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기념일’을 맞아 충북 도내 각 지자체가 다른 지역과 달리 ‘역사를 잊은’ 행보를 보여 도민들의 아쉬움을 샀다.
동학농민혁명기념일인 지난 11일 관련 동학 관련 주요 전적지가 있는 도내 지자체의 단체장 일정에는 추모식이나 기념식이 없었다. 행사 자체가 마련되지 않은 데다 기념사도 없었다.
동학혁명기념일은 지난 2019년 2월19일 국무회의에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가결해 국가기념일로 공식 제정됐다.
동학농민혁명은 1894년 전라도 고부에서 농민들의 봉기로 시작돼 반봉건‧반침략‧항일투쟁으로 발전해 독립운동과 무장 항쟁으로 계승됐다.
충북에서는 동학 교조인 최제우가 동학의 교리 가사집인 용담유사를 1881년 단양에서 발간했고, 동학 전쟁 동안에는 청주와 보은에서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다.
충북에서 청주 문의와 보은 장내‧종곡리는 동학교도들이 일본군과 관군 연합군에 의해 처참하게 패한 곳으로 기록돼 있다.
역사는 동학혁명 과정에서의 많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과부의 개가 △노비문서 소각 △횡포 부호 처벌 등이 담긴 폐정 개혁 27개 조항을 높이 평가해 봉건제도를 타파하고 민주주의 주창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민자 전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2017년 9월 충북 청주에서 진행한 동학학회의 ‘충청도 청주 동학농민혁명’ 학술대회 학술총서 머리말에서 “동학은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학”이라며 “동학은 상고시대 이래 면면히 이어져 온 민족정신의 맥을 살려 주체적으로 개조‧통합‧완성해 토착화시킨 것으로 전통과 근대, 그리고 탈근대를 관통하는 아주 오래된 새것”이라고 밝혔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동학혁명 127주년 기념사에서 기념사를 통해 “동학은 봉건사회의 부정부패와 외세의 침략에 맞서 일어났다”며 “일제와 관군으로 뜻은 이루지 못했지만,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진리와 민족의 자주정신을 일깨워 항일운동의 뿌리가 됐고, 4·19혁명‧5·18민주화운동‧6월 항쟁 등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충남 공주시 김정섭 시장은 금학동 우금티 동학혁명 전적지에서 열린 기념식을 열었다. 김 시장은 기념식에서 ‘다시 살아나는 우금티’라는 시비 제막식을 하면서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되돌아보고 후세에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며 “동학혁명군 최후 전적지로 기록된 우금티의 역사성을 강화하는 성역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충북 최대 동학혁명 격전지였던 보은군은 기념행사는 물론 정상혁 군수가 별도의 성명도 발표하지 않았다. 공식 일정에 동학 관련 행사는 없었다. 보은군은 동학혁명위령탑이 충북에서 유일하게 건립돼 있고, 장내리와 종곡리 등은 동학의 최대 전적지가 있는 곳이어서 사실상 근대 민주주의 운동의 성지로 불릴만한 곳이다.
청주와 단양 등에서도 별도의 성명서가 없었다. 청주는 동학교도로 활동하다 후에 천도교를 창시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 분인 손병희 선생의 생가가 있는 곳이고, 단양은 동학의 교조 최제우 선생이 용담유사를 간행한 곳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정상혁 보은군수는 “코로나19로 동학 관련 아무런 행사도 마련하지 않았다”며 “성명서도 발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민 A 씨(57‧청주 흥덕구 복대동)는 “다른 지자체의 역사의식 고취 의지와 달리 충북의 관련 단체장에게서는 이 같은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코로나19를 핑계로 우리 근대사의 큰 변곡점이었던 동학농민혁명이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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