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연설'이 참신한 충격을 준 것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한마디 때문이었다. 이 한마디에서 무주택 국민은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 연설의 목적은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연설 내용은 사실에 근거하지도 않고 또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았다. 임대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이유를 임대차 3법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고, 전세를 연 5% 이상 인상할 수 없으면 아예 세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너무 터무니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 아닌가.
그럼에도 임차인들이 얼마나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지를 표현한 첫 네 문장에 무주택 국민의 마음이 움직였던 것이다. 더욱이 상승세에 있는 세종시 아파트를 자진해서 매도하여 1주택자가 된 사실이 청와대 인사들의 행태와 대조적이었기에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무주택 국민이 미래통합당 의원의 연설에 감동한 이유
이런 정서적 반응보다 정치집단이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있다. 무주택 국민이 통합당 의원의 발언에 우호적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무주택 국민을 자신들의 핵심 지지층으로 여기고 있는 민주당은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고, 통합당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을 것이다.
집값 문제에 있어서는 이미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없어졌다. 이명박과 박근혜정부의 9년보다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집값이 세 배 더 급등했다. 자칭 진보정권이 보수정권보다 자신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긴 사실을 무주택 국민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서울집값이 50%나 급등한 원인이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라는 사실을 다수 국민이 알고 있다. 그런데도 '7.10대책'을 발표하면서 김현미장관은 "기 등록한 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임대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세제혜택을 100%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재인정부가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이 발언을 무주택 국민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정부,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를 거부
그러나 통합당에 대한 무주택 국민의 정서는 우호적이기보다는 거부감이 더 클 것이다. 다주택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루아침에 다주택자들의 이익을 외면하고 무주택 국민의 편에 설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순진한 발상일 것이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음을 깊이 깨달은 무주택 국민이 기댈 곳은 어디일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있을까?
이 대목에서 정의당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솟는다. 지난 3년여 집값급등은 민주당이 무주택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아님을 거듭 확인시켜 줬다. 통합당 역시 무주택 국민의 편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해 보인다.
국민의 절반인 무주택 국민이 여당과 제1 야당에 등을 돌린 지금이야말로 정의당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일 것이다. 그러나 정의당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서울집값 하락을 촉진할 강력한 정책 제시도 없고, 집값 급등의 책임을 집권여당에게 추궁하는 모습도 안 보인다.
무주택 국민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세력 없어
지난 4.15 총선에서 정의당은 절호의 기회를 한번 놓쳤다. 집값 급등으로 무주택 국민의 울분과 분노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더욱이 작년 말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이 집값하락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집값이 급등한 현실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기에 민심은 정권에 등을 돌렸다.
그럼에도 4.15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것에 대해 평론가들은 코로나 사태와 통합당의 헛발질 덕분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무주택 국민이 정의당을 대안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 더 큰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부동산 문제에 전문가가 없어서라거나 집값 문제가 복잡해서 정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슈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집권할 역량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집값급등으로 압도적 다수 국민이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을 정확히 인식한다면, 다른 정치적 이슈를 제쳐두고 집값하락을 위해 전력을 투구하지 않겠는가.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만 폐지해도 160만채 주택의 상당수가 시장에 공급될 것이므로 집값은 크게 하락할 것이다.
국민의 절반인 무주택자들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은 우리의 정치 현실이 지극히 비정상임을 말해준다. 이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역할을 정의당에게 기대하는 것이 많은 국민의 심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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