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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의 흥분과 오프라인의 비루함

[프레시안 10년을 말하다] 프레시안의 지난 10년, 앞으로 10년

한국 정치는 두 달 앞을 알 수 없다는 얘기가 있다. 최근 일련의 사태도 그 알 수 없는 두 달의 범주에 딱 들어맞는다. 오세훈 시장의 헛발질, 안철수 원장의 깜짝 등장과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양보, 이후 박근혜 전 대표와 어금버금한 지지율. 이번 추석에도 친척들이 모이면 한 번쯤은 나눴을 얘기들이다.

이렇게 정치의 호흡이 빨라진 것은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선진국들도 가팔라지기는 마찬가지다. 기대를 모으며 출범했던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도 의료보험 개혁을 분수령으로 체력이 현저히 떨어진 느낌이다. 미국의 국가부채 규모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기만 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40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뤘다는 민주당의 역량부족도 문제지만 증폭되는 갈등정치 속에서 경황이 없다. 이런 현상은 최근 경제위기가 무섭게 번지고 있는 유럽 국가들도 비슷하다. 우리가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진보-보수의 '10년 교대설'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을 정도이다. 집권 후 1~2년만 되면 모두들 정치적, 경제적 위기 앞에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정치적 주기가 빨라진 것은 그만큼 세상이 빨리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세상인 것이다. 지구 반대편의 작은 움직임도 곧바로 주식시장에 반영되며,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작은 발언도 금세 전파된다. 더구나 이들 정보는 상호반응(즉, 인터렉티브)이 가능하다. 댓글을 달기도 하고 토론을 하기도 하며, 때로 지지 또는 반대 사이트를 개설할 수도 있다. 책을 구입할 때도 다른 사람은 무엇을 읽고 있는지, 어떤 책의 구매지수가 얼마인지 미리 보고 사게 된다. 검색어 순위가 바뀌는 것만 보아도 세상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특히 SNS 서비스들은 세상일을 더 빨리, 더 쉽게 흥분하도록 증폭시킨다.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의 지난 10년, 앞으로 10년

지난 10년간 세상은 그렇게 변덕스러웠다. 열정은 쉽게 타올랐고, 또 허무하게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프레시안이 긴 호흡, 깊이 있는 분석,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를 얘기한 것은 특별하다. 시대의 명문이라고 할 만한 기고문들도 숱하게 읽었다. 여타 온라인 언론들과는 차별화되는 특성들이다.

그러나 프레시안도 세태에 초연하기는 어려운가 보다. 제목은 점점 더 선정적으로 변하고 있고, 상투적인 기고문들도 늘어나는 느낌이다. 반면 긴 호흡과 깊이 있는 분석들은 마니아들만 찾을 만한 자리로 밀려나는 형국이다. (당연할 수도 있지만) 클릭 수에 신경 쓰는 느낌이 완연하다. 더 새로운 영역을 찾아가는 실험정신이 아쉽다. 혹시 정말 세상의 소리를 전할 수 있는 필자들이 기성의 필자 군들에게 막혀 있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10년도 금방이다. 세상이 이런 속도로 가면 말이다. 그러나 더디게 변하는 것도 있다. 우리의 현실 생활세계는 그대로다. 부자는 부자대로,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대로. 그 현실의 역관계는 더 강하게 굳어지는 중이다. 재벌은 더 강고해지고 있으며, 부자 집 아이들은 더 공부를 잘 하고 있다. 10년 전의 철거민은 아직도 철거민이다. 혼자 사는 청년들 중 열의 하나는 한 평짜리 고시원에서 생활한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쉽게 흥분하고 쉽게 세상이 바뀌는 듯하지만, 현실 생활세계는 바뀌지 않는다. 가난은 더욱 비루하게 감춰지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10년, 우리 사회가 직면할 최대 위험은 양극화다. 안전망 없는 가난과 존경받지 못하는 부가 충돌할 위험이 크다. 인터넷 공간의 대상도 없고 목적도 없어 보이는 흥분은 그저 내성만 키운 다음, 실제로는 오프라인의 양극화 현상에서 터져버릴 지 모른다. 그럴 조짐들이 숱하게 보인다. 특히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청년들이 걱정이다. 그래도 고도성장의 혜택을 누린 부모세대들에 비해 줄어든 빵을 나눠야 하는 청년들은 암울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이 온라인의 흥분보다는 오프라인의 비루한 생활세계에 초점을 맞췄으면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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