하고 폭등한 가격에 집을 산 사람들의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되었다. 반대로 정부를 믿고 분양을 기다린 사람들은 또 한번 뒤통수를 맞았다.
폭등한 집값을 기준으로 분양가 산정
국토부는 분양가가 주변시세의 80% 이하라고 하지만, 주변시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곳도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기 신도시 공급계획이 발표된 시점과 비교하면 훨씬 더 비싼 가격에 분양을 받아야 한다.
성남복정1은 분양가가 평당 3800만원대로 20평도 안 되는 소형아파트(전용면적 51㎡)가 6억원이다. 이번 사전청약 아파트 중에서 가장 싼 편에 속하는 인천계양지구도 평당 분양가가 약 1500만원이다.
문재인정부에서 두배 폭등한 집값의 80%로 분양가를 산정했기 때문에 분양가가 높아진 것이다. 더욱이 사전청약에서 분양을 받지 못한 실수요자는 향후 더 높아진 분양가에 내집마련을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3기 신도시 등의 주택공급이 집값하락 효과를 낳도록 하려면 분양가를 최대한 낮추어야 한다.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무리할 필요도 없다. 분양가상한제를 제대로 적용해서 분양가를 산정하기만 하면 된다.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택지조성원가)와 건축비에 적정이윤을 더해서 분양가를 결정하는 매우 합리적인 제도다. 건설회사도 적정이윤을 보장받으므로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인천 계양과 남양주 진접 등 3기 신도시의 토지수용은 평당 200만원 이내다. 여기에 토목공사비용과 금융비용을 더하더라도 택지비는 평당 300만원 이내일 것이다.
참여연대가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SH공사의 5개 단지의 실건축비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평균 건축비는 평당 494만원이었다.
택지비와 건축비에 금융비용과 적정이윤을 더해도 평당 1000만원 이내에서 분양가를 결정할 수 있다. 34평 기준 3억4천만원에 분양을 해도 건설회사는 적정한 이익을 남길 수 있다.
3기 신도시 적정분양가 평당 1000만원
그런데 분양가가 평당 1500만원에 달하는 이유는 택지비를 조성원가가 아니라 폭등한 주변시세를 기준으로 산정했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를 원칙대로 적용할 경우보다 평당 500만원이나 더 비싸다. 평당 500만원의 초과이익은 시행사와 건설사의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다.
만약 분양가상한제의 원칙에 의해 분양가를 산정한다면, 실수요자들은 폭등한 가격에 집을 사지 않고 3기 신도시 등의 분양을 기다릴 것이다. ‘패닉 바잉’이 멈추고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비로소 하락할 것이다.
노형욱 국토부장관은 지난 5일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이 필요로 하는 공급 물량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속도감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분양가를 폭등하기 이전 수준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분양가야,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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