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창궐하면서 40억 명의 인구가 도시 봉쇄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 사람과 물자가 이동하지 못하면서 경제적 위기가 심화되고 항공을 비롯한 교통산업도 큰 타격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는 다양한 분야에서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앞당기고 있는데 교통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승객감소로 인한 운송기관의 경영악화 지속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사망자가 8만 명이 넘으면서 전 세계에서 인명피해가 가장 많다.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올해 초와 비교해보면 평균적으로 80% 정도 대중교통 승객이 감소했다. 영국 런던도 작년과 비교하면 튜브(런던 지하철)와 버스 승객이 각각 95%, 85%나 줄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한 이탈리아는 전국적으로는 3월 초까지 대중교통 이용객이 평균적으로 50%나 감소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데 전국버스운송조합 자료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작년 2~3월 대비 동기간에 승객수가 시내농어촌버스는 33.3%가 줄었고, 시외와 고속버스도 각각 55.1%와 55.5% 줄었다고 한다. KTX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1.28~3.12) 이용객이 70% 이상 급감했다.
문제는 이러한 승객감소가 요금수입 손실로 직결되면서 운송기관의 급격한 경영악화를 야기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도시가 봉쇄되더라도 방역 인원의 이동과 병원 등의 필수서비스는 유지되어야 하므로 대중교통을 완전히 멈출 수도 없다. 운영비용은 계속 소요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교통센터(Transit Center)는 미국의 대중교통 운송기관들이 코로나19로 인해서 총 264억~38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런던의 교통을 책임지고 있는 런던교통본부도 코로나19로 기존 요금수입의 90%가 감소했지만 운영을 멈출 수 없어서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외국만큼은 아니지만 한국도 상황이 심각하다. 코레일에 따르면 올해 1월 28일 감염병 대응 경보 '경계' 발령 이후 3월 12일까지 승객감소로 인한 손실이 1624억 원에 달했다. 전국버스운송조합 자료에 의하면 버스운수업체들도 지난해 2∼3월 대비 요금수입이 총 3600억 원이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서울 지하철의 요금수입도 작년 동기간보다(1~2월) 244억 원이나 감소했으며, 3월과 4월은 이보다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듯 코로나19는 요금수입 급감과 필수서비스 운영을 위한 고정비 부담 등을 강제하면서 운송기관의 경영악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다소 진정되더라도 이러한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의 비대면 확대, 온라인 산업 활성화, 재택근무 확산, 다중이용 시설 기피 등으로 대중교통 이용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밀집 이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운행 빈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고, 방역도 계속해야 하므로 고정비는 늘어날 수 있다. 세계 각 도시정부와 대중교통 운송기관들은 요금수입은 줄어들고 고정 운영비는 오히려 더 늘어나는 이중고에 직면하는 것이다.
자전거와 도보 등의 비동력 교통 확대
코로나19는 의도치 않게 친환경 교통의 확대를 이끌고 있다. 도시가 봉쇄되고 대중교통 이용에 제약이 따르자 자연스럽게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도시들에서는 자전거와 도보 등의 비동력 교통 이용이 급격하게 늘었다. 중국, 독일, 아일랜드, 영국, 미국을 포함한 많은 도시에서 자전거 교통량이 급증했다는 사실이 보고되고 있다. 이렇게 이용수요가 급증하자 각 도시들은 도시봉쇄로 이용하지 못하는 도로를 아예 적극적으로 자전거와 도보 등에 재할당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지난 11일 파리 광역 지역에 무려 650킬로미터(㎞)의 자전거 길을 준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밀라노도 자동차 도로를 자전거와 보행을 위해 최대 22마일의 공간을 재할당한다고 발표했다. 뉴욕시의회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도로를 개방하는 법안을 도입할 계획에 있다. 벨기에 브뤼셀은 차량의 최대 속도를 시속 20km 제한하면서 보행과 자전거 이용을 편리하게 했다.
ITDP(Institute for Transportation and Development Policy, 국제교통개발정책연구원)라는 기관에서는 아예 코로나19 시대에는 마이크로모빌리티(도시에서 25km/h 미만의 속도로 개인이 소유하거나 공유하고 인력 또는 전기장치로 작동하는 자전거, 스케이드보드, 전기스쿠터 등을 말함)가 크게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자동차와 대중교통의 이용은 줄였지만 역설적으로 친환경 비동력 교통수단 이용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각국은 선제적으로 이러한 친환경 교통수단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시대 교통의 '뉴노멀'
코로나19는 대중교통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더라도 비대면 확산, 온라인 생활과 재택근무 확산, 대중교통 이용 기피 등으로 이용 수요가 이전만큼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그만큼 수요가 줄어들어도 승객 분산을 위한 비탄력적인 운영과 방역 등으로 오히려 운영비용 부담은 늘어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요금의존도가 높은 도시 대중교통 시스템은 어려움이 가중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한편 코로나19는 대중교통이 도시에서 필수 서비스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는 측면에서는 교통 혁신의 기회도 제공했다. 도시가 봉쇄되더라도 방역과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서 대중교통은 운영되어야 했다. 미국에서는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 정도가 재택근무를 하지 못하는 저소득 서비스 직종에 종사한다고 하는데 이들에게는 대중교통이 생명줄이나 다름이 없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집중될 이들에게 대중교통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필수적인 사회서비스이다. 그러므로 대중교통은 코로나19 시대에 보다 더 저렴하고 편리하고 안전한 공공서비스로 거듭나야 한다. 지속가능한 대중교통이 되기 위한 재정 지원과 운영체계 개선 노력이 중요해진 것이다. 특히 재정지원이 적고 요금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대중교통체계에서는 더욱 시급한 과제이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는 우리가 살기 위해서 친환경 교통을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연간 700만 명이나 대기오염 등으로 조기사망을 해도 눈을 감던 세계가 실제로 도시가 영화처럼 봉쇄되고 사람들이 눈앞에서 죽어 나가자 생활 패턴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교통은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는 도구로 격상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방역에만 머무르지 말고 친환경 교통이라는 '뉴노멀'로 적극 전환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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