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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00여 곳에서 '묻지마 재개발' 강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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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00여 곳에서 '묻지마 재개발' 강행되고 있다"

법원서 '제동' 걸어도 지자체 '강행'…"관련 법·제도 개선 시급"

#1. 경기도는 2007년 3월 경기 안양5동 냉천지구 12만8600㎡와 안양9동 새마을지구 19만2900㎡를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안양시는 이듬해 3월과 12월 주거환경개선사업 시행인가를 내줬다. 경기도와 안양시는 이 지역의 노후불량 건축물이 50%가 넘어 경기도 조례에 따라 정비 대상이 된다는 점을 재개발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노후불량 건축물 중에는 무허가 건물까지 포함되어 있었고 안양시 주민 88명은 이 점을 지적하며 정비구역지정 취소 처분 소송을 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 4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재개발 사업에 관한 경기도 조례는 무효라고 밝혔다.

#2. 서울 마포구 아현동은 2003년 11월 뉴타운지구로 지정됐다. 아현4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해 재개발사업 추진 위원회 단계에서 공사비를 3.3㎡당 239만 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2007년 9월 시공사와 공사도급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공사비를 ㎡당 396만 원으로 증액해 총 공사비가 1463억 원에서 2268억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조합은 조합원들의 동의를 위해 총회를 열고 874명의 조합원 중 732명이 출석해 482명(65.8%)의 찬성을 얻어 마포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일 "조합원의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은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총회 결의와 관리처분계획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3. 서울 성북 월곡2구역은 1999년 6월 재개발지역으로 지정·고시됐다. 월곡2구역 주택재개발정비 사업조합은 세입자들에게 주는 주거이전비의 기준이 고시일 이전에 임대계약을 맺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2001년 10월 임대계약을 맺은 정 씨 등에게 이주비 지급을 거부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8월 "특정 지역이 재개발지역으로 지정·고시될 때는 주거이전비를 지급해야할 조합이 설립조차 되지 않은 상태"라며 정 씨 등에게 이주비 12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재개발 과정에서 불거지는 지방자치단체의 졸속 행정과 재개발 조합의 횡포에 법원이 잇단 제동을 걸고 있다. 지자체가 상위법령을 벗어나면서까지 무리하게 조례를 완화해 재개발 및 정비 구역을 지정하거나 조합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조합원들에게 동의서를 강요하는 등 갈등이 속출하는데 법원이 나선 것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번 기회에 관련법을 손질해 재개발사업에 관련된 행정 절차를 쇄신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와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령 위반 등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거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으나 일선 지자체에서는 판례에 반하는 듯이 막개발을 종용하는 행정지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원 판례의 취지를 행정당국에서 적극 반영하는 한편 이에 관련한 입법활동과 국정감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참여연대·나눔과미래 등이 모인 토지주택공공성네크워크와 민주당 김성순 의원이 재개발사업 관련 법원 판례 분석 자료와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프레시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권정순 변호사는 재개발사업의 진행 단계별로 발생하는 갈등에 대한 법원 판례를 소개했다. 그는 "시공사와 조합, 지자체가 사업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와 개발 이익 등을 앞세우면서 급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법원 판결 이후에도 지자체나 조합 등은 태도를 돌리기보다는 무리한 방법을 동원해 재개발을 다시 추진해 크고 작은 행정력의 낭비와 사회·경제적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각 지자체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토지소유자 등에게 충분한 설명 후 정비사업이 진행되도록 감독하고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게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국토해양부 등과 협의해 필요한 법령을 개정하고 관련 조례를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원 나눔과미래 지역사업국장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의 1000여 곳이 넘는 재개발 지역 대부분에서 조합장의 비리나 무리한 재개발 추진 사례가 보고되고 소송도 끊이지 않고 있다"며 "재개발에 관련된 법령을 개정하지 않으면 조합원들의 피해와 사회적 갈등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서울 마포의 아현3구역의 경우 조합장이 100억 원대의 조합비를 횡령해 구속되고 시의원과 경찰·구청직원이 모두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왕십리1구역과 아현4구역 등에서도 조합임원의 횡령 사실이 드러났다"며 "세입자들에 대한 주거이전비 문제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또 "이런 재개발 문제가 상징적으로 드러난 게 용산4구역에서 발생한 참사"라며 "성매매 집결지가 있는 용산2구역 역시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똑같은 문제가 터져 나올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가 밝힌 사례만 봐도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재개발사업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쉽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며 "이런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주거 문제는 사업 측면이 아닌 복지 측면에서 접근해 재개발 과정에서 서민들이 밀려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앞으로 시민단체와 연계해 재개발·재건축 문제를 제도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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