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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는 사람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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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는 사람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할까?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배달앱 이면의 감시와 위험의 외주화

"빅 브라더는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Big Brother is watching you)." 조지 오웰, <1984>

코로나 19(COVID-19)라는 전례 없는 팬데믹의 시대를 경험하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외식을 하기보다는 음식을 배달해 먹는 비중이 늘어나게 되었고, 배달을 하지 않았던 식당들조차 생존을 위해 배달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바야흐로 배달 전성시대를 맞아 급부상하고 있는 배달 플랫폼들, 편리함을 무기로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해줄 수 있을까?

배달 플랫폼 등장에 따른 일상과 경제 공간의 재편

배달앱(어플리케이션)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에는 소비자가 직접 업체에 전화해서 주문을 하면, 업체에 소속된 직원이 배달을 해주는 형태가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배달 시스템 하에서는 배달 가능한 음식 품목도 제한적이었고, 전단지나 책자가 없으면 어디서 배달을 하는지 찾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소비자, 배달원을 연결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는 배달앱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불편함은 일소된 것처럼 보인다. 소비자는 스마트폰 상의 GPS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 주변에 있는 식당이나 평점이 높은 식당들을 골라 터치 몇 번만 하면 원하는 음식을 주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배달 예상 시간과 배달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많은 전담 배달원을 확보하지 않고도 그때그때 들어온 주문을 배달해줄 수 있으며, 앱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서비스가 도달하는 공간적 범위도 확장되었다.

배달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에만 배달콜을 받아 배달을 수행하고, 건별로 수수료를 받아갈 수 있게 되어 시간과 공간을 유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배달 플랫폼의 등장은 배달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우리의 경제와 일상의 지리를 재편하고 있다.

배달앱(쿠팡이츠)의 배달 프로세스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배달 플랫폼들을 살펴보면, 주로 배달 대행업체와 계약해 안정적으로 라이더들을 확보하는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플랫폼이 있는가 하면, 배달 대행업체와 계약보다는 파트너 앱에 라이더로 등록하면 누구나 라이더가 될 수 있는 쿠팡이츠와 같은 플랫폼도 존재한다.

특히 개개인을 라이더로 활용하는 쿠팡이츠는 "누구나 쉽게", "원할 때만", "유연한 시간 활용"과 같은 아이디어를 내세워 라이더를 모집하며, 피크타임제를 통해 수수료를 더 주거나 주문이 많은 지역을 공유하는 등 여러가지 장치를 동원해 신규 라이더들을 확보한다. 확보된 쿠팡이츠의 라이더들은 플랫폼 속에서 개인 대 쿠팡이츠 간 계약을 통해 일하게 된다.

▲ 그림 1. 쿠팡이츠의 배달 파트너 어플리케이션

그렇다면 배달 플랫폼은 어떤 식으로 음식을 식당에서 소비자에게까지 전달하는 것일까?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배달 플랫폼들 중, 쿠팡이츠의 배달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우선, 소비자가 쿠팡이츠에 입점해 있는 업체들 중 한 곳에 주문 및 결제를 완료하게 되면, 매장에서는 주문을 수락하고 조리 예상 시간을 설정한다. 소비자와 식당의 매칭이 완료되면, 쿠팡이츠에서는 배달 파트너 앱을 온라인 상태로 해둔 라이더들을 자동으로 배정한다. 이 때 배정방식은 AI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라이더와 식당, 배달지의 거리, 그리고 라이더의 이동 수단 등을 종합하여 산출한다.

알고리즘에 의해 배달을 배정받은 라이더는 요청 수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라이더가 배달 요청을 수락하면, 라이더는 AI가 계산한 약속 시간 내에 매장에 도착해야 하며,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가면 배달파트너 앱 상의 안내 화면이 빨간색으로 변하고 시간을 초과하면 마이너스 시간이 표시된다.

라이더가 매장에 도착하면 음식을 픽업해 주문받은 장소에 전달하게 되는데, 이 때 소비자가 적은 배달 요청 사항을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음식을 전달받은 소비자는 라이더의 시간 내 배달, 요청 사항 수행 여부에 따라 만족도 평가를 하게 된다.

노동자를 규율하는 배달앱

터치 몇 번이면 맛집의 음식을 내 집에서 먹어볼 수 있고, 또 내가 일하고 싶을 때만 일하면서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플랫폼 경제가 그리는 편리함의 장밋빛 미래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편리함 이면에 숨겨진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바로 노동자들이 시스템에 순응하게 만드는 디지털 감시 시스템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규율에 순응하게 만드는 것인가?

▲ 그림 2. 배달 파트너 앱 내의 평점 시스템

먼저, 배달앱 내의 평점 시스템은 플랫폼 경제 상 노동자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감시 시스템을 실현한다. 온라인 플랫폼들은 자영업자, 소비자, 라이더로부터 얻은 엄청난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노동자들을 평가한다. 배달 앱에는 배달 수락률, 배달 완료율, 소비자 평가를 종합해 평점을 산정하는 평점 시스템이 존재한다. 원래는 AI가 산정한 배달 시간 내에 배달했는지 여부도 평가에 포함되었으나 현재는 제외되었다.

평정 시스템은 배달 수수료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콜만 받으려 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 그리고 최소한의 서비스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거리가 너무 멀어 음식이 식을 것이 우려되어 식당과 합의 하에 배달콜을 수락하지 않는 경우에도 라이더의 배달 수락률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서 라이더의 평점이 떨어지면, AI는 해당 라이더에게 배달을 배정하는 빈도를 줄이며, 계약 해지를 하기도 한다. 개개인의 위치, 신체나 상황, 맥락은 평면화되고, AI 시스템의 기계적인 판단만이 점수로 남게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플랫폼 업체들이 어떤 식으로 평점 산정을 하고, 이것에 배달 배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공개하지 않는 데서 발생한다. 평가가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모르지만, 발생할 수도 있는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라이더들은 배달 수락 여부부터 배달 시간, 손님 응대까지 모든 것을 동시에 신경써야 한다. 이는 데이터로 이루어진 AI 알고리즘이라는 보이지 않는 권력을 바탕으로 노동자들이 자기 규율을 수행하게 만든다.

두 번째는 "원할 때 일할 수 있다"는 자유의 이면에 놓인 책임과 위험의 외주화 문제다. 배달 플랫폼들은 배달을 수행하는 라이더들을 '파트너'라는 단어로 부르면서 이들이 배달앱이라고 하는 공동체에 속해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의 책임은 전적으로 배달원에게 전가된다.

이들은 배달앱에 고용된 고용자가 아니라 배달앱과 계약을 맺은 일용직 노동자이자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현대의 고용-피고용 관계에서 보장되는 4대 보험과 최저임금 등이 적용되지 않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 소재 또한 불분명하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는 플랫폼 경제가 계약을 맺는 노동 외주라는 방식은 기존에 기업이 담당했던 복지와 위험부담을 개인이 담당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신이 원할 때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개개인에게 좋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일자리와 소득의 안정성을 해치면서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볼 때 플랫폼 경제를 통해 실현되는 노동의 세계는 좋은 점만 있는 유토피아라기보다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묘사한 빅 브라더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감시사회로의 유혹>의 저자 데이비드 라이언은 감시란 우리가 평소에 누리는 효율성과 편리함에 수반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배달앱이 제공해주는 편리함과 노동시간의 유연적 활용이라는 장점 때문에 배달 기사 노동 활동에 대한 감시, 위험책임 외주화 및 노동자의 안전 복지 소외 등의 문제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필자 소개 : 김수정 박사는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교육과 인문지리학 전공으로 '로스앤젤레스 의류 산업의 글로벌 사회-경제 네트워크와 민족관계 연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전남대학교 지역지리정보센터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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