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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놈팡이와 빨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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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놈팡이와 빨치산

지난 주에 이어 어원을 통해 우리말의 의미를 고찰하는 글을 쓰기로 했다. 우리말로 알고 있지만 외국어에서 유래한 단어들이 많다. 미싱이나 마징가 제트가 영어인데 일본을 거쳐 오면서 잘못된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오늘도 외국어의 발음이 한글화되면서 이상하게 변질된 것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필자 세대가 많이 쓰던 단어 중에 ‘놈팡이(놈팽이)’라는 말과 ‘ 빨치산’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학교 때 알고 있던 것과 그 의미가 많이 다르다. 그래서 그 의미를 원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과거에 남자들에게 많이 사용하던 단어가 바로 ‘놈팡이’라는 말이다. 일제 강점기하에 는 ‘룸펜’이라는 말로 많이 쓰였는데, 이것이 두음법칙의 적용을 받아 ‘눔’으로 발음 되다가 다시 ‘놈(者)’과 비슷한 의미로 쓰임에 따라 ‘놈’으로 발음되었다. 그러니까 ‘룸펜’에서 ‘놈팬’으로 바뀌고, 다시 ‘놈팡이(놈팽이 : ㅣ모음 역행동화)’로 발음된 것이다. 그렇다면 원어인 ‘lumpen'은 무슨 말일까? 우선 놈팡이부터 보자. “1.‘사내’를 얕잡아 이르는 말, 2.직업이 없이 노는 남자를 얕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표준국어사전>에 나타나 있다. 영어로 “1. a person without regular occupation, 2. a bum, 3. a loafer"라고 한다. 원래는 독일어였는데, 영어로 인식되고 있다. 영어사전에는 “1.사회적 지위를 잃은 사람의, 2.룸펜의, 3.부평초 신세의”라고 되어 있으며, 영영사전에는 “mentally sluggish”라고 나타나 있다. 이렇게 일반적으로 남자에 대한 비칭으로 쓰이거나 직업이 없이 건들거리는 사람을 칭할 때 ‘룸펜’이라고 했는데, 현대어로 오면서 각종 음운현상이 겹쳐서 ‘놈팡이’가 되었다고 본다. 충북대학교의 조항범 교수는 우리말 ‘놈’과 ‘팡이’라는 접사의 결합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일제강점기하의 문학에서 ‘룸펜’이라는 용어가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독일어에서 유래했음에 방점을 찍고 있다. 참고로 조항범 선생의 글도 일리 있는 부분이 있어서 일부 인용한다면, 접사 ‘팡이(팽이)는 우리말에서도 자주 보인다고 하였다. 좀팡이(쫌팽이), 잡팡이(잡팽이) 등과 같은 단어에 보이는 팡이가 그것이라는 말이다.(선택과 판단은 독자의 몫)

다음으로 많이 혼동하고 있는 단어가 바로 ‘빨치산’이다. 어린 시절에는 이것이 순 우리말인 줄 알았다. 부친께서도 자주 말씀하셨고, 친구 부친께서는 지리산 빨치산 토벌 얘기를 만날 때마다 무용담으로 들려주시곤 했다. 우리가 흔희 빨간 무리들이라고 하듯이 ‘빨갱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착각했었는데, 그에 대해서 바르게 일러주는 어른은 한 분도 없었다. 그냥 ‘빨치산 = 빨갱이’라는 등식으로 뇌리에 각인되어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 어원을 통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분석해 보는 것이 후세를 위해 필요할 것 같아서 설명하기로 한다.

우선 표준국어사전에는 “적의 배후에서 통신·교통 시설을 파괴하거나 무기나 물자를 탈취하고 인명을 살상하는 비정규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6·25전쟁 전후에 각지에서 활동했던 게릴라를 이른다.”라고 되어 있다. 다른 사전을 조금 더 보자. <다음사전>에는 “1.a partizan, 2.a guerrilla”, “1. 자기편, 2. 유격병, 3. 당파심이 강한, 4. 유격병인, 5. 동지”라고 되어 있으며 원어로는 ‘partizan’이다. 그러니까 정규군이 아닌 민간인으로 조직된 유격대라고 해야 원어에 가까운 번역이 될 것이다. 러시아어라고 하지만 더 나아가면 프랑스어 ‘parti'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파르티잔’이라는 말은 ‘당원, 도당’이라는 뜻이었는데, 전쟁을 거치면서 유격대원으로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좋다. 위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빨치산’과 ‘게릴라’를 동의어로 취급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게릴라는 ‘비정규전·유격전 등의 전투행위’를 가리키는 명사인데 비해, ‘partizan'은 ’비정규전을 행하는 구성원‘(장진환, <신문 속 언어지식>)을 말한다. 그러므로 게릴라와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외국에서 들어와 우리말이 된 것 중에는 의미를 찾기 어려운 단어들이 많다. 그것들을 바르게 전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우리 세대의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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