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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건시정' 바꾼다? '복마전' 서울시정부터 혁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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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건시정' 바꾼다? '복마전' 서울시정부터 혁신해야"

[서울시장 후보 정책검증③] 羅, 대규모 도시 개발 VS 朴 한강르네상스 중단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발끈'했다.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부친의 사학재단 관련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정책 질문은 안 하느냐"고 사회자에게 따져 물은 것. 이는 사실 범야권 박원순 후보가 나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세'를 비판하며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정치적 공방만 넘쳐나고 정책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각 후보 정책을 총 4회에 걸쳐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첫 회는 두 후보 모두 전면에 내세운 '변화'의 내용, 그에 따른 주요 정책을 개괄적으로 훑어봤다. 2회는 주택 정책, 그리고 3회는 이른바 '토건 시정'에 관한 주요 공약을 살펴봤다. <편집자>


지난 8월 26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물러났다. 오 시장의 핵심 측근이자 오 시장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한다는 이종현 전 대변인, 강철원 전 정무조정실장, 황정일 전 시민특보도 함께 사임했다. 이들은 이후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리고 나 후보 공약의 뼈대를 만들었다. 나 후보 캠프가 '또세훈 캠프'라고 비판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오 전 시장과 함께 오 전 시장의 대표적인 사업인 한강르네상스 등의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주역들이었다.

한강르네상스를 상징으로 했던 서울시 '토건 사업'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오세훈 전 시장 정책 중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바꿀 것은 바꾸겠다"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이명박, 오세훈 한나라당 10년 서울을 바꾸겠다"는 박원순 야권단일 후보의 입장은 명확하게 구분된다. 나 후보는 강북 지역 개발, 재건축 연한 축소 등을 내걸어 대규모 토목 개발에 방점을 분명히 찍었다. 오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사업도 '윤곽'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후보는 백지화 또는 재검토를 천명했다. 이른바 '전시 토목 행정'으로 상징되는 오 전 시장, 나아가 이명박 대통령의 시장 시절 10년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후보의 경우, 공약 내용만 따지고 보면 부족하다. 이를테면 오 전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인 한강변 고층 아파트 층고 제한 완화 등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미 공사가 완성 단계에 있거나, 상당히 진행된 각종 토목 사업도 완전히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공약 역시 "일부 쟁점 사안에 대해서만 입장을 밝히고 있을 뿐 진행중인 토목 사업 문제점 해소 방안 등에 대해서는 특별한 수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

▲ 오세훈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계획

박원순, 오세훈의 '대표 치적'에 딴지걸다

이번 보궐선거 최대 쟁점 중 하나는 한강르네상스 사업, 그 중에서도 가장 논란이 되는 양화대교 교량 넓히기 공사다. 이른바 'ㄷ자 다리'로 더 유명한 양화대교 공사는 경인아라뱃길 사업의 1단계 과정이다. 이 사업이 완성되면 서해에서 김포로 6000톤 급의 크루즈가 양화대교를 통과해 용산까지 닿을 수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 13번, 14번 교각 철거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교각 대신 다리 위에 아치를 세워 다리를 지탱한다는 것이 공사 내용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의 서해 초입 부분 공사와 연결되는 사업이지만, 이 대통령이 대운하를 포기하면서 오 전 시장의 '서울항(港)구상의 일환으로 탈바꿈했다. 경인운하와 함께 진행되는 공사이기도 하다.

이 양화대교 교각 철거 공사를 진행하느냐, 중단하느냐 여부가 나 후보와 박 후보 측이 격돌하는 부분이다. 나 후보는 현재까지 공사비가 320여 억원이 들어갔고, 공정률이 80%에 달한 만큼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후보는 지금이라도 멈추고, 이미 완공 단계인 상류 측 아치는 전임 시장의 '전시행정 교훈'의 상징으로 남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해 서해뱃길 및 경인운하의 경제성이 중요한데, 3600억 원이 투여되는 이 사업은 감사원 감사 결과 비용/편익비가 0.52%에 불과해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해뱃길' 자체가 경제성이 없는 상황에서 총 410여억 원을 들여 양화대교 교각 공사를 마무리하고 용산국제여객터미널 등 '서울항' 조성, 경인운하 유지 관리 등 향후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을 수 없다는 게 박 후보 측의 논리다.

박 후보는 또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전면 재검토하고 정책조정 기구(가칭 한강복원시민위원회)를 구성해 한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세부 추진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불필요한 전시성 토건성 사업인 한강예술섬, 서해연결한강주운사업, 지천 운하 사업 등은 중단할 것"이라고 명확히 했다.

반면 나 후보는 지난 10일 관훈 토론회 등에서 "한강 르네상스 사업 윤곽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나 후보의 공약집에는 한강 르네상스 관련 공약이 거의 없지만 "신규 사업은 줄이되 재원 대책 등을 마련해 재추진할 부분은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와 나 후보의 토론회 등을 토대로 봤을 때 극명하게 갈렸던 부분은 양화대교 공사와 함께, 오 전 시장이 추진했던 한강 예술섬 사업이다. 아직 착공 단계 전인 이 사업과 관련해 박 후보는 "6735억 원 규모의 한강예술섬 사업은 노들섬 접근 교통망 부족으로 연결 철도 등 교통망 개선 사업을 포함 약 1조 원의 비용이 드는 낭비성 사업"이라며 백지화 방안을 꺼냈다. 반면 나 후보는 "추진은 하되 민자유치 등 방식으로 해 세금을 아끼겠다"고 밝혔다.

나 후보의 주장은 이 사업을 추진해왔던 관료들의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중단 자체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박 후보는 중단 자체가 정치적으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보고 있다. '유지'와 '중단'이 맞붙는 것일 뿐,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여러모로 서울 시민들의 새로운 시정 체감도와 연결돼 있어 중요성을 띤다.

▲ 양화대교 공사 모습 ⓒ뉴시스

나경원의 '화려한' 도시 개발 계획

나 후보가 박 후보에 비해 월등히 많은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부분은 대규모 도시 개발 사업이다. 박 후보는 별다른 개발 계획을 내놓지 않았고, 다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각종 개발 정책도 "시장 권한 행사를 통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나 후보의 개발 공약은 화려함 그 자체다. 오세훈 시장이 시도했다가 자체 판단으로 포기한 재건축 연한 완화를 공약집에 포함시켰다. 이는 강북 지역 재개발, 재건축을 활발하게 해 건설 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 시행되고 있는 뉴타운도 많은 문제를 낳고 있는데, 재건축 연한을 완화하면 재개발이 더욱 촉진돼 일시적 '주거 난민'들이 대량으로 양산될 가능성이 있다. 재개발 요인에 따른 이사가 늘어 전세난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또 상대적 낙후 지역의 고도 제한을 완화하고 상업지역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지역상생 프로젝트'를 내 놓았다. 층수, 높이를 모두 제한하는 현행 규제를 '높이'만으로 단일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주변부'인 상계·창동, 불광, 사당, 천호, 상암, 대림, 신도림, 망우, 양재, 마곡 지역을 '10대 지역거점'으로 지정해 상업 지역 확대, 주거 복합화 등 각종 개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곳들을 '강남'처럼 번화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필연적으로 대규모 토목 공사를 수반하는 공약들이다.

이 외에도 나 후보는 경기도 김문수 지사가 공을 들여온 GTX(수도권광역금행철도)를 서울과 연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 놓았고, 경인 익스프레스를 조기 착공해 "서울~인천간 20분 시대를 열 것"이라고 공언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지하에서 130Km로 달리는 열차를 놓겠다는 것인데 안전성이 담보되기 어렵다. 또 경제성 확보를 위한 역세권 개발로 이어지면서 결국 '토목 사업'으로 본말이 전도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같은 일련의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해 박원순 후보 선대위 우상호 대변인은 "강북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으로 또 다른 토건정책, 제 2의 오세훈식 뉴타운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나 후보 캠프 측 한 인사는 "강북지역 표심 잡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박원순 야권단일후보 ⓒ연합

"토목 시정 개혁하려면 '복마전'같은 서울시 행정부터 개혁해야"

10.26재보선으로 당선된 서울시장이 수행할 수 있는 임기는 불과 2년 8개월 정도다. 오 시장이 추진해온 디자인 서울, 그리고 한강 르네상스, 한강 수변 공원 등은 대부분 완료됐다. 공정률은 95% 가까이 된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지만, 뚜렷한 목적을 알 수 없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세빛둥둥섬 등도 완공됐고, '용산참사'로 대표되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 그리고 뉴타운 사업과 관련해 서울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지만, 오 시장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임기 2년 8개월 짜리 시장이 이같은 '전시성 토건 사업', '불합리한 개발 사업'을 종식시키거나 새로운 방향으로 바꿔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일단 경제성이 없는 몇몇 사업들에 대한 재검토 및 수정 보완 정도가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조명래 교수는 "후보들이 지금 한강르네상스 등 정치쟁점이 되는 토목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낭비성 토목 사업이 함부로 계획되고 시행될 수 없는 행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며 "이명박, 오세훈 시장이 시정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사실상 없애버린 실국장 회의를 부활시키는 등 복마전 같은 서울시 시정 개혁이 전시 토목 사업 등을 막는 데 전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70년대에 일본 도쿄도지사가 혁신 지자체 운동을 해서 진보적 시정 개혁을 했고, 이 운동이 전국으로 나갔다"며 "일본의 관료적 지방 자치 혁신의 기폭제가 돼야 한다. 우리도 그런 시장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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