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점은 박 전 대표가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평가를 했다는 점이다.
박 전 대표는 "(MB정부가) 원칙을 지키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발전적 대북 정책을 위해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고 평가한 후 "한반도 평화정착과 번영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유연할 때 더 유연하고 단호할 때는 더 단호함으로써 안보와 교류, 남북관계와 국제공조 사이의 균형을 잡아간다는 접근 방식에서 다를 수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박 전 대표가 기고문에 언급한 '신뢰외교'에 대해 "힘의 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다. 상호 신뢰를 우선해 배려할 때 국가간 더 큰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균형정책'에 대해서는 "신뢰외교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라며 "안보와 교류협력간 균형, 남북관계와 국제공조간 균형"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해석하면 안보와 교류협력, 그리고 남북관계와 국제공조 사이에서 현 정부가 교류협력보다는 안보에, 남북관계보다는 국제공조에 다소 치우쳤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즉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명박 정부의 태도보다는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한 것이라는 논리로 연결된다.
▲ 박근혜 전 대표가 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외교 안보 정책 관련 기자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과 기본적으로 궤를 같이 하면서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즉, 한 클릭 정도의 변화는 예고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보여주지 않았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보수적 대북 정책 기조 측면에서 본다면, 큰 틀에서 현 정부의 틀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포린어페어스> 기고문 및 이번 기자간담회와 관련해 이정민 연세대 국제대학원장, 최대석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장, 윤병세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과 많은 토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병세 교수는 노무현 정부 후반기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을 지낸 인사다.
"천안함, 그냥 넘어갈 수 없어…남북정상회담 반대 안해"
박 전 대표는 현안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 등 납득할만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과 관련해 박 전 대표는 "인명이 많이 희생됐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으로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라며 "북측에서 우리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다면 아무리 노력하려 해도 의미 있는 남북관계를 이뤄나가기는 어렵다"고 같은 생각임을 밝혔다.
"북측의 의미있는 조치가 남북 관계발전의 전제조건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박 전 대표는 "일방적으로 (북한에) 지원하면 된다는 게 아니고 북한이 만약 정말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 없는 일탈행위를 한다면 거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더 단호하게 해야 하고, 뭔가 어떤 진정성이 있는 변화를 보이면 더 유연하게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원론적인 태도를 취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우리는 아주 신뢰할 수 있을만한 (대북)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 그런 안보 태세를 가져야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과제고 그 바탕에서 북한에게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 않나. 국제 사회도 그런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남북 경협에 대해서도 "국민 안전에 대한 보장을 확실히 받고 재개한다면"이라고 전제한 후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보다 민간에서 사업타당성을 검토해 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남북-러시아 가스관 사업에 대해 박 전 대표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신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 회담에 대해 그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 기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정몽준 전 대표 등이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최선의 대안은 아니다"라며 "전술핵이 영토 내에 있느냐 없느냐가 억지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복지, 안보 분야에 대한 학습량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며 "복지에 이어 앞으로 안보 분야에 대해 입장을 밝힐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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