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북핵 일괄 타결 방안인 '그랜드 바겐'과 관련해 정운찬 총리와 외교통상부 유명환 장관의 인식이 엇갈렸다. 정 총리는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기존의 것과 같다"는 것을 강조한 반면 유 장관은 "새로운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기존 미국 정부의) 포괄적 패키지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슷한 내용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실무자들이 잘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 듣는다고 한 것이고 이는 미국과 한국간의 일시적인 소통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이 (두 방안은 동일한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정 총리의 답변에 "그런데 그랜드 바겐이 마치 새로운 방안인 것처럼 발표하니까 국제 사회가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 아니냐"는 민주당 김충조 의원의 질타가 이어지자 유명환 장관이 이를 '교정'하고 나섰다.
유 장관은 김 의원과 질의 응답 도중 "방금 (총리에게) '그랜드 바겐'을 질문했는데, 그 기본 구상은 북한이 시간을 끌면서 비핵화 과정에서 지연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랜드 바겐'은 일괄 타결 방식으로, 포괄적 패키지와 맥을 갖이 한다. 마치 새로운 것처럼 '그랜드 바겐'을 제시해 혼란을 야기 시켰을 뿐 아니라 외교력을 소진시켰다. 이것은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금 6자 회담 복귀 등 관련해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는데 이 대통령의 그랜드 바겐이 잘못하면 그랜드 바(큰 장애물)가 될 수 있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 총리는 대북 정책의 기본 방향과 관련해 "미국, 중국 등 관련국들 정상 간, 외교장관간, 다양한 차원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다. 정부는 북한에 대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으며 북핵 문제의 진전이 없으면, 남북 관계도 북핵 문제를 우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남북 정상회담 관련해 "지난 주말 국정원 모 차장이 싱가포르를 다녀왔다"고 주장하며 "총리는 이를 보고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정 총리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정 총리는 남북 인사 싱가폴 접촉설 등과 관련해 "들어본 바 없다. 알지 못한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구 의원은 임진강 방류 사고, 철책 절단 사고 등을 거론하며 "국무총리, 정책실장, 정무수석, 국정원장이 전부 군대를 안 갔다와서 필드 매뉴얼이 약한 외교 안보 라인인 것 같다"고 꼬집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관련해 민주당 김충조 의원이 "샘물 교회 사태 등의 전례도 있고, 현재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매우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때 (전투병을) 파병해야 하느냐"고 묻자 유명환 장관은 "그런 희생은 각오해야 한다.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위치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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