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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 돌아오는 봄마다 평화가 한 뼘씩

[함께 사는 길] 통일촌의 제비집

삼월 삼짇날,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 그때부터 진짜 봄의 시작이다. 제비는 귀소성이 강해 매년 같은 곳을 찾아온다. 민간인 통제구역 내의 통일촌 휴게소 처마에는 지난 2004년 휴게소 건립 이후 많은 제비들이 찾아와 집을 지었다. 제비가 집 처마에 집을 지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은 익조를 보호하려는 옛사람들의 지혜였을 것이다.

그 아름다운 공존의 지혜를 휴게소 사람들은 잘 지키고 있다. 휴게소 처마에는 제비집이 빼곡하고 사람들은 제비들이 드나드는 걸 즐거이 지켜본다. 1층 처마에 제비집이 10여 개, 2층 처마에는 귀제비의 집이 15개나 된다. 제비의 생태를 연구하는 이들에게도 이곳은 명소다. 파주환경연합 생태조사단도 매년 이곳의 제비를 모니터링해 기록하고 있다.

▲ 통일촌휴게소 처마에서 부화된 새께 제비들이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리고 있다. ⓒ김경훈
1층 처마 밑 벽을 차지한 제비들은 몸 윗면이 푸른빛 도는 검은색이고, 배 쪽은 크림색을 띠는 흰색이다. 이들의 집은 사발을 엎어놓은 것 같은 형태다. 귀제비의 배는 연한 갈색 바탕인데 짙은 갈색 세로무늬가 있다. 꽁지는 제비보다 길다. 귀제비는 호리병 모양의 터널형으로 둥지를 튼다.

먼저 도착한 제비들이 작년에 만들어 놓은 집들을 점검하며 분주하다. 겨울 추위를 버텨 온전한 것도 있지만, 여기저기 보수가 필요한 집들도 있다. 지푸라기와 진흙을 입에 물어와 처마 밑 벽에 조금씩 이어붙이며 집을 짓는다. 수백 번 반복되는 고된 과정이다. 애써 지은 집이 한 해를 잘 버티고 다음 해에 돌아올 제비들을 탈 없이 맞기를 바란다.

사람을 좋아하는 제비들은 둥지를 튼 집에 인적이 끊기면 그곳을 떠난다고 한다. 도시에서 제비가 사라진 건 '제비들이 마천루로 채워진 도시를 사람 없는 빈집으로 여긴 탓이 아니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오는 9월 9일 중양절이 되면 제비들은 강남으로 돌아간다. 그때까지 제비들은 이 땅에서 새끼를 낳아 키울 것이다. 제비 가족이 돌아오는 봄마다 한 뼘씩 평화가 자라 머지않은 미래에 그들이 통일촌에 돌아올 때 진짜 통일이 된 땅에서 제비의 귀환을 맞게 되길 바란다.

▲ 귀제비들. ⓒ정명희

▲ 제비. ⓒ백홍석

▲ 제비들의 서식처가 된 민간인 통제구역 통일촌 휴게소. ⓒ정명희

▲ 제비는 둥지를 짓기 위해 지푸라기와 진흙을 물어온다. ⓒ함께사는길(이성수)

▲ 제비는 수천 번 왕복하며 지푸라기와 진흙을 벽면에 바랄 둥지를 완성한다. ⓒ함께사는길(이성수)

▲ 통일촌 휴게소 1층에 둥지를 튼 제비집은 사발을 엎어 놓은 구조이다. ⓒ함께사는길(이성수)

▲ 2층 처마에 둥지를 튼 귀제비집은 호리병 모양의 터널 구조이다. ⓒ함께사는길(이성수)

ⓒ함께사는길(이성수)

ⓒ함께사는길(이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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