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문제가 한미 동맹의 현안이 된지 오래다. 동맹국의 무임승차를 비판 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으로 인해 한미 간 협상이 타결 시한을 무려 일 년 이상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방위비분담 문제는 어떻게 전개 될 것인가? 현재 한미 간 쟁점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하에서는 방위비분담의 역사와 현황, 협상의 주요 쟁점, 그리고 향후 대응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
방위비 분담, 어떻게 어느 정도 하고 있나?
방위비분담은 주한미군 주둔비용 일부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재정지원을 뜻한다. 통칭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으로 불리는 한미 간 합의에 근거하여 분담금 규모가 정해지고 집행이 이루어진다. 특별협정이라고 하는 이유는 1967년에 한미가 체결한 한미 주둔군지원협정(SOFA)의 예외 규정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SOFA 제 5조에 의하면 한국이 미측에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미국은 그 외의 제반 주둔 경비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즉,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주둔국인 한국에 부과하지 않고 미국이 직접 충당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다가 1980년대 미국이 쌍둥이 적자 등 경기침체를 겪고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의 국력이 신장하자 미측이 비용 분담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SMA 협정을 맺어 방위비분담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SMA 협정은 1991년부터 시작하여 2019년까지 총 10차에 이르고 있다. 원래 2020년부터의 방위비분담을 위해서는 11차 SMA 협정이 이미 체결되었어야 하나, 한미가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그럼 우리가 미국에 부담하는 분담금은 어느 정도이고 다른 나라에 비해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2019년 제10차 SMA 협정상 총액은 1조 389억 원(9.4억 불)이다. 이는 제9차 SMA 협정 금액인 9,200억 원에 비해 8.2% 증가한 규모다. 1991년 최초 방위비분담을 시작할 때 지원금 규모가 1.5억 불이었으므로 약 6.2배 증가한 셈이다. 참고로 동 기간에 주한미군 규모는 4만 명에서 지속 감소하여 현재 2만 8,5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다른 동맹국과 비교한다면 한국의 분담 정도는 실질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2018년 기준으로 일본은 18.6억 불, 한국은 8.5억 불, 독일은 5.9억 불로서 절대액에서는 일본, 한국, 독일 순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제규모(GDP) 대비 방위비분담금은 한국이 최고 수준이다(한국: 0.052%, 일본: 0.037%, 독일: 0.015%). GDP 대비 국방비 수준도 한국은 2.4%에 이르고 있어 1%대 수준인 일본과 독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이 점에서 한국이 미국에게 안보를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주한미군 총 주둔비용 대비 한국의 방위비 분담은 약 45%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미 의회가 매년 주한미군에 배정한 세출예산을 근거로 추산해 보면 거의 절반에 이르는 주둔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위비분담금은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무슨 용도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SMA 협정체계는 크게 3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인건비로 주한미군사령부가 고용한 한국인 고용원 인건비에 대한 지원이다. 2019년 SMA 협정에서는 5,005억 원이 책정되어 있고, 이는 전체 방위비분담금의 약 48.2%를 차지한다. 둘째, 군사건설비로서 막사, 창고, 훈련장, 작전시설 등 군사시설 건설에 지원되는 비용이 있다. 군사건설비는 19년에 3,710억 원, 전체 SMA의 35.7%에 해당한다. 마지막 항목은 군수지원비다. 탄약저장, 정비, 수송, 시설유지 등에 소요되는 경비로써 19년에 1,674억 원, 전체 SMA 중 16.1%를 차지한다.
한미 간 협상, 무엇이 쟁점인가?
한미는 지난 2019년 7월 이후 7차례에 걸쳐 공식 협상을 진행했고, 2020년 3월에는 협상단 간에 실무적인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2019년 SMA에 비해 13%를 인상한 합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협상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400% 이상 증액을 요구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불승인했고, 이후 한미 간의 협상은 거의 교착상태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한미 간 협상의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총액 규모에 대한 양국 간 인식 차이가 있다는 문제가 있으나, 그 외에도 협상 타결의 관건이 되는 핵심 쟁점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입장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첫째, '작전지원'(operational support)이라는 새로운 항목의 인정 문제가 있다. 미측은 지난 10차 협상과정부터 한반도 방위공약 이행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소요를 반영하여 소위 ‘작전지원’이라는 개념의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미측이 요구하는 작전 지원 비용이란 군사훈련, 전략자산 전개, 그리고 주한미군 준비태세 제고와 관련된 각종 비용을 말한다.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UFG 등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한미 연합 훈련에 소용되는 병력·자산 수송 및 운용 비용 등이 그 예에 해당한다. 또 북한 위협에 대한 억제 차원에서 한반도에 전개되는 각종 미 전략자산(전략폭격기 비행, 항모전단 파견 등) 운용 비용 등도 포함된다. 이 외에도 탄약 비축량 증가 등 주한미군의 준비태세를 높이기 위한 제반 조치 소요가 포함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작전지원 성격의 비용 분담 요구는 엄밀히 말해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한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미측 논리대로 폭넓게 해석한다면 한반도 방위를 위한 비용 지출로 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글로벌 군대의 주둔 비용에 대한 분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둘째, 역외 미군 정비 지원도 쟁점 사항이다. 주한미군이 아니라 한반도 밖에 있는 미군 자산을 SMA의 예산을 활용하여 정비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증원이 계획되어 있는 태평양사령부 소속 또는 주일미군사령부 소속의 미군 항공기가 이에 해당한다. 한미는 1989년부터 합의각서를 체결하여 미 군용기 정비지원을 시작했는데, 현재도 F-15, F-16, KC-130J 등 다양한 기종의 항공기를 한국 내에서 방위비분담금으로 창정비하고 있다. 지원 규모는 매년 일정하지 않으나, 연 평균 200억 원에 가깝고 군수지원비 항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역외 미군 장비에 대한 정비는 문제 소지가 있다. 한반도 외에 주둔하는 미군 자산을 한국 비용으로 정비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지원’이라는 방위비분담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미군 자산이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되는 전력이라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우리 안보에 기여한다는 의미는 있다. 또한 정비활동이 한국 업체에 의해 국내에서 이루어지므로 모두 우리 국가경제에 환류되기 때문에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그러나 한반도 역외에 주둔하는 미군 자산을 우리 SMA 예산으로 지원하는 관행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을 분담한다는 당초 SMA의 취지를 분명히 넘어설 뿐 아니라 한반도 내 배치되지 않은 전력까지 정비지원을 할 경우 그 경계가 모호하여 방위비 분담의 끊임 없는 증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쟁점으로는 '사드 배치에 방위비분담금을 사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다. 미측은 성주에 배치된 사드기지 운영에 방위비분담금의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2021년에 예정된 탄약고 신축, 도로 건설, 전기 및 상하수도 시설 등 공사비에 4900만 불(약 580억 원)이 소요되는데, 이를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SMA 예산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주 기지 부지개발 사업에 SMA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2016년 사드를 배치할 당시 한미 양국이 약정을 체결하여 한측은 부지 확보 비용을 부담하고, 미측은 사드체계의 전개 및 운영 비용 전반을 부담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즉, 미측이 요구하는 사드 기지 부지개발 비용은 2016년 합의한 대로 미 국방부 군사건설 예산이 투입되어야지 한국이 제공하는 방위비분담금을 활용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물론 사드 체계도 한반도에 배치된 주한미군 자산이므로 미측 입장에서는 방위비분담금 사용이 배재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2016년의 양국 간 합의와 이로 인한 국내적 갈등 유발 가능성을 고려할 때 사드 기지 건설 및 운영 비용에 SMA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분담금 책정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방위비 분담 제도는 크게 '총액형'과 '소요형'으로 구분이 가능한데, 한미 SMA에 어느 방식을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를 말한다. 총액형은 지원 총액을 먼저 결정한 후 항목별로 배분하는 방식이고, 소요형이란 제기된 소요에 근거하여 지원총액을 결정하는 방식을 뜻한다. 우리의 방위비분담 제도는 1991년 제도 시행 당시부터 총액형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측의 제반 소요를 충족해 주는 접근보다 총액형이 분담금 규모의 급격한 상승을 예방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면에 총액형은 수요에 근거하지 않아 지원의 필요성과 합리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단점이 있다. 더욱이 11차 SMA 협상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미측이 급격한 방위비분담 총액을 요구해 올 경우 관련 소요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총액형을 유지하더라도 합리적인 분담 규모 책정과 투명한 집행을 위해 소요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다.
향후 전망 및 대미 협상 방향
1991년 방위비분담이 시작된 이래 지금처럼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합의 불발에 이른 적은 없었다. 11차 SMA 협정이 체결되지 않음에 따라 2020년 한해는 방위비 분담 공백 상태에서 보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주한미군사는 2021년 정부 예산에 담겨 있는 SMA 예산 중 일부를 선(先)지원 해달라고까지 요구하고 있다. 한미간 합의도 없고 국회의 비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방위비 분담금을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그만큼 주한미군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4월에는 미측이 주한미군에 근무 중인 한국인근로자 약 4천명에 대해 무급휴직 조치를 취한 바도 있다. 방위비분담금 중 인건비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 문제는 우리 국회가 신속하게 주한미군 한국인근로자 지원 특별법을 통과시켜 6월 14일부로 무급휴직이 종료됨에 따라 해결되었지만,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한국이 무임승차한다면서 기존 분담금의 4배, 5배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부담 능력 여부를 넘어 우리 국민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미국 민주당이 정강정책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분담 요구를 동맹국 갈취(extort)라고 비판했을까?
그렇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방위비 분담 협상은 순조롭게 풀릴 수 있을 것인가? 바이든 당선자가 강조하는 것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과 훼손된 동맹관계의 복원이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였던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바이든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대폭 양보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설적인 방식과 무리한 요구가 도드라져서 그런 것이지, 사실 미국이 동맹국에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공공재 제공 비용을 이제 미국이 혼자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민주, 공화를 막론한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특히, 국내 경제 상황의 어려움과 중국과의 국력 격차가 좁혀지는 초조함 속에서 미국은 갈수록 동맹국들에게 안보비용 분담을 강조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치밀한 논리와 거시적 시각을 바탕으로 미측과 방위비분담 협상에 임해야 한다. 특히 앞선 SMA 쟁점들에 대한 분명한 입장 정립과 아울러 미측에게 방위비 분담금 외에 한국이 기여하는 포괄적인 안보분담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한측이 SOFA에 근거하여 주한미군 주둔을 위한 제반 무상 지원(토지 무상 공여, 기지 주변 정비, 각종 세금 면제 등)만 해도 3조원이 넘는다. 또한 카투사 병력지원, 평택 험프리스 기지 건설 비용 부담 등도 10조원을 상회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구매한 무기도입 비용만 27.6조 원(244억 불)에 해당한다. 따라서 한국이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이러한 직간접적인 안보분담 비용을 미측에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군의 순환배치 등 작전지원 비용의 요구에 대해서는 분담금 규모의 확대와 성격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적극 대응하되, 호르무즈해협 파병 등 글로벌 차원의 동맹 기여도를 부각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우리 국민이 납득할만한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앞서 살핀 쟁점별 입장과 논리를 바탕으로 우리의 국익을 지켜가며 협상에 임해야 한다. 그러나 비용 분담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닌 만큼 한미 양국이 공통으로 당면하고 있는 도전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미 양국이 함께 조속히 풀어가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북핵 협상의 불씨를 되살려야 하고, 남북관계의 자율적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해야 한다. 미중경쟁 하에서 동맹의 역할, 한국 외교의 선택이라는 문제도 난제다. 또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완성이 불투명해진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에 대해서도 바이든 행정부와 빨리 처리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 다시 말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 우리는 이와 같은 동맹 이슈 전반을 놓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어찌 보면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이중 가장 조속히 그리고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동맹 복원을 공언한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의 입장을 배려해야 하고, 산적한 안보 현안을 해결해야 할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 신행정부와 새로운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첫 계기로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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