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 연설을 통해 '협치'를 강조한 다음날, 여당 지도부 회의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구성 및 입법에서의 속도전을 강조하며 "발목잡기" 등 사실상 야당을 향한 압박성 표현이 나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전날 개원식이 치러진 데 대해 "만시지탄이나마 국회가 정상화되고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일하는국회', '성과 내는 국회'에 덧붙여 '법을 지키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회 (원)구성부터 국회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고, 지금도 지난 15일 출범을 규정한 공수처법을 어기고 있다"며 "협치와 각종 관행은 국회 운영의 중요한 가치이지만 그게 국회가 직접 만든 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국회 본회의장 연설에서 "21대 국회는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청산하고 반드시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한 다음날, 여당 대표가 '협치가 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한 셈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연설 후 여야 대표들과 한 환담에서도 "국회와 함께 지혜를 모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협치는 너무 절실하다"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특별한 형식 같은 것을 가리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협치를 위해서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했었다.
이날 회의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은 헌법·법률을 준수하는 국회를 목표로 국회 운영에 임할 것"이라며 "불법적 탈법적 발목잡기에 단호히 대응하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시한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수처 출범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한 "(국회가) 늦게 출범한 만큼 속도를 내서 일해야 한다"며 "긴급한 부동산 세제 개편과 임대차 3법을 7월 국회에 반드시 처리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판 뉴딜 법안과 민생경제 입법도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회의 석상에서 "일하는 국회를 실천하고, 더 나아가 일 잘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야당도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제헌국회 때는 1년 365일 중 320일 국회를 열어 휴일을 반납한 채 밤낮으로 일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야 상시국회를 제도화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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