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보궐선거 결과는 내년 대선과 연동되어 있고 집권세력의 레임덕 여부와 직결되어 있다. 광역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가 정치판을 요동치게 할 결정적 방아쇠로 작용하는 셈이다. 보수야권의 단일 후보로 제1야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된 사실과 현재의 선거 판세는 몇 가지 지점을 시사한다.
첫째,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확연하게 드러난 집권 핵심 친문 세력의 자기논리에 갇힌 오만함과 이에 기인한 민심과의 괴리는 선거를 정권 심판론의 프레임으로 만들었다. 검찰 개혁을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며 윤석열 검찰을 구악으로 내몬 행태는 정권 초기에 윤석열을 차용하여 '적폐청산'을 국정동력으로 삼았던 행위와 모순적이지 않을 수 없다. 강경한 친문 지지층을 제외한 많은 사람들은 정권이 자신들과 연관되어 있는 수사에 대한 방어막을 치기 위해 윤석열을 찍어내려 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부동산 실패를 강변하고 결국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건을 맞게 되었다. 뒤늦게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사과하고 한껏 자세를 낮췄으나, 이전부터의 윤미향 사건, 인천국제공항 사건 등 굵직한 현안에서 개혁과 조화되지 않는 모습들이 중첩되면서 국민의힘에 지지율을 역전당하게 된 상황을 초래했다.
둘째, 국민의힘이 '원초적 한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에서 연전연승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의 개혁 정책 때문이 아니라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등 국민의힘의 전신들이 보여주었던 냉전수구적 행태 때문이었다. 태극기 세력은 민주당 승리의 원동력이 됐지만 여전히 야당 주류는 '태극기'와 결별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박근혜 탄핵과 5·18 민주화 운동 반성 등으로 보수진영은 태생적 약점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더 이상 국민의힘을 비난할 근거가 사라지고 정당 간의 공방만 남았다. 또한 집권 세력의 내로남불 행태는 유권자를 지치게 했다.
셋째,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에 등을 돌렸지만 국민의힘에 다가가지 못한 유권자들은 중도 지향 후보가 등장함으로써 대안 세력으로의 가능성을 보인 제1야당에 마음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정당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능가한다는 것은 상상 밖의 일이었다.
넷째, 오세훈의 단일화 승리는 중도지대 정당의 한계를 또 한 번 느끼게 했다. 양대 거대정당 체제에 실망한 중도지대의 유권자를 담을 제3지대 정당의 탄생은 윤석열이라는 상수에 가까운 변수로 가능성을 보였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결국 정치지형은 제1야당이 중도까지 포괄하는 정당개편으로 갈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다섯째, 그렇다면 민주당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만약 민주당 후보인 박영선이 승리한다면 집권 세력의 독주와 오만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내년 대선의 필패로 귀결될 수 있다. 지금의 양대 정당의 관계는 불과 한 달 전에도 잘 상상되지 않는 형국이었던 것처럼 민심은 항상 요동치고 순간 급변한다.
만약 박영선이 진다면 민주당 내부에서 성찰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이를 중심으로 여권의 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보궐선거 패배는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도 물론 가능하다. 민주당 패배가 당 자체를 정권 심판의 거대한 회오리 속으로 몰아가서 백약이 무효일 수도 있다.
정치란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가치 판단의 영역이지만, 현실에 토대를 둔 권력의 쟁취를 위한 제반 현상이 또한 정치다. 그러나 결국 정치는 민심을 거스를 수 없고 민주주의는 주권자의 일반의지에 부응하는 쪽이 이기는 시스템이다. 민주주의가 중우정치와 다수결 정치의 위험을 항상 안고 있지만 인류가 발견한 차악(次惡)의 제도인 이유이다.
민주당은 결과적으로 민심과 다른 쪽을 바라봤다. 물론 선거 승패와 관계없이 기회는 남아있지만, 180석을 가진 거대 여권이 방향을 선회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동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다시 맹자의 말이 생각난다. '민위귀 사직차지 군위경(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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