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나비 날갯짓
21세기 정보사회의 핵심은 스마트 디바이스이다. 사회생활의 대부분을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할 정도로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 은행거래와 쇼핑을 위시한 상거래, 소셜미디어 접속, 게임, 동영상, 음악, 뉴스 보기, 이메일, 자동차 내비게이션, 전자사전, 길 찾기(지도), 택시 서비스, 책 읽기 등 한두 가지 서비스가 아니다. 과거 수많은 전자기기로 할 수 있는 것이 이제는 스마트 기기 하나에서 모두 서비스되고 있다.
스마트 디바이스의 핵심은 앱으로 불리는 프로그램이다. 앱은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운영과 프로그램, 콘텐츠 이용의 접근 도구이다. 이러한 앱을 판매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앱마켓(app market)이다. 전 세계적으로 대표적 앱마켓 운영자는 애플 앱스토어(Apple App Store)와 구글 플레이(Google Play)가 있다.
그런데 글로벌 ICT 강자인 구글이 앱마켓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2021년 1월 20일부터 신규앱의 인앱결제(In App Payment)를 의무화하고 기존 앱은 10월부터 의무화하기로 했다. 인앱결제 방식은 앱마켓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에게 앱내에서 결제하도록 하고 수수료를 징수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애플은 인앱결제 수수료 30%를 시행하고 있었지만, 구글이 일반결제와 혼용하던 것을 인앱결제만으로 강제했다. 이에 국내외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 파장은 태풍으로
이번 구글의 앱마켓 논란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기존 게임 앱 결제에 부과되던 30% 유료 결제 수수료가 콘텐츠, 음악, 웹툰, 전자책, 클라우드 서비스 등 앱 전반으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게임 앱 결제에만 이용하던 것을 모든 앱으로 확대한 것이다. 둘째, 더 중요한 것은 다른 결제 시스템을 못 이용하는 인앱결제 방식 확대이다. 그동안 구글은 게임 분야에서만 구글 플레이에 등록된 게임 앱만 인앱결제 시스템을 강제했는데, 이제 다른 콘텐츠나 서비스 분야까지 모두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앱 마켓은 크게 3개 사업자로 구성되어 있다. 구글과 애플, 원스토어이다. 원스토어는 이동통신사와 네이버가 운영하고 있다. 각각의 시장 점유율은 구글이 63.4%, 애플이 24.4%,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가 운영하는 원스토어는 11.2%, 기타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1.0%이다. 구글과 애플이 앱마켓 거래시장의 거의 87.8%를 장악한 셈이다.
이러한 구글의 인앱결제 방식 대상 확대와 수수료 30% 인상은 주로 국내 콘텐츠 업체의 수익성 악화와 장기적으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 18일 구글 정책 변화로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의 매출 감소는 단기적으로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인들이 자주 보는 웹툰이나 음악, 동영상, 게임, 전자책 등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과거보다 비싼 추가 이용료를 내야 한다. 전문가들도 구글의 앱마켓 정책 변화로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소비자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후생은 계속해서 감소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해외의 대응: 반독점과 독자 생태계 구축
앱마켓 수수료 문제는 글로벌 차원에서도 논쟁 중인 이슈이다. 이미 2018년부터 구글, 애플에 대항하여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긴장 관계에 있다. 아마존의 킨들은 애플의 iOS 앱 외부에서 결제를 유도할 정도이다. 세계적인 게임개발사와 콘텐츠, 인터넷 서비스사들도 앱마켓 정책과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스포티파이는 수수료 30% 강제 부과를 이유로 2019년 3월 유럽연합에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는 올해 6월 애플이 자사 결제 시스템을 강제하고, 이용자에게 저렴한 대안 결제수단 안내 제한이 EU경쟁법 위반인지 조사 중이다.
미국에서도 논쟁이 시작되었다.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는 구글과 애플 앱 마켓에 대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문제를 조사 중이다. 이에 2020년 6월 18일 미국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 위원장인 데이비드 시실린(David Cicilline)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애플이 30%의 수수료를 강요하는 것은 강도짓(Highway robbery)과 같다고 비판한 바가 있다. 또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업체들도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 정책에 대항해 ‘앱 공정성 연합(Coalition for App Fairness)’이 출범했는데 이 단체는 에픽게임즈와 스포티파이 등 13개 업체가 참여한 비영리단체이다.
이 같은 직접적인 반대와 함께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는 나라도 있다. 인도는 최근 50개 이상의 ICT 기업들이 정부에 애플과 구글 등에 맞서 인도 앱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인도는 자국 최대 결제업체인 페이티엠(Paytm)을 중심으로 인도판 앱스토어를 출범시켰다. 앱스토어에서 인도 결제 서비스인 UPI나 페이티엠을 사용하면 수수료가 무료이다. 인도가 별도로 인도판 앱스토어 구축 움직임을 보이자, 구글은 인도에 한해 곧바로 인앱결제 의무화 적용 시점을 6개월 연기했다. 인도의 앱마켓 사용자 수가 많아서 구글이 전략적으로 후퇴한 것이란 지적이 있다.
국내의 대응: 실효성은?
한국에서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관련 기업을 대표하는 단체 중심으로 구글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인기협은 8월 24일 구글의 정책변경이 금지행위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위반이라면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인기협의 신고는 구글의 인앱결제 방식 강제에 대해 다른 전기통신서비스의 선택 또는 이용을 방해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해 달라고 신고했다.
그리고 국내 여론이 악화하면서 국회도 나섰다. 국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구글만이 아니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방침이 국내법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공청회를 했다. 그리고 홍정민, 박성중, 조승래, 한준호, 양정숙 국회의원 등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의원의 개정안은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핵심적으로 구글의 인앱결제 방식이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콘텐츠 사업자에게 불리하므로 이를 금지하고 앱마켓 사업자도 특정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구글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 경쟁을 훼손하는 행위를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지난 10월 22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30% 수수료 인상과 인앱결제와 관련하여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 사업자로서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운영체제(OS)와 앱마켓 관련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앱마켓 실태조사를 천명하는 등 구글의 인앱결제에 대한 다방면의 대응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와 입법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연 한국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서 인앱결제를 막을 수 있겠냐는 규제의 실효성도 대두되고 있다. 실제 법안 통과를 주도하던 국회의원들도 한발 물러서고 있는 형국이다. 입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기도 전에 규제의 칼을 거두는 모양새다. 그러나 구글은 여전히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인앱결제 강제, 수수료 30% 등이 적용되는 시점이 1월인데 여야가 합의한 연내 법안 처리가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글로벌 ICT 기업들은 국내법 규제를 받지 않고 오히려 국내법이 지나친 규제이고 심할 경우 FTA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맞대응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전기통신사업법이 통과되었는데, 구글이 이 방침을 따르지 않는 것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구글이 따르지 않는다면 국내 콘텐츠 기업이나 게임기업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은 구글이 인앱결제를 법으로 차단하면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것이란 의견도 있다. 그럴 경우 더 큰 피해는 사용자와 국내 ICT 업체, 모바일 콘텐츠업체가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구글이란 초국적 기업은 미국이나 유럽연합도 쉽게 명확한 논리적 사유 없이 규제하기 어려운 거대 ICT 공룡인데 쉽게 국내법으로 규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결국 규제를 둘러싼 지루한 법정 공방의 소송전이 이어지거나, 국내 모바일 콘텐츠 업체에 대한 역차별 우려도 있다.
그리고 인도와 같은 방식의 국가 주도의 독자 앱마켓 생태계 구축도 단기간 과제가 아니다. 국내 앱마켓을 지원했다가 정말 FTA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더 큰 통상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인도의 경우 독자적인 앱마켓 생태계를 구축해도 좋을 정도의 많은 수 억 명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으며, 개발자 역량 역시 우수하다. 이런 인도의 잠재력에 구글이 한발 물러선 것이라 할 수 있다. 과연 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할지는 의문이다.
국회, 정부, 시민사회, 관련 기업의 다각적 대응 고민해야
결국 앱마켓 문제에 대한 단순한 대응으로는 해결이 힘들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앱마켓 하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큰 구도 속에서 글로벌 ICT 기업의 폐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분명 글로벌 ICT 기업이 한국 ICT 산업에 도움도 되지만 지나치게 손해를 감수하거나무시당하는 측면도 있다. 한국법을 무시하거나. 청문회나 국정감사 등의 요청에 불응한다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금이 잘 납부되고 있는지 의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 맥락에서 필요하다면 실제 구글 등 글로벌 ICT기업이 한국 앱마켓에서 벌어들인 수입에 대한 성실 세금납부, 불공정 강요 행위, 국내 콘텐츠 산업 고사 등을 고려하여 다각적 검토와 대응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나친 애국주의나 국수주의적인 관심이 아니라 정당한 법질서와 경제법칙의 작동을 감시해야 한다. 단순히 앱마켓 만을 고려하기보다는 국내 ICT 산업과의 연관성 속에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고 생태계 조성의 진흥을 같이해야 한다. 이는 어려운 숙제인 것은 분명하다.
다행스럽게 애플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위축된 앱마켓을 보호하기 위해 2021년부터 매출 100만 달러 수준의 소규모 모바일 콘텐츠업체는 수수료를 30%에서 15%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인앱결제 방식은 고수하고 있고 100만달러 이상 콘텐츠업체는 대상이 아니다.
앞으로 앱마켓 규제와 진흥의 핵심은 사용자와 개발사 그리고 앱마켓 운영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바람직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 처방과 함께 중장기적인 대안 마련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민간 차원에서의 독자적인 앱마켓 생태계를 구축, 앱마켓 불공정 해소를 위한 거버넌스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와 함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소비자 피해보상이다. 구글의 인앱결제로 소비자 비용증가도 문제이지만 피해구제 방법도 명확히 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인앱결제 강제에 따른 해지, 환불 등의 방안도 제시되어야 하고 이것이 보장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소비자 권리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 한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인앱결제가 일반결제보다 피해보상이 어렵다.
구글 앱마켓 사태를 보면서 그동안 인터넷 환경에서 누적되었던 여러 문제가 표면 위로 올라왔다. 정부나 국회, 시장 차원에서의 개별적 처방도 중요하지만,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공통의 목표를 위해 단기대응, 중장기 방향성을 잘 수립해야 할 것이다. 또 해외 동향도 면밀히 파악하여 국내기업의 피해, 글로벌 기준 등 고려할 부분이 많다. 단기적으로는 법적으로 실효성 있는 규제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앱마켓의 합리적 정상화를 위한 시장과 학계, 시민사회, 정부의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