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돌고 돌아 박근혜, 의리냐 쇄신이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돌고 돌아 박근혜, 의리냐 쇄신이냐

[전망] 상처 투성이의 박근혜 등판과 한나라당의 미래는?

결국 그렇게 될 수순이었다. 홍준표 대표의 지난 9일 사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10.26 재보선이 패배로 귀결되고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라는 촌평을 낸 후로 6주를 흘려보냈다.

"한나라당의 수명이 다 한"(정두언 의원)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는 삼고초려를 거부했다. 3번의 등판 요구를 모두 일축했다. 끝내 지도부 퇴진에 떠밀려 '허가'한 뒤 지금은 장고에 들어간 상태다. 그간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처리로 휘청거렸고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라는 '피니시 블로'를 맞았다.

한나라당과 동의어가 된 박 전 대표의 앞날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백가쟁명식 '박근혜 역할론'이 친박 인사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고 있지만, 재창당론에서 신당 창당론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아직까지 박 전 대표는 '막후'에 있다.

6주간 '우유부단함' 노출한 박근혜…한나라당 어떻게?

그 동안 박근혜 전 대표는 친박계 의원들도 모른다는 휴대전화 '핫라인'을 일부 가동해 특유의 '막후 정치'로 홍준표 대표 퇴진을 세 차례나 막았다. 지난 10월 29일 연찬회에서, 그리고 홍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던진 지난 5일 의원총회와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였다. 결정적 순간들마다 박근혜는 제대로 된 메시지를 보내지 못했다. '친박' 의원들의 '카더라' 설만 난무했다.

▲ 박근혜 전 대표 ⓒ프레시안(손문상)
대표적인 사례가 7일 유승민 최고위원의 사퇴 때 보인 그의 태도다. 박근혜 전 대표는 유 최고위원의 사퇴를 말리고 홍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보냈지만, 그날 저녁 자신의 판단을 뒤집었다. 그 직전 홍준표 대표는 박 전 대표의 의중을 친박계 '핵심'으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유 최고위원 사퇴에 부정적"이라는 것이었다. 홍 대표가 두 번째 재신임 카드를 던진 배경이었다. 그러나 다른 친박계 인사들은 말이 달랐다.

결국 박 전 대표는 우유부단함만을 노출한 채 홍 대표의 퇴진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었다. 당 대표조차 당의 실력자와 '핫라인'이 없어 여론을 오판하게 됐다는 사실은 특히 충격이었다.

그 사이 당의 정책 기능은 엉망이 됐다. 홍 대표가 제안한 '부자 증세'는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에 없던 일이 됐고, 정부는 강남 지역의 부동산 투기 규제를 확 풀었다. 당에서는 "정책위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투기지구 해제 등의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불만들도 나왔다. 다주택자 중과세 페지는 지난 8월 당이 추진한 것인데, 지난 7일에는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당정 협의를 부담스러워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박 전 대표의 정책 쇄신도 임팩트가 없었다. 한미 FTA 날치기 직후 대학생 학자금 대출 금리 제로 등 정책을 내놓았지만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한 의원은 "도대체 박근혜의 메시지가 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한나라당 당직자는 "결국 돌고 돌아서 박근혜 등판론이다. 한달 반 동안 홍준표 대표만 붙들어잡고 있었다는 느낌이다"라고 푸념했다.

패배한 재보선부터 홍 대표 사퇴까지 6주 동안 변한 것은 두 가지다. 박 전 대표는 3번의 판단 착오 끝에 홍준표 대표 퇴진을 '허가' 했다. 그리고 당내 쇄신파의 '재창당' 주장에 편승했다. '등판론'은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지만 실체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이 가운데 미미한 지지율의 당내 경쟁자들은 박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비상국민회의 구성을 제안했고 정몽준 전 대표는 11일 전당대회를 즉각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이계의 '박근혜 흔들기'도 본격화된 모양새다.

의리냐 쇄신이냐 그것이 문제?

돌고 돌아 박근혜 등판론이다. 그는 이제 출발점에 섰다. 박 전 대표 앞에는 지난 6주 간의 혼란보다 더 큰 혼란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 박근혜 전 대표는 지도부 해체 후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을 포함해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순은 황우여 원내대표가 해체된 지도부 대신 당대표 권한 대행을 맡고 비대위를 꾸리는 것이다.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개입하고, 이후 비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이다. 9일 홍 대표 사퇴와 함께 장고에 들어간 박 전 대표는 당 외곽 인사들의 자문을 구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당의 진로와 관련해 재창당 등 현재 한나라당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까지 고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예 신당 창당을 해야 한다"는 건의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명을 바꾸고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지만, 이는 "화장만 고치고 옷만 갈아 입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신당 창당의 경우 외부 인사 영입을 포함해, 기존 당원들의 재입당 절차도 함께 거쳐야 하는 등 복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외부 인사라고 해도 현재 박세일 서울대 교수 세력, 미래희망연대 등으로 극히 제한돼 있다.

▲ <TV조선> 인터뷰에 출연한 박근혜 전 대표

재창당이든, 신당 창당이든 박 전 대표에게 중요한 것은 인적 쇄신이다. 인적 쇄신의 첫 단계는 자신의 '손발'을 자르는 것이다. 영남의 원로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을 이끌어내는 등 전반적인 당 쇄신을 위한 명분을 축적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과 계파를 달리한 이들에 대해섣고 '메스'를 댈 수 있다.

더불어 이명박 대통령과 관계 설정을 고민해야 한다. 신당 창당의 경우 이 대통령의 재입당 등의 문제와 관련해 갈등을 빚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신당에 무리없이 합류할 경우,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친박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과 선을 그을 때"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어떤 방식으로 차별화를 할 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결국 전제는 박 전 대표의 '자기 쇄신'이다. 그간 '막후 정치'의 부정적 인식을 벗으면서 측근들을 정리해야 재창당이든 신당 창당이든 '박근혜식 쇄신'에 명분을 세울 수 있다. <조선일보> 강천석 주필은 10일자 칼럼을 통해 "박근혜 전 대표는 모든 걸 내려놓는 것으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어차피 언젠간 내려놓을 짐이라면 정수장학회도, 부산일보도, 영남대학교도 빨리 확실히 내려놓는 게 낫다. 두 번 다시 건너지 않을 각오로 강을 건너겠다면 무엇보다 몸이 가벼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조선일보>를 읽는지 안 읽는지 모르지만, 박 전 대표는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가 이끄는 외곽조직 청산회 송년의 밤에 축하 메시지를 통해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거칠게 정리하면 '의리'는 '쇄신'의 반대말이다. 박 전 대표가 '의리'와 '쇄신'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