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박지원 나갈 테니, 이상득·박지만도 나와라"

차명진 "밥먹고 인사만 해도 증인으로 나와야 하나"

저축은행 사태 관련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17일 "한나라당이 요구한 김진표, 박지원 등도 증인으로 나가겠다. 한나라당도 이상득, 박지만 등을 증인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은 "포로를 교환하자는 것이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나라당은 이미 저축은행 비리 연루 정황이 드러난 인사들마저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물타기 속셈'에도 불구하고 거론되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국정조사 증인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는 자신을 비롯해, 박지원 전 원내대표, 문희상·강기정·박병석·박선숙·우제창 의원 등 7명 모두 증인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사태 연루 정황이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과 김황식 국무총리, (박근혜 전 대표의 동생인) 박지만 씨와 박 씨의 부인인 서향희 씨도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경우 자신의 측근인 코오롱 이웅렬 회장의 삼화저축은행 구명 활동 의혹 등과 연루돼 있고, 박지만 씨의 경우 구속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과 친분이 두텁다는 사실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외에도 저축은행 구명 로비 의혹 등과 관련해 권재진 민정수석, 정진석 전 정무수석, 김두우 홍보수석, 백용호 정책실장, 이동관 언론특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은진수 전 감사위원,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등을 증인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차명진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포로 교환식으로 증인을 나오라고 하면 안 된다. 민주당은 물귀신 작전을 그만 두라"며 민주당의 요구를 일축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이 거론하는 증인들은 그냥 만나 인사하고 밥먹은 것 정도인데 이를 증인채택의 근거로 대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고, 청와대 인사들에 대해서도 "청와대를 거대한 공모집단으로 본다면 불러도 되겠지만, 정책적 과오의 문제라면 이미 국회 정무위에서 상당 부분 다뤄졌다"며 방어막을 쳤다. 청와대를 대상으로 한 기관보고도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차 의원은 이어 "지금 민주당에서 나오겠다는 사람들은 다 무조건 나와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여야는 국정조사의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이날 오후까지 협의를 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18일로 예정된 특위 전체회의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