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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폭탄'이 아니라 '종부세 특혜'가 문제다

[기고] 2월 17일 종부세법시행령 개정으로 임대사업자 종부세 특혜 더 확대

때아닌 '종부세 폭탄' 기사가 난무한다. 종부세고지서가 발부되는 것은 11월 말경이다. 종부세 대상이 확정되는 시점도 6월 1일이다.

지금 주택을 소유하더라도 6월 1일 전에 매도하면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 종부세를 누가 부담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종부세 대상자가 21만 가구 증가했다는 기사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

'종부세 폭탄'의 근거는 공시가격 상승과 종부세율 인상이다. 서울의 경우 올해 공시가가 평균 19.91% 올랐다. 공시가격 상승은 집값급등의 결과이므로 종부세를 더 부담하는 가구들은 그보다 몇십 배만큼 재산이 증가했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다주택자들은 가혹할 정도로 종부세 부담이 증가한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이는 현실을 전혀 모르고 쓴 기사다. 다주택자들이 종부세를 1원도 내지 않고 빠져나갈 구멍을 정부가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분석에 따르면 강남구 ㄱ 아파트(114㎡)는 1주택자일 경우 종부세가 556만원 오른다. 재산세를 합해도 보유세 증가는 742만원이다. 그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작년에만 3억4000만원 올랐다. 공시가 기준으로 계산해도 보유세 증가액의 46배만큼 재산이 증가했다.

160만채 임대주택 대부분이'종부세 0원'

이론상으로 2주택자부터는 종부세 부담이 급증한다. 공제액이 공시가 기준으로 9억원에서 6억원으로 줄고, 종부세율도 크게 오른다.

가령 공시가 5억9000만원인 관악구 아파트와 15억5000만원인 강남구 아파트를 소유한 2주택자는 보유세가 무려 2363만원 증가한다. 이런 세금부담이 무거워서 주택 한 채를 매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사가 보도된다.

그러나 이런 세금계산은 말 그대로 '이론상' 그렇다는 것이지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만약 2주택자가 강남구 아파트를 공시가가 6억원 이하였을 때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면 상황은 극적으로 반전된다. 공시가가 아무리 올라도 종부세를 1원도 내지 않는다.

전국에 등록된 160만채 임대주택의 대부분이 '종부세 0원'의 특혜를 누리고 있다.

종부세법시행령 제3조(합산배제 임대주택)는 종부세를 비과세하는 대상을 규정하고 있는데, 임대사업자가 등록한 임대주택이 그 대상에 포함된다.

'합산배제'란 비과세를 의미하는 법률용어로 말 그대로 종부세를 산정할 때 주택을 합산하지 않고, 따로따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각 주택의 공시가가 6억원 이하일 경우 종부세를 비과세한다. 그것도 임대주택 등록일을 기준으로 하므로 등록 후 주택가격이 급등해도 종부세는 0원이다. 특혜도 이만한 특혜가 없다.

집값이 비싼 서울의 경우 2주택자의 상당수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여 '종부세 0원'의 특혜를 누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어마어마한 세금특혜를 받는 2주택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는지에 대해 국토부는 자료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서울 3주택자 이상 대다수 임대사업자로 등록했을 것

3주택자 이상은 대부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에 3주택 이상을 소유할 경우 주택가액이 20억원을 넘을 것이므로 종부세 부담이 수천만원에 달할 것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종부세 0원”의 특혜를 누릴 수 있는데, 수천만원의 종부세를 부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시가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면 누구나 임대주택 등록이 가능했므로 2017년과 2018년 임대주택 등록이 봇물을 이뤘다.

몇 달 전 어느 국회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에서 임대주택을 가장 많이 등록한 3명이 모두 서울 거주자다. 1위는 임대주택을 753채나 등록한 서초구 거주자이고, 2위는 591채 등록한 강서구 거주자, 3위는 586채 등록한 마포구 거주자였다.

그 주택들의 상세 내역을 국토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서울 거주자들이므로 상당수의 주택이 서울과 수도권에 소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채당 가격이 서울평균 주택가격보다 낮은 4억원으로 가정하더라도 이들 3명의 총주택가액은 각각 3012억원, 2364억원, 2344억원이다.

종부세를 정상적으로 과세할 경우 이 3명이 부담해야 할 종부세액은 각각 100억원을 크게 초과한다. 그러나 종부세법시행령 제3조의 '합산배제' 조항에 의해 이들 3명은 종부세를 1원도 안 낼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위 시행령 제3조를 폐지하여 종부세를 정상적으로 과세하면, 이들 3명이 소유한 1930채의 상당수가 매도로 나올 것이다. 이 외에도 서울에 등록한 임대주택 50만채의 상당수가 매도로 나올 것이므로 집값은 대폭 하락할 것이다.

집없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집값정상화 시민행동'은 작년 11월과 12월, 올해 2월 기자회견을 통해 이러한 종부세 특혜를 폐지할 것을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은 이 세금특혜를 폐지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 같다.

2월 17일 종부세법시행령 개정해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더 확대

지난 2월 17일 국무회의는 이 시행령 제3조를 개정했는데, 놀랍게도 세금특혜를 폐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확대했다. 건설회사가 등록하는 임대주택의 대상을 공시가 기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고, 전용면적 기준을 85㎡에서 149㎡로 대폭 확대했다. 건설회사가 분양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여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여 '종부세 0원', '양도세 100% 감면' 등 엄청난 세금특혜를 누리도록 해줬다. 건설회사들이 앞으로 분양가를 더 올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집없는 국민이 겪고 있는 극도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집부자와 건설회사의 이익에만 골몰하는 청와대와 정부의 본심을 읽을 수 있다.

언론이 말하는 '종부세 폭탄'은 재산이 증가한 금액의 일부를 세금으로 더 부담하는 것으로 '폭탄'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것마저도 2주택자 이상은 빠져나갈 커다란 구멍이 있다.

이 구멍을 허용하는 법이야말로 과세의 공정성을 무너뜨리고 집값을 폭등시킨 악법 중의 악법이다. 이 세금 특혜를 폐지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되살리고, 무주택 국민의 고통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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