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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 범야권 통합과 승리의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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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 범야권 통합과 승리의 화두

[기고] 혁신만이 통합을 통합답게 한다

안철수 현상을 겪으면서 나는 민주당의 위기를 역사적 뿌리에서 찾아야 한다고 확신했다. 도대체 10월 3일 서울시장 경선에서 오후에 줄줄이 투표장으로 튀어나와 민주당 후보를 탄핵한 20-30세대들은 언제부터 우리를 미워했을까? 그리고 그들은 왜 우리를 그다지도 미워하게 되었을까?

집권 10년의 명과 암


그것은 우리가 집권했던 10년간 우리가 했던 일에 대한 그들의 평가에서 비롯되었다. 사실 우리는 우리가 했던 일과 우리가 미처 하지 못한 일에 대해, 그리고 국민들이 그것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 것인가에 대해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성찰하지 못했다. 우리는 정권을 빼앗아간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에는 열과 성을 다했지만 우리 자신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는 인색했다. 나는 오늘에야 비로소 이 점을 고백하게 됨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집권 10년 동안 한국사회는 거대한 전진을 이루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IT혁명을 통해 제2의 경제성장기를 구가하고 우리의 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남북 간의 평화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젖혔다. 더욱이 돈 안 드는 정치, 깨끗한 정치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지방분권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그러나 빛의 이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우리는 결정적으로 외환위기 이후 심각해지기 시작한 사회의 양극화에 올바로 대처하지 못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진행되었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격랑 속에서 우리는 그것이 가져올 참혹한 후과를 예비하고 대처하지 못했다. 그 10년 동안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지면서 중산층은 붕괴되고 말았다. 부와 가난이 세습되어 가난한 사람에게는 출로 없는 신분사회로 변질되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이를 막는 데 실패했다.

우리가 집권했던 10년 동안 20-30세대들은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다. 사회의 양극화와 함께 진행된 그들의 입시전쟁은 소수의 부유한 집안 아이들과 대다수의 평범하고 가난한 집안 아이들을 갈라놓았고, 몇 년 후 대다수의 평범한 집안 청년들은 다시 취업전쟁에서 88만원세대,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전락하고 말았다.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도 고용은 언제나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들은 지금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3무세대가 되었다. 누구는 이 세대를 태어나 보지도 못한 세대, 낙태세대라고까지 지칭하는 참담한 현실이 되었다.

이것은 이명박 정권 4년 동안 더욱 심화되었지만 사실 우리가 집권했던 10년 동안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그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이들의 가슴이 시퍼렇게 멍들었다면 드라마 속에 나오는 것처럼 자기가 소유한 호텔이나 백화점에 '실장'으로 취직시킬 능력이 없는 이들의 평범한 부모들의 가슴은 썩어 문들어졌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우리 민주당에게 80%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이들과 더불어 이들의 부모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정치적 탄핵의 신호는 더 이상 회피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이들에게 사죄하는 의미로, 아니 앞으로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의미로 새로운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우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것이다.

혁신만이 통합을 통합답게 한다


나는 10.26 재보선이 끝난 직후 민주당 지도부에게 반성과 사죄를 요구했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모든 식구들이 반성하고 이제 새로운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였지만, 그 선거를 승리라고 이야기하는 후안무치함과 망하기 직전에 있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도부는 나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통합만 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야권대통합이니 통합전당대회니 하면서 연막을 피우고 국면전환을 꾀하려고 통합을 명분으로 자신들의 오래된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다. 나는 이들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국면에서 나는 우리들에게 등을 돌렸던 20-30세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원탁회의'를 세 차례 진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확연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민주당은 뼈를 깎는 반성과 함께 민주당 내부의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이것을 당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 김부겸 의원. ⓒ프레시안(자료사진)
통합은 내 정치 평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 그럼에도 내가 반통합주의자라는 수모를 받아가면서도 혁신을 주창한 이유는 혁신 없는 통합은 거대한 무덤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 통합의 주역이라 나서는 면면들은 물론 다 훌륭한 분들이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옛 동지들의 재회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통합은 비로소 제대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책임회피용, 국면전환용, 기득권유지용 통합은 이제 물 건너갔다. 통합은 우리자신을 혁신하는 혁명과정이 되어야 한다. 가치혁신, 세대교체, 그리고 낡은 기득권을 포기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전당대회가 자칫 직전 집권세력과 그 직전 집권세력 간의 알력다툼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영광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영광을 두고, 그 유산 승계를 두고 다투는 형국으로 가서는 안 된다. 그러면 우리들의 집권기간을 결코 높이 평가하지 않는 등 돌린 국민들의 눈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퇴물들"로 낙인 찍히고 우리는 역사 뒷편으로 "먼지가 되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통합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다. 사람들이 모였다고 통합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무엇보다 가치혁신의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 새로운 가치는 지난 10년의 집권기간을 반성하면서 우리가 실패했던, 그래서 젊은이들의 가슴을 피멍들게 하고 그 부모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를 제시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라고 감히 주장하게 되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일군 보편적 복지는 그 자체로 중대한 진전이지만 이것으로 우리 2030세대의 아픔을 다 치유할 수 없다. 경제민주화의 바탕이 없는 보편적 복지는 미봉책일 뿐이며, 경제민주화의 바탕 위에 비로소 보편적 복지는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다.

과정에 문제가 많았지만 이제 통합의 길로 들어섰다. 서로 존중하고 믿음을 갖자! 그러나 통합된 당의 미래를 위해 가슴을 열고 뜨겁게 토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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