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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잃어버린 세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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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잃어버린 세대', 청년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코로나19 시대의 청년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옥죄기 시작한 지도 이미 1년이 훨씬 넘었다. 매일 마스크를 쓰고, 친구나 친지와의 만남을 삼가고,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는 것에 익숙해진 만큼 누적된 피로감과 스트레스도 커졌다. 우리를 다시 자유롭게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백신 역시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기까지는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리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활동의 위축이나 일자리 감소는 사태의 처음보다 덜해진 면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코로나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충격을 가했지만, 그 정도는 철저히 불평등하다. 의료적 측면에서 코로나19는 건강한 사람들에게 전염성이 큰 독감에 가까운 반면, 고령자가 기저 질환자에게는 치명적 위협이다. 일자리 측면에서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은 안정된 직장을 가진 정규직 근로자보다 주로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 등에게서 나타났다. 최근 일부 IT기업의 이익 증가를 배경으로 성과급 논란이 일어난 것은 코로나19 시대의 불평등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제위기 속 청년의 이행 지체

코로나19 시대의 불평등에서 불리한 집단 중 하나는 청년이다. 사실 청년은 코로나19 상황뿐 아니라 경제위기에 직면했을 때, 다른 집단에 비해 그 영향을 더 크게, 더 오래 받는다. 청년은 학교에서 노동시장으로 이행(transition)하는 시기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자 할 때 해고보다 먼저 취하는 수단은 채용의 축소다. 해고는 법적 제약, 기존 노동자의 반발, 사회적 비난 등으로 인해 쉽사리 감행하기 어렵지만, 신규 채용 축소라는 의사결정을 막는 요소는 훨씬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의 신규 채용 축소는 당연히 다른 어떤 연령 집단보다 이행기에 있는 청년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많은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축소하거나 취소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 등 기업 대상 조사에서도, 다양한 구인·구직 업체들의 구직자 대상 조사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채용 축소의 경향을 뚜렷하게 확인되었다. 다행히 2021년 2분기부터 채용 계획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의 채용 상황은 지난 10여 년간 최악의 수치를 보였고 이 시기에 노동시장으로 이행하려던 청년들에게 타격을 주었다.

최근의 채용 상황이 회복세를 보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도 없다. 청년 노동시장에 관한 많은 연구들은 노동시장 진입 초기의 이행 지체가 그 청년의 노동생애 전체에 누적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한다. 노동시장 진입 초기의 실업이나 불완전 취업 경험을 고용주들이 해당 구직자에 대한 부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마치 개인의 육체적 상처가 흉터를 남기듯 노동시장 진입 초기의 실패 경험이 청년에게 남는다는 의미에서 이를 "상처 효과"(scarring effect)라고 한다. 상처 효과로 인해 경제위기는 특정한 코호트(cohort)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쳐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를 탄생시킨다. 서구의 "2008년 금융위기 세대"나 일본의 "취업 빙하기 세대", 그리고 한국의 "IMF 세대"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그리고 현 시대 청년들이 "코로나19 세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속 청년의 삶

채용 축소로 인한 이행 지체와 그 영향이 잃어버린 세대를 탄생시키는 문제는 코로나19 뿐 아니라 모든 경제위기에서 공통적이다. 그런데 청년 입장에서 코로나19 상황이 특별히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중 하나는 대면 서비스업의 위축이다. 지난 십수 년간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임시직 등 단기 아르바이트 참여는 청년의 중요한 이행기 소득 창출 수단이 되었다. 특히 청년들은 음식점, 편의점, PC방 등 대면서비스업의 아르바이트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업종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이는 물론 1차적으로 이 업종의 사업주들에게 큰 피해를 줬지만, 기업의 채용 축소로 길어진 이행기를 버티기 위한 소득이 필요한 청년들에게도 심대한 타격이었다. 실제로 코로나19 시기 청년들의 상황을 조사한 연구들은 "아르바이트 끊긴 청년"의 문제를 빠짐없이 지적한다.

코로나19의 또 다른 측면은 사회적 관계와 문화·체육 등 여가 활동의 축소다. 이 또한 모든 연령 집단에서 공통적이다. 그런데 통계청 사회조사(2019년)에 따르면, 20대는 가장 많은 가족·친척·지인 등과 교류하는 연령 집단이며, 문화·예술 및 스포츠 관람률 및 관람 횟수도 다른 연령 집단보다 높다. 따라서 코로나19가 강요한 사회적 단절의 영향도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코로나19 시기 증가한 청년의 우울에 대한 연구들은 사회적 관계와 여가 활동 축소를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코로나19 상황은 청년의 주거 문제가 새삼스레 부각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감염병으로 인해 가정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주거 환경의 격차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주거 문제도 청년이라는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며,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가진 모든 이들의 문제다. 다만 '지·옥·고'로 상징되는 낮은 주거 환경의 문제가 매우 큰 집단 중 하나가 1인 청년 가구라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시대 청년의 마음건강

코로나19와 청년이라는 생애 주기의 특성이 맞물려 발생하는 이 문제들은 서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상호작용한다. 기업의 채용 축소로 노동시장 이행이 지체되었는데, 지체된 이행기를 버티기 위해 필요한 아르바이트 기회는 오히려 크게 감소했다. 이행의 지체는 장기적으로 경력에 이롭지 않다는 것을 청년 자신도 알고 있지만 여기에 대응할 길이 막막하다. 그로 인한 답답함과 어려움을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지만 사회적 관계는 위축되었고, 기분 전환을 위한 문화·체육 활동 참여도 어렵다. 여기에 청년에 따라서는 다른 가족 구성원의 실업이나 소득 감소, 전보다 오랜 시간 머무르게 된 주거 환경의 열악함, 생활이 어려울 때 발생하기 쉬운 가족과의 갈등 같은 문제가 더해질 수도 있다.

이 모든 문제 속에서 청년의 마음이 건강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청년에 관한 여러 조사들이 마음 건강의 위기를 지적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청년층의 우울증 진료, 자해, 자살 관련 통계가 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블루’는 이제 우리에게 낯선 표현이 아니며, 상담 지원을 위한 바우처 등 정책도 도입되고 있다.

청년의 마음건강에 대응하기 위한 이와 같은 정책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나타난 마음건강 문제의 배경에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청년의 노동, 취업, 소득, 가족 환경, 사회적 관계, 주거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상담 서비스 강화를 통한 마음건강 대응은 꼭 필요하지만, 그것이 근본 원인에 접근하는 방식은 아니다.

코로나19 위기 속 청년 정책의 방향

코로나 위기 속 청년이 겪는 문제는 복합적이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끊어진 청년을 위한 소득 지원, 주거 환경이 열악한 청년을 위한 주거지원, 코로나 블루에 대응하는 마음건강 지원, 이행 지체기에 인적 자본을 축적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교육·훈련 지원, 경력 경로의 수정을 필요로 하는 청년들을 위한 진로 및 경력 지원, 그리고 민간 부문의 고용 창출 역량 감소에 대응하는 공공일자리 확대가 모두 필요하다. 코로나19 대응에 초점을 맞춘 단기적인 정책들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청년의 노동시장 이행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시장 공급 측면의 일자리 정책, 노동시장 수요 측면의 이행 지원을 위한 사회서비스는 청년 정책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다양한 정책의 연결, 이행을 위한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청년 정책 전달 체계의 역할이 핵심적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청년의 문제가 다양한 영역의 정책을 필요로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청년에게 모든 문제가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청년 내부의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으며, 이를 고려한다면 개별 청년의 상황을 진단하고, 그 진단에 기초하여 각각의 청년이 겪는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청년은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기에 청년 정책 역시 청년 내부의 이질성에 반응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청년을 만나고, 청년의 상황을 사정(assessment)하고, 다양한 정책을 연계할 수 있는 전달 체계의 역량이 중요하다.

이는 '이행기'라는 청년의 핵심적 특성의 기본적인 속성이기도 하다. 빈곤이라는 문제가 소득의 부족이라는 공통의 원인이 있는 것과 달리, 이행이라는 문제는 매우 개별적인 원인을 갖는다. 누군가는 학력 때문에, 누군가는 성별 때문에, 누군가는 취업 준비 자금이 부족해서, 누군가는 진로 계획의 부재로 인해 이행이 지체된다. 따라서 청년 정책 전달 체계는 단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정책들을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연계하고 부족한 정책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정책 결정자에게 전달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청년 정책 전달 체계와 청년 간에 신뢰에 기초한 지속적 관계가 형성되어 하며, 이 관계를 기반으로 사례 관리(case management)가 이루어져야 한다.

문제는 우리의 사회서비스 전달 체계가 그 정도의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에 있다. 한국의 사회서비스는 2000년대 이후 양적으로 확대되어 왔지만,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역량은 매우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예를 들어 공공고용서비스 접점 및 접점 인력의 수적 부족과 낮은 서비스 질 문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의 보완을 지적하는 수많은 정책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아직까지 제한적이다.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서비스 전달체계는 공공고용서비스보다 더 부족하고, 그나마 대부분은 대학일자리센터로 노동시장 이행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졸 청년이 접근하기 어렵다.

아직도 공적인프라의 확대를 예산 낭비나 포퓰리즘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한 상황에서 과연 우리의 청년 정책은 한국 사회 정책의 고질적인 서비스 전략 역량 부족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서비스 전달 체계와 전달 인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 없이는 청년 정책의 질적 개선은 난망하다는 사실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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