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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정부, 가짜 '그린' 말고 진짜 '응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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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정부, 가짜 '그린' 말고 진짜 '응답'해야…

[함께 사는 길] 쓰레기로 버릴까? 자원으로 순환할까? ③

폐기물 발생이 줄지 않는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 걸까. 분리배출만 잘하면 쓰레기가 아닌 자원이 되는 것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여전히 우리가 버린 상당수의 쓰레기는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제1의 혐오시설로 경원시되는 소각장은 더 짓기 힘들고 매립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쓰레기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답을 찾기 위해선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할 때다. 이 쓰레기는 어디서 온 걸까? 라벨 없앤 페트병은 친환경인가, 생분해되는 일회용품은 정말 괜찮은 걸까? 쓰레기를 자원으로 만들어야 쓰레기가 준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쓰레기를 자원으로 삼는 문화, 그것을 현실화할 사회 인프라다. 편집자 주.

우리집 쓰레기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까?
쓰레기 될래? 자원으로 순환할래?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시민들이 행동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에도 13개 지역에서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우리동네 플로킹에 참여하는가 하면 지난해 서울환경연합에서 진행한 1회용기와 포장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온라인 시민 참여 캠페인에는 한 달간 약 5000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참다못한 몇몇 시민들은 직접 포장재 없는 가게를 내고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한 제로웨이스트 상점에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으며 1월 한 달 동안 판매한 리필제품은 총 9만7000리터에 달한다. 단 한 달 만에 100리터 용기 970개의 사용을 줄인 셈이다. 단순히 일회용 봉지, 일회용 컵 대신 장바구니,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용기까지 내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쓰레기는 줄지 않고 있으며 2018년에 이은 제2의 쓰레기 대란이 올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지난해 7월 환경연합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과대 포장·재포장재가 가득 찬 초대형 봉투 앞에서 과대포장 퇴출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환경운동연합

기업 눈치 보는 정부

지난 2018년 중국의 폐기물 수입 거부로 인해 촉발된 쓰레기 대란을 겪은 후 환경부와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재활용 폐기물 관리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제조 단계에서 재활용이 쉽게 생산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단계적으로 퇴출, 생산자 책임 강화, 과대포장 금지 등을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2022년에 30%, 2030년에 50% 감축하고 2018년 재활용 비중 34.4%를 2022년에 50%, 2030년에 7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어 지난해 12월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3월에는 2021년 환경부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발표하며 생산 및 소비 감축, 재활용 확대, 직매립 금지 등 폐기물 전 과정 관리 강화, 2050 순환경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책 발표 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PVC, 유색 페트병 등 재활용 어려운 재질 사용 금지, 비닐봉투 무상제공 금지 등 일부 의미 있는 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도 쓰레기는 줄지 않고 있다. 정부가 중점으로 둔 플라스틱만 하더라도 2020년 폐플라스틱과 폐비닐은 2019년보다 14.6%, 11% 증가했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석유화학산업협회 통계도 다르지 않다. 플라스틱 원료에 대한 2020년 국내수요는 LDPE 409천 톤, HDPE 1057천 톤, PP 1546천 톤, PS 182천 톤 등으로 2018년과 비슷하거나 늘었다. 2022년에 30%를 줄이겠다는 목표가 1년 만에 달성될지 벌써부터 의문이 드는 이유다.

정부는 코로나19 영향 때문으로 설명한다. 배달음식과 택배 물량이 증가했고 그에 따른 폐기물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 탓도 적지 않다.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일회용장갑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했다. 환경연합 활동가를 비롯한 일부 시민들이 일회용장갑 대신 개인 장갑 사용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해놓고 코로나19 핑계로 일회용 컵 사용을 허가했다. 이에 일부 매장에서는 개인 다회용 컵까지 금지하고 일회용 컵만 제공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결국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일회용품이 코로나19에 안전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면서 일회용품 사용을 부추긴 꼴이 됐다.

환경부가 너무 자발적 협약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환경부가 관련 업계와 맺은 자발적 협약 건수는 약 10개 정도다. 일부 자발적 협약에 대한 이행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공개되지 않았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배달용기 역시 2020년 5월 환경부는 포장배달용기 관련업계 간 '포장배달 플라스틱 사용량 감량을 위한 자발적 협약서'를 체결했다. 이들은 포장배달 용기의 개수를 줄이고, 용기 두께를 최소화하는 등으로 용기에 쓰이는 플라스틱을 근본적으로 줄이고 포장배달 용기의 재활용이 쉽게 되도록 재질을 단일화하고 재활용이 쉬운 포장배달 용기를 자체적으로 인증하는 제도를 2020년 안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환경부와 배달업계는 이를 통해 2018년 기준 포장배달에 사용되는 1회용 식기류 40억 개와 접시 용기 46억 개 중 20% 감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 이들의 협약 내용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됐지만 2020년에 도입하기로 한 인증 제도를 비롯해 이들의 자발적 협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는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 백나윤 활동가는 "자발적 협약은 말 그대로 자발적이기 때문에 협약 이행 사항을 위반해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그러나 기업들은 협약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원순환에 기여한다는 이미지를 얻어간다. 협약이 그린 마케팅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협약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자발적 협약을 거쳐 도입한 법 제도도 기업들의 반발로 연기되거나 제외되기도 했다. 일명 재포장금지법이 대표적이다. 2019년 12월 환경부는 생활폐기물의 35%를 차지하는 포장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이중포장 금지, 과대포장 규제 대상 확대, 제품 대비 과대한 포장방지를 위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1월 16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 후 2020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업들의 반발로 시행이 연기됐다. 우여곡절 끝에 2021년 1월 시행이 되었지만 이조차도 관련 업계가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며 3월까지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중소기업은 7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제품의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평가 제도'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포장재 재질 및 구조를 재활용이 쉽게 유도하기 포장재의 재활용 의무생산자가 제조수입하는 포장재 및 이를 이용하여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재활용 등급평가를 진행하고, 제품 포장재에 '재활용 최우수', '재활용 우수', '재활용 보통', '재활용 어려움' 중 1가지를 표기하도록 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아 2018년 12월 관련 법을 개정, 9개월간의 계도기간(2020.9.24.)을 거쳐 올해 3월 24일 시행된다. 하지만 화장품 용기는 예외로 적용하면서 논란이 됐다. 화장품 용기는 다양한 재질이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내용물이 남아 있어 재활용이 어려운 대표적인 용기로 관련 업계와 시민사회는 화장품 용기 중 90% 이상이 '재활용 어려움'이 표시될 것으로 예측됐다.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환경부는 표시 적용 예외일 경우 생산자가 자체 회수체계를 갖춰 재활용하도록 명시했지만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백나윤 활동가는 여전히 법 제도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케냐에서는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금지다. 비닐봉투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징역 4년 혹은 벌금형에 처해진다. EU는 2021년 1월 1일부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플라스틱세를 전격 시행했다. 이에 따라 모든 EU 회원국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 kg당 0.8유로(80ct)의 세금을 내야 한다"며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너무 느슨한 편"이라며 법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플라스틱 병 뚜껑 등 작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서울환경연합 플라스틱 방앗간에 시민들이 보내준 작은 플라스틱들이 쌓여있다. ⓒ서울환경연합

가짜 '그린'으로 생색내는 기업들

사실 쓰레기 문제 해결에 가장 기본은 제조 단계에서 쓰레기를 생산하지 않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경우 재사용 및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제조해야 한다.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환경연합이 지난해 22개 기업에 2025년까지 플라스틱 감축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3개 기업만이 있다고 응답했다. 없다는 기업이 10개, 대답조차 하지 않은 기업은 9개나 된다. 이에 반해 정부의 제도 도입으로 달라진 플라스틱 정책에 대해서는 자사의 자원순환 노력이라며 대대적으로 포장하고 있다. 라벨을 없앤 페트병이 대표적이다. 마치 라벨 하나 없앤 것으로 전체가 친환경인 듯 홍보하고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도 마찬가지다. 비닐봉투, 일회용 컵, 일회용 용기, 빨대 등 생분해 플라스틱을 사용한 일회용품이 적지 않다. 이들 기업은 생분해 플라스틱이 옥수수 전분 등 식물성 수지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자연적으로 분해가 된다며 마치 플라스틱 대안으로 홍보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에서 발급한 인증표시마크도 한몫하고 있다. 환경부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지원법에 따라 생분해성 수지를 사용 후 매립 등 퇴비화 조건에서 자연계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되는 수지로 정의하며 생분해성 수지 제품을 인증해주는데 2017년 249개에서 2021년 8638개로 40배나 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녹색연합이 펴낸 '플라스틱 이슈리포트, 생분해플라스틱의 오해와 진실'에 생분해(바이오) 플라스틱의 문제점이 담겨 있다. 옥수수 등 생분해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할 식물성 수지를 대규모로 생산할 경우 그에 따른 문제점이 발생하며 일부 바이오 플라스틱 원료로 유전자 변형 식물이 사용되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한 바이오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며 오히려 일반 플라스틱과 섞여 분리 배출될 경우 기존의 플라스틱 재활용 노력을 악화시킬 수 있는 점도 지적했다. 환경부는 2022년부터 포장재에 바이오재질 표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혼동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결국 자연계에서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된다는 근거는 종량제 봉투에 담겨 소각 또는 매립돼야 하는데 소각될 경우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된다는 인증 기준에 맞지 않는다. 설령 종량제 봉투에 담겨 매립지로 간다고 해도 실험실 조건과 달라 동일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일부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매립지에서 분해되면서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가스를 생성시킨다고 녹색연합은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생분해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아도 되는 사회인가?"라며 "생분해된다며 친환경을 내세우지만 실제 생분해 조건으로 처리되지 못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친환경성을 방영한 처리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는 정부 모두 책임이 있다. 생분해가 되기 때문에 괜찮은 포장재가 아니라 불필요한 포장재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은 답해야

더 이상 쓰레기가 갈 곳은 없다. 해법은 정해져 있다. 쓰레기를 원천적으로 만들지 않은 것, 그럼에도 발생하는 쓰레기는 재사용과 재활용을 통해 순환하는 것이다. 당장 불필요한 포장과 일회용은 금지시키고 재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이 용기를 냈고 더 적극적인 정책과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용기 낸 시민들에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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