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4일 “당정 협의 결과 정부과천청사 유휴 부지에 4,00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기 신도시 예정지와 작년 8.4대책의 주택공급 예정지 중 유일한 취소 사례다.
정부와 여당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주택이 공급되면 시장원리에 의해 주변의 집값이 하락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주택공급 예정지의 주민들은 정부 발표에 강하게 반발한다. 3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고양과 파주시민들이 “일산 신도시에 사망 선고”라며 격렬하게 반대한 것도 집값 하락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고양과 김포지역의 반발에 꿋꿋하게 대응했던 정부와 여당이 과천주민의 반발에는 무력하게 굴복한 것은 과천이 힘센 자들과 공무원이 몰려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힘 있는 자들의 반발에 한없이 무력하고, 공무원의 손에서 놀아나는 문재인정부의 실상을 확인한 것 같다.
이 발표를 보도한 기사들의 댓글에 민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부자동네 '땡깡' 부리면 취소하고, 가난한 동네만 혐오시설 짓는 정부” “과천시민 6만은 무섭고 oo시민 70만은 우습나” “GTX도 패키지로 취소하라” 등 정부를 조롱하는 댓글로 도배되다시피했다.
사실 문재인정부는 주택정책에서 가진 자들의 요구에 한없이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3기 신도시 공급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주택공급 예정지로 강남지역이 거론되었는데, 확정 발표에서는 강남지역을 제외했다.
강남은 우리 사회 모든 분야의 권력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들이 집값 하락을 우려하여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했을 것이고, 정부와 청와대는 그들의 압력에 굴복하여 강남지역을 제외했을 것이다.
여당이 지난 4.7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출범시킨 부동산특위 역시 가진 자의 불만에는 귀를 기울이고, 집없는 서민들의 분노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았다. 그 특위의 위원장인 김진표의원은 “국민의 2%에게만 종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희한한 논리를 주장하여 온 국민의 비웃음을 샀다.
국토연구원이 7일 발표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의하면 “종부세를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69.4%에 달했다.
그런데도 김진표위원장은 “종부세를 완화하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다”며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송영길대표도 ‘상위 2% 종부세’를 강력하게 지지한다.
종부세를 내는 2% 인구에게 잘 보이면 나머지 98% 인구의 분노를 사더라도 선거에 유리하다는 그의 셈법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산수란 말인가?
5월 27일 여당의 부동산특위가 집값 대책을 발표했는데, 그 핵심은 ‘주택임대사업자들에게 임대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세제 혜택을 100%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가 지구상의 어떤 나라에도 없는 집부자 감세 정책이라는 사실을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세금특혜가 집값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이었음은 실증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여당 부동산특위는 주택임대사업자 세금특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전국에 160만채 임대주택을 소유한 51만명 집부자들의 이익을 2300만 무주택 국민의 고통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과천 부지에 4000가구 공급 취소’ 결정은 국민이 위임한 국가권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우리 사회 힘센 자들의 반발에 무력하게 무릎 꿇는 정치집단에게 또다시 권력을 맡기려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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