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를 출범시킨 원동력이 촛불 집회였음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촛불 집회에 참여한 핵심계층은 2~30대 젊은 세대와 서민계층이었다.
그 핵심지지층이 문재인정부에서 "벼락 거지"가 되었다. 집값폭등이 만들어낸 이 신조어는 문재인정부 집값 정책의 산물이다. 성실하게 살아온 중산층이 별안간 경제적 하층으로 전락했으니, 그 고통과 분노는 필설로 형언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아파트 평균가격은 국민은행 리브온 통계에 의하면 6억원이었다. 강북에는 2~3억원이면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수두룩했다.
올해 3월에는 평균가격이 11억원으로 폭등했다. 이 돈을 주고 서울에서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무주택자는 극소수일 것이다. 강북도 2배 이상 폭등했으니 무주택자들은 평생 내집 없이 살아야 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2~30대도 '내집 마련'의 꿈이 불가능해졌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내집 마련'은 가능한 꿈이었다. 성실하게 일하고 알뜰하게 저축하면 30대 중후반에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다. 부족한 자금은 대출로 충당하고, 10년여 절약하면 대출을 상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4년 만에 그 꿈이 불가능해졌으니, 2~30대와 서민들이 문재인정부에 극도의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무주택 국민과 2~30대, '내집 마련' 꿈을 빼앗겼다
어느 정권이든 핵심지지층을 배신하고 권력을 유지할 수 없음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지난 4.7보궐선거는 그 진리가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그런데 청와대와 여당은 이런 자명한 진리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벼락 거지"가 된 핵심지지층이 정권을 심판한 사실에 눈을 감은 채, 집있는 사람들의 불평에만 귀를 기울이니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페북에 보궐선거에 대한 글을 올렸다. "보궐선거에 대한 반성은 부동산정책의 전환에서 시작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을 볼 때만 해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런데 그가 제시한 해결책이 실로 기가 차다. "첫째 재산세 인하, 둘째 공시가 인상 축소, 셋째 대출규제 완화와 대출금리 인하"였다.
그는 집없는 시민의 정권 심판이 아니라 집있는 사람들의 불만을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진단한 것이다. 더욱이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폭등한 집값을 떠받치겠다는 것 아닌가?
같은 당의 정청래의원은 1주택자 보유세를 인하하고, 2주택자의 양도세를 완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용우의원은 어느 인터넷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다주택자를 도덕적 잣대로 평가해 나쁜 것이라 규정"한 것을 꼽았다.
송영길의원은 한술 더 떠서 무주택자에게 집값의 90%까지 대출해주자고 주장했다. 무주택 국민이 집을 못 사는 이유가 집값폭등이 아니라 대출규제 때문이라는 발상이 실로 어이가 없다.
집있는 사람들의 불만이 선거 참패의 원인이다?
보궐선거가 끝나고 10여 일간 여당의원들은 선거 참패의 원인 분석과 대책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그러나 자신들이 폭등시킨 집값 때문에 하루아침에 중산층에서 “벼락 거지”로 전락한 무주택 국민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이 겪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집값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 대신 집값 폭등으로 수억원의 자산이 증가한 유주택자들의 불평에는 적극 화답하고 있다.
서울에서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은 4년간 평균 5억원의 재산이 늘었다. 평생 일해서 저축해도 모을 수 없는 돈을 문재인정부의 집값정책으로 가만히 앉아서 번 것이다.
그 사람들이 수백만원 오른 종부세에 대해 불평하고, 그 불평을 보수언론이 대문짝만하게 보도한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보수언론의 보도를 바탕으로 보궐선거의 참패 원인을 판단하고 대책을 내놓는다.
무주택 국민과 2~30대는 여당 국회의원들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폭등한 집값을 원상회복시킬 의지가 전혀 없음을 알고 마음속에 절망과 분노의 불길이 뜨겁게 타오를 것이다.
이들이 절망과 분노를 표출할 기회는 선거뿐이다. 내년 대선에서 무주택 국민과 2~30대가 지난 보궐선거보다 더 무섭게 심판하리라는 것을 거대여당의 국회의원들은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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