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고바우 영감 다꽝 먹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고바우 영감 다꽝 먹다

예전 신문에 4단 만화로 유명한 인물이 고바우 영감이다. 현실을 풍자하고 비판하기도 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잘 희화했는지 모를 정도로 독자층이 많았던 작품이다. 작가는 이미 고인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가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것이니 그 유래가 꽤 오래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바우 영감 덕인지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꽤 높은 바위나 언덕이 있으면 그것을 일컬어 고바우라고 하였다. “앞에 고바우가 나타났어.”라고 하면서 큰 바위나 높은 바위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高바위’가 변해서 ‘고바우’로 된 줄 알았다. 지금도 거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높은 언덕도 고바우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사실 고바이라는 말은 일본어이다. 언덕을 일본말로 ‘고바이(こぅぼい)’라고 한다. 본래의 발음이 고바이인데, 우리가 고바위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고바위가 단모음화되어 고바우로 바뀐 것으로 알고 그렇게 써 왔다. 결국 일본어 こぅぼい(고바이)였는데, 우리말과 헷갈렸던 것이다. 앞으로는 고바우가 나타났다고 하는 말보다는 언덕이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비슷한 예로 다꽝(다쿠앙)이라는 것이 있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많이 먹던 것이다. 지금은 단무지라고 해서 이름이 완전히 바뀌었지만 어린 시절에는 다꽝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해 왔다. 필자는 세대는 어린 시절에 다 그렇게 말해 왔다. ‘양파’보다는 ‘다마네기’를 더 많이 써 왔고, 뚱뚱한 여자 아이들의 별명은 거의 ‘다마네기’였다. 단무지는 소금과 설탕과 식초를 적절히 섞어서 절인 음식이다. 시큼하면서 짭짤해서 요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단짠단짠(?) 반찬의 대표적인 것이다. 사실 이 다쿠앙이라는 말은 스님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자로 택암(澤庵)이라고 쓰는데, 이를 일본식으로 읽으면 ‘다쿠앙’이 된다. 이 스님이 바로 그 음식을 만든 장본인이다. 일본의 <고승대덕전>에 의하면 단무지를 처음 만든 택암 스님은 고구려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나라 스님이라고 한다.(이재운 외,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잡학사전>) 일본에는 전쟁이 많아서 급하게 먹어야 하고 오래 보관하기 용이하도록 절인 음식이 필요했는데, 우리나라에서 넘어간 택암 스님이 이런 반찬을 개발해 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짠지와 같은 것은 아니다. 엄연히 일본의 음식이다. 그래서 ‘다쿠앙’이라는 용어도 ‘단무지’로 바꾼 것이다. 젊은 층에서 우리말을 선호하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국어순화운동이라고 해서 한자어나 일본어를 우리말로 바꾼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단무지라는 말이 주로 사용되었다. 김치는 절임배추 저菹라고 해서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먹어왔던 음식이다. 고추는 임진왜란 이후에 전래하여 고춧가루가 들어간 김치는 그 후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 고유의 음식에 ‘지’자가 들어간 음식이 많다. 이런 것들은 보통 ‘절인 음식’임을 알 수 있다. ‘장아찌’, ‘오이지’, ‘단무지’, ‘짠지’ 등과 같은 것들이 주로 절인 음식임을 볼 때 다쿠앙 스님이 한국적인 음식인 짠지나 오이지 종류의 것을 본떠서 일본식 절임무로 반찬을 만든 것이라 하겠다.

우리말에는 알게 모르게 일본어가 많이 섞여 있다. 사실 모르고 쓰는 경우도 많다. ‘삐까번쩍’한다고 하여 일본어와 우리말을 섞어서 쓰는 경우도 있고, “좀 나래비 서 봐라.”라고 하면서 ‘나란히’와 구분하지 않고 일본어를 문장에서 쓰는 경우도 많다. 운전하는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고바이가 나타났어.”, “데꾸보꾸가 심해.” 등과 같은 표현을 많이 쓴다. 일본어인 줄 알고 쓰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것이 우리말인 줄 알고 쓴다면 참으로 가석한 일이다.

이제는 주변에서 함부로 쓰고 있는 국적 없는 용어들을 우리말로 바로잡을 때가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쓰는 일본말에 우리말이 길을 잃는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