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사상 중에 ‘정명주의(正名主義)’라는 것이 있다. 그 내용은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이다. 참으로 중요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요즘같이 위아래도 없고, 부부의 호칭도 자유로운 세상에서는 꼭 필요한 말이다. 임금이 임금답지 않으면 존경받을 수가 없고, 그렇게 되면 백성이 따르지 않는다. 지난 칼럼에 부부간의 호칭 중에 ‘오빠’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불편하다고 한 적이 있다.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도 보았는데, 호칭은 호칭으로 바르게 적용해야 아름다운 사회가 된다고 본다.
필자는 개를 참으로 좋아한다. 그래서 시골에 살던 시절에는 열 네 마리까지 키운 적도 있다. 종류별로 많이 키워 봤는데, 개는 역시 진돗개가 제일 좋았다. 지금은 주로 아파트에 거주하기 때문에 개를 키우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시골에 들어가 강아지를 기르면서 살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서 개와 관련된 TV 프로그램을 자주 보게 된다. 오늘도 개 관련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데, 자꾸 귀에 거슬리는 용어들이 난무하여 화가 잔뜩 나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어쩌다가 사람이 ‘개를 낳고 사는 세상’이 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반려견의 잘못된 습관을 바로 잡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나오는 사람마다 개를 보고 자신을 호칭할 때 ‘엄마’라고 한다. 개를 칭하면서 ‘주인공(主人公)’이라고 부르는 것도 못마땅한데, 왜 자꾸 개엄마가 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호칭의 변화가 온다고 해도 쌍수를 들고 반대할 참인데, 벌써 개가 주인공이 되고, 사람이 조연으로 ‘엄마’, ‘아빠’의 역할을 맡게 되었는가? 주인공(主人公)이란 단어는 “1.연극, 영화, 소설 따위에서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 2.어떤 일에서 중심이 되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위의 정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인공이 되려면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왜 개를 보고 주인공이라 하여 ‘사람’ 취급을 하는가 궁금하다. 그렇다고 ‘주견공(主犬公)’이라고 부르면 이상하려나? 그래도 주인공이라는 단어보다는 나은 것 같다. 개는 개일 뿐이지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주인공이라는 단어도 부적절하고 ‘주견공’이라는 말도 필자가 지어낸 것이니 사회화가 되려면 한참 지나야 한다.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라는 단어는 ‘사람’에게만 적용할 수 말인데 개에게 적용한다는 말이다. 혹자들은 필자의 사고방식이 지나치게 고루하다고 할 수도 있다. 반려견은 이미 가족과 같은 존재인데, 사람 취급을 해 주면 안 되겠는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에서 공자가 말했듯이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사회가 어지러워지게 마련이다. 굳이 개에게 엄마라고 스스로 표현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개의 주인이거나 보호자일 뿐이다. 개의 엄마는 절대로 아니다.(사실 이런 표현 방법을 놓고 필자도 자녀들과 갈등이 많다. “내가 개 할애비냐?”고 하면서 싸워도 그때뿐이다. 오호 통재라!)
소설이나 시 속에서 작품을 위하여 개를 의인화하는 경우는 많다. 그것은 작품을 위해서 수사법의 하나로 활용하는 것일 따름이다. 우리의 옛 소설(가전체의인소설)을 보면 ‘돈’을 의인화하고, ‘술’을 의인화하고, ‘죽부인(대나무)’을 의인화하여 쓴 작품도 많다. 동물농장도 그런 부류의 작품이다. 그런 작품을 통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의 부조리를 풍자하고자 하는 것이지 세상이 그렇게 된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소설은 글자 그대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작가의 사상과 감정에 의해 꾸면 낸 이야기’이다. 소설이 그렇다고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소설적인 삶을 사는 것과 소설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다르다. 사람은 그 자체가 주인공으로서 반려동물들과 교감하면서 아름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지 개를 키우며서 그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TV에서는 개를 잘 훈련시키는 이야기였는데,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지나치게 의인화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외쳐보았다. 반려견으로 훈련시키는 것은 함께 잘 살아보자고 하는 것이지 개를 모시고 살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개를 주인공으로 섬기기 전에 잘 훈련시켜서 함께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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