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말이 많은 것을 일컬어 ‘수다’라고 한다. 요즘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대다수가 수다로 가득 차 있다. 물론 건강에 관한 것도 있고, 삶에 관한 내용도 있고 다양하지만 막상 듣고 나면 무슨 말을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그냥 웃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며칠 전의 이야기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운동선수와 몇명의 수다꾼들이 만나서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미국에 언제 들어가세요?”
“다음 달 쯤에 들어가려고 해요.”
이 대화를 들으면서 필자는 그 운동선수의 국적이 미국인 줄 알았다. 한참을 듣다 보니 한국국적이 분명했다. 그런데 왜 ‘미국에 들어간다.’고 표현했는지 모르겠다.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그렇게 말한 것인 것 같기도 하지만, 대화를 먼저 이끌었던 사람도 “미국에 언제 들어가세요?”라고 물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인이 미국에 가는 것은 ‘나가는 것’이지 절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인인데 왜 미국에 가는 것이 ‘들어가는 것’인가? 생각해 보니 친구들도 그렇게 표현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스스로 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주변인들이 그를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가는 것을 ‘들어간다’고 표현하고 있었다. 하기야 반미운동을 하던 사람들도 자녀는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있는 세상이니 뭐라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주관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과거 뉴스에 나온 말이다. 무식이 지나치면 유식을 이기는 법이다. 예를 들어 보면서 잘못 표현하고 있는 말들을 알아보자. 모 대통령이 서울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는 중이었다. 기자가 나가서 그 상황을 전하는데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ㄱ국무총리가 출국하는 ㄱ 대통령을 출영하기 위해 서울공항에 나갔다.”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면 다 맞는 것 같지만 실제로 단어의 의미를 따져 보면 전혀 말이 안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출영(出迎)이라는 말은 ‘나가서 맞이함, 맞이하러 나감’의 뜻이다. 지금 출국하는 대통령을 나가서 맞이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 배웅하러 간 것인데, 마중나간 것으로 말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무식한 일인가? 하기야 요즘의 젊은이들은 ‘마중’과 ‘배웅’의 의미도 잘 모른다. 마중은 ‘맞다’의 어간에 ‘웅’을 결합한 단어다. 그래서 배웅, 마중 등과 같은 단어를 파생명사라 한다. 맞웅으로 쓰지 않고 마중으로 쓰는 이유가 완전한 명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말에는 이런 것들이 많다. 막애>마개, 집 웅>지붕, 막암>마감 등이 파생명사로 그 “어원을 밝히어 적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발음나는 대로 쓴 것이다. 아마 한글로 쓰는 것보다는 한자로 쓰는 것이 멋스러워 보여서 출영(出迎)이라고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말도 배웅이라고 했으며 차라리 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한이 남침한 것인지, 우리가 북침한 것인지 물어 보면 제대로 대답하는 학생들이 별로 없다. 북쪽에서 쳐들어 온 것이니 ‘북침’이 아니냐고 되묻는 아이들도 있다. 어휘교육은 어렸을 때 한자와 함께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출국(出國)과 입국(入國)을 바르게 알았다면 “미국에 들어간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대중과 소통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조심해서 말을 해야 한다. 웃고 즐기기만 하면 어휘가 혼란스러워진다. 학교 교육에서 단어의 의미를 바르게 가르치지 않으면 언어가 흐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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