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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그리고 2007년 '이명박 당선'의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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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그리고 2007년 '이명박 당선'의 재해석

[최창렬 칼럼] 자유한국당의 '정치보복' 프레임에 관해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사상 최대 표차로 1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득표가 2위를 기록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보다 두 배나 높다는 사실에 주목해 17대 대선 결과는 보수정당의 압도적 승리로 해석되곤 했다. 17대 대선의 투표율은 63%였다. 2002년의 70.8%에 비해 7%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이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주기적인 선거결과의 불가측성에 의지하는 바 크다. 그러나 17대 대선은 여야 후보의 지지율의 격차로 승패가 예견된 선거였다. 이는 최대 표차라는 결과와 낮은 투표율로 귀결됐다. 이명박 후보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도 투표율의 하락을 가져온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때를 복기해보자. 당시 대선 과정에서 MB와 관련한 다스 소유주 논란과 도곡동 땅 차명보유 의혹은 대선의 뜨거운 이슈였다. 선거를 좌우하는 요소는 정당, 인물, 선거구도다. 특히 전국 규모의 선거일수록 선거 구도가 결정적으로 승패를 좌우한다. 17대 대선에서는 다스 소유주가 누구냐는 의혹과 도곡동 땅 관련 이슈가 승패를 좌우할 쟁점 축을 형성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선거 프레임은 경제에 맞춰졌다. MB가 기업인 출신이라서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착각과 노무현 정부 때의 경제 실패에 대한 실망, 개혁 세력의 지지로 집권한 정부에 대한 민심의 이반을 반영한 결과다.
선거 경쟁의 속성상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선거 결과를 가를 수 있다. 17대 대선은 '경제에 실패한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라는 선거 프레임이 지배했다. 이명박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만으로는 대세를 바꿀 수 없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판단에 의해 다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한 기업이고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이 다스로 흘러간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17대 대선의 선거 결과는 정치적으로 어떻게 재해석되어야 하는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의 소유주가 아니라는 당시 검찰의 판단에 따른 다스 관련 국민의 인식은 사실에 기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가공된 정보에 입각한 투표는 민심과 조응하지 않는다. MB의 혐의가 사실이라면 17대 대선은 왜곡된 표심에 의해 치러졌다. 진실이 밝혀졌다면 승패가 갈렸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적어도 역대급 표차는 아니었을 것이다. 낮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표차는 이명박 정권의 교만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권력을 남용한 사적 이익의 추구로 연결되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다섯 번째로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소환 직후 나온 자유한국당의 반응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배출했던 한나라당을 전신으로 하는 정당으로서의 자성과 근신의 정치적 언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는 MB의 검찰 출석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 말하지 않겠지만, 노무현의 비극으로 잉태"된 것이라고 말했다. 1월 1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이 보수를 궤멸시키기 위한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 보고 있다"고 밝힌 입장의 연장이다. MB는 지난해 11월 21일에도 적폐 수사와 관련하여 "적폐 청산을 보며 이것이 감정풀이냐 정치 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노무현을 소환함으로써 보수의 결집을 촉구하고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또다시 진실을 덮으려 하고 있다.
지난 14일 검찰 소환 때 MB는 정치 보복이란 단어는 꺼내지 않았으나 현 정부에 대한 경고와 유감으로 읽힐 수 있는 말을 잊지 않았다. "역사에서 이번이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는 부분은 자신이 정치 논리에 의해 보복을 당하고 있다는 희생양 코스프레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대표가 선출되고 그 대표가 국민에게 책임지는 정치체제다. 대통령은 선거에서 지지한 투표자는 물론 국민을 대표한다.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는 대표성을 바탕으로 주권자에 대해 책임(accountabitity)을 지는 구조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대표와 책임의 연계 구조를 작동원리로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공히 자신들의 혐의 내용을 부인함은 물론 정치보복 프레임에 기대어 지지층 결집을 통한 반전을 노리고 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MB 수사는 정치보복을 넘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론은 MB의 처벌 쪽으로 기울고 있다. 반전은 무망해 보인다.
민주주의의 정의는 헌법 1조에 정확히 명시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주권자인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다. MB의 소환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과 인식은 민심의 소재와 동떨어져 있다. 사익 추구를 위한 국가권력의 남용은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에 대한 부정이다. MB 수사는 정치 보복이 아니며, 민주주의의 파괴도 아니다. 정당 중 한국당만 이를 정치 보복으로 본다. 정치 보복 프레임이 보수 결집과 친화적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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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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