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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플랫폼노동자

[창비 주간 논평] "플랫폼노동 존중받는 '상생의 플랫폼산업 생태계' 만들어져야"

코로나19 사태가 매우 위중하다. 변종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인 코로나19가 올해 초 국내로 유입되더니 2월 중순 이후 대구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국가적 재난 상황을 연출했다. 지난 40여 일간 확진환자가 1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200명에 이르렀다. 그나마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듯이 방역을 펼쳤고,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섬으로써 다행히 확진자의 증가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무섭게 번져 수십만 명의 환자와 수만 명의 사망자가 생겨나 이른바 팬데믹의 가공할 위험을 실감시키며, 다시금 우리나라에서 그 역병의 불씨가 되살아날까 두렵기도 하다. <위험사회>라는 명저로 널리 알려진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이 예견했듯이 지구화 시대에 질병의 위험이 국경이나 계층 등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의 안위를 보편적으로 위협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경험하는 요즘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은 질병 재앙에만 그치지 않는다. 경제와 산업 그리고 고용시장에 심대한 타격을 안겨주는 또 다른 쓰나미로 엄습하고 있다. 경제와 고용 사정은 지난 외환위기 때보다 더욱 위태로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관광·항공을 비롯한 주요 서비스산업이 개점휴업 상태에 내몰렸고, 해외수출의 주력 제조업에서도 공장 가동이 현저히 줄거나 아예 멈춘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언론 지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업대란이 곧 현실화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속속 등장한다. 정부 및 지자체들이 기업 살리기와 국민생계 보조를 위해 전례 없이 막대한 규모의 재난지원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나 속절없이 무너지는 산업현장과 고용시장을 복구할 수 있을지는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

이러한 암담함은 비정규직, 자영업자처럼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된 취약계층에게는 더욱 가혹한 현실이다. 일각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의 '집콕' 생활이 이어지며 택배와 음식 배달 등 생활물류 서비스 노동자들은 호황을 누리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신흥 성장 부문으로 각광받아온 플랫폼경제 종사자들도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취약집단에 속하는데, '디지털 특수고용(디지털특고)'이라는 불안정한 취업 지위 때문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노동자가 아닌 독립사업자이기 때문에 건강과 생계 그리고 고용을 보장해주는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폭증하는 업무를 마다할 권한이 없고, 업무를 조정해주는 관리자가 없고, 고충을 토로하고 대응할 조직도 없다.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배송노동자의 과로사도 이 때문이며, '쿠팡맨'의 경이로운 '이직률'도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구조에 기인한다. 코로나19로 플랫폼노동자가 큰돈을 번다는 세간의 부러움은 착각이며 그들은 여전히 위태로운 고용환경에서 생계 위기에 내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플랫폼노동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같은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플랫폼의 네트워크형 시장중개 기능에 기반하여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의해 등장했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공유경제' '온디맨드(On-Demand) 경제' '긱 이코노미(gig economy)' 등으로 불리며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0년간 많은 플랫폼스타트업이 다양한 서비스 분야로 진출해 플랫폼경제의 역동적인 면모를 보여주었다. 낮은 진입장벽과 자율적 근로활동 그리고 일-생활 병행 등의 이점은 주업 또는 부업의 플랫폼노동자들을 빠르게 증가시켰다. 2019년 한국고용정보원이 추정한 우리나라 플랫폼노동 종사자 규모는 약 50만 명에 달하고 전체 취업자의 1.7∼2.0%에 해당된다. 같은 기관의 조사에서 플랫폼노동자의 절반 이상(53.9%)이 그 일을 전업으로 삼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플랫폼기업의 중개로 일감을 받아 일하는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 및 프리랜서, 기간제 또는 파트타임 비정규직(알바), 그리고 파견근로 등 다양한 취업 지위를 보여준다. 플랫폼노동자들은 이렇듯 서로 다른 지위로 규정되지만 비정규직 신분 때문에, 보다 많게는 임금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회위험으로부터 제도적 지위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공통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앞서 간단히 언급했지만, 대다수 플랫폼노동자들은 노동관계법의 적용대상인 근로자로 인정되기보다 독립사업자로 취급받으며 최저임금의 보장이나 노동3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정규직 노동자는 재택근무나 유급병가를 활용하고 퇴직 시에도 실업급여의 혜택을 누리지만, 하루하루 플랫폼 중개로 일감을 찾아 생활하는 플랫폼노동자들은 실업안전망 수혜의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갑갑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 만큼, 우선 코로나19로 인해 일감이 끊긴 플랫폼노동자의 생계를 지원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또는 재난기본소득 같은 정부의 촘촘한 행정력이 필요하다. 4·15총선으로 새롭게 구성되는 제21대 국회 역시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등 '또 다른' 취업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보장하는 입법을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이다. 근로기준법 등 현행 노동관계법과 사회보험제도는 보호 대상을 임금노동자로 협소하게 설정하고 있는데, 그로부터 배제된 '일하는 국민'이 서러운 일은 이제 없어질 때가 되었다. 특히 말만 무성한 채 20년 가까이 표류해온 '특수고용직노동자 보호입법'의 실패사례를 유념하여 플랫폼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이 제도 밖에서 계속 방치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얼마 전 배달플랫폼 기업들과 라이더노동조합들이 나서서 사회적 대화포럼을 만들었는데, 그들의 생산적인 노사협의를 통해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노동이 인간답게 존중받는 상생의 플랫폼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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