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생명력이 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신조어가 생기기도 하고 유행했던 말이 사라지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인터넷’이라는 용어도 없었고, ‘얼짱’이라는 단어도 없었다. 이와 같이 새로운 시대에 맞게 새로운 언어가 탄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시대에 맞는 언어 유희 또한 존재한다. 그것을 많은 사람이 즐기면 유행어가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회자되면 단어로 인정받게 된다. ‘왕따’와 같은 용어가 그렇다. ‘왕 따돌림’이라는 말인데 버젓이 사전에 등재되었다. 유행어는 어떤 사건이나 사고, 사회적 현상, 대중 매체에 의해 생겨난 것으로 대중들에게 공감과 호응을 얻어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고유정, 2012) 유행어가 세력을 형성하고 생명력을 얻으면 언어로서의 자격을 얻고 세력을 얻지 못하면 사멸한다. 이것을 언어의 역사성(생성, 성장, 소멸)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언어에 있어서도 줄임말이 유행하고 있다. 물론 영어로 약자를 쓰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 미항공우주국)도 약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원어를 다 쓰면 오히려 길어서 싫어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말도 처음에는 영문약자로 줄여 쓰는 것이 많아지더니 이제는 우리말 자체를 줄여 쓰고, 이제는 자음만 쓰는 것까지 이르게 되었다. 글로벌 시대에 빠른 것을 선호하다 보니 긴 문장이나 단어를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간단한 것은 자음으로 대신 하여 전달을 빨리하는 효과도 있다. 필자가 함께하고 있는 단체에서도 ‘감사합니다’를 ‘ㄱ ㅅ’으로 표기하자는 운동이 일고 있으며, 카카오톡으로 이러한 표현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예전에 수메르 문자가 자음만 썼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현대인들이 수메르어를 번역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동시대에 사용하는 말도 필요에 따라서는 주석을 달아야 한다. 디지털시대는 빠른 것을 생명으로 한다. 그런 면에서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쓸 수 있는 글자다. 자판을 두드리는 속도를 본다면 세상의 어느 문자보다 빠르게 입력할 수 있다. 자음만 쓴다면 더욱 빠를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 자판에서 자음만 쓰면 바로 이상한 영문으로 바뀌니 그것은 쉽지 않은 얘기고, 스마트 폰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쓸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이다.
이렇게 인터넷이나 SNS 상에서 줄임말이 유행하다 보니 세대 간의 대화가 단절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 학생들이 하는 말 중에 '흠좀무‘라는 말이 있었다. 필자도 젊은이들과 자주 소통하는 편이라 거의 다 알아듣는데, 이런 단어는 처음이었다. 무슨 뜻인지 몰라서 제자한테 물었더니 “흠 그게 정말이라면 좀 무서운데!”라고 하였다. '듣보잡’이라는 말도 있다. 이는 필자도 알아듣는 말이다.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는 말이다. 젊은이들은 아주 많이 사용하는 말이었다. ‘말잇못(말을 잇지 못하다)’,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등과 같은 용어(문장이라기보다는 용어가 맞는 것 같아서 이렇게 표현했다.)는 이미 과거의 것으로 흘러가 버리고 새로운 ‘줄임말’들이 시시각각으로 등장하고 변하고 있다. 지나치게 빨리 등장하고 사라지니 기성세대가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10대들은 줄임말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 같다. 인터넷에서 쓰던 말들을 스마트 폰에서 쓰고, 그것을 현실에서 바로 적용하니 어른들이 이해하기에 너무 힘들다. 오래 전에 ‘생파(생일파티)’라는 말을 듣고 웃었던 적이 있다. 필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날 파’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생일파티’의 줄임말이라니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생선은 ‘생일선물’이고, ‘만찢남’은 ‘만화를 찢고 나온 멋진 남자’를 말한다. 학생들이 이렇게 줄임말로 사용하다 보니 노인들은 옆에서 듣고도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른다. 그러니 요즘은 '별다줄(별 걸 다 줄인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모든 언어를 줄여서 하는 세대로 바뀌다 보니 세대 간의 단절이 심히 걱정이다. 젊은이들을 나무라기 전에 기성세대가 신조어를 배우는 센스를 발휘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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