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희한한 우리말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국적 없는 말이 마치 표준어인 것처럼 공공장소에 기록된 것을 보면 화가 난다. 국어기본법에 의하면 -아직 시행되지는 않고 있지만- 군청이나 도청같은 곳에는 국어연구원이라는 직책을 담당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중들에게 올바른 공문을 보낼 수 있다. 지난 번에 “커피 나오셨습니다.”라는 글이나 “선생님이 너 오시래.”라고 하는 문장을 통해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밝힌 적이 있다. 유정물이 무엇인지 모르고 “총장님 말씀이 계시겟습니다.”라고 하는 사람이나 “성경에 말씀이 계십니다.”라고 하는 기독교인들도 많다. ‘말씀’은 사람이 아닌데 높여주고 있으니 한국어가 참으로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사실 외국인에게 존대법을 가르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주체높임, 객체높임, 상대높임 등의 용어부터 설명하기 어렵고 밥, 진지, 수라, 메 등의 다양한 어휘도 어렵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공공장소에서는 문법에 맞는 글을 써야 한다. 대중들을 상대할 때는 경어를 쓰는 것이 옳다. 그렇다고 아무 곳에나 ‘시’라는 용어를 쓴는 것이 다 존대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오해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커피 나오셨습니다.”라고 한다는 것이다. 오호 통재라! “커피 나왔습니다.”라고 해도 충분히 높임말이 됨에도 불구하고 공연히 ‘커피’를 높이고 있으니 알 수 없는 사람들이다.
자연휴양림은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곳이다. 코로나 19로 인해서 꼼짝 못하고 있다가 1단계로 조정되었다고 해서 근처 자연휴양림을 찾았다가 참으로 희한한 문장을 보았다.
소나무 잠시 알고 가실게요!
라는 문장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표현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음이 더욱 놀랍다. “계산하실게요.”, “앞에 가실게요.” 등의 표현은 하도 들어서 필자도 문법에 맞는 말인 것처럼 들린다. “잠시 소나무에 대해서 공부하고 가실까요?”라고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한 표현법이다. “가실게요”라는 말은 “가실 것입니다.”의 준말이다. 그렇다면 누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청유형이나 명령형을 써야 하는 곳에서 평서문의 형식으로 문장을 써 놓았으니 말이 될 리가 없다.
우측 계단으로 이동하시겠습니다.
라는 문장도 마찬가지다. 예비군훈련소 입구에 적힌 것을 사진으로 찍었다. 우리말에서 ‘~겠’이라는 어휘는 참으로 어렵다. 외국인들에게는 ‘추측’이나 ‘미래’ 등을 나타낼 때 쓴다고 하지만 그 외에도 용법이 많다. 그 중 정중한 표현 방법의 하나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위의 예문은 지나친 공손이 아닐 수 없다. 위의 문장은 “우측 계단으로 이동하십시오.”라고 하면 충분하다. 정중하게 명령하는 것이다. 거기에 굳이 “이동하시겠습니다.”라고 해서 추측도 아니고 미래시제를 나타내는 것도 아닌 문장을 만들어야 하는가? 아마도 공손을 표현하려고 한 것 같은데 비문이 되어 버렸다. 지나친 공손은 비례(非禮)다. 더군다나 쓸 데 없이 어휘를 남발하여 비문(非文)으로 만들었다. 아마도 훈련소의 젊은이가 그리 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대중(예비군)들이 보는 입간판이라면 부사관이나 장교들이 한 번 쯤은 미리 살펴보았어야 한다. 하기야 요즘은 대위 정도 되어도 젊은이들일 테니 그들의 용어에 익숙해 있을 것이 뻔하다.
가을은 깊어 가는데 우리말이 자꾸 국적이 없어져 가는 것 같아서 슬프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자이고 뿌리가 있는 언어인데 어쩌자고 흔들리고 있을까 안타깝기만 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