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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총선 불출마', 한나라당 '뇌관' 터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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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 총선 불출마', 한나라당 '뇌관' 터질까?

[분석] '형님'을 둘러싼 한나라 지형도, 그 끝은?

"이상득 의원은 내년에 불출마 할수밖에 없게 된다. 약속(내기) 하자"

한나라당내 한 소장파 의원의 말이다. 범 친이계의 지원을 받고도 전당대회 4위에 그친 원희룡 최고위원의 말에서도 당의 기류가 엿보인다. 원 최고위원은 11일자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당의 변화를 보일 수 있는 게 인물이다. 강세 지역일수록 새 얼굴을 모셔올 수 있는 여건을 정비해야 한다…이상득 전 부의장, 특정인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앞서나가는 것이지만 한나라당이 총선·대선에서 가야 할 길이 나오면 예외는 없다"고 했다.

원 최고위원 측은 "이상득 의원의 이름을 인터뷰에서 직접 거명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상득 의원 불출마 여부가 내년 총선 물갈이의 성패를 가를 기준이라는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인사는 많지 않다. 원 최고위원은 스스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지도부에 입성한 인사다. 전당대회에 출마자들이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20~30% 이상의 '공천 물갈이'를 주장했던 것도 한나라당의 최근 분위기를 설명해준다.

'공천룰' 문제가 '물갈이' 논의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홍준표 대표는 "공천문제는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고 내년 1월 쯤에 논의가 시작돼도 늦지 않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도 '호남 물갈이' 논의가 한창인 상황이어서, 한나라당의 '물갈이' 논란 역시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 폭발한다면 그 뇌관은 이상득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상득, 수도권 민심에 미치는 영향은?

이상득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다. MB정부의 최대 주주 중 한명이자, 권력 '실세' 자리를 한번도 놓친 적이 없는 인물이다. 대통령 인수위 시절부터 18대 총선 공천까지 친이명박계 소장파들을 밀어내고 당내 권력 투쟁에서 최종 승기를 잡았던 강자 중의 강자였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친이재오계-소장파의 이른바 '55인 성명' 파동으로 총선 불출마 요구를 받고도 이 의원은 이를 간단히 제압해 버렸다.

▲ 이상득 의원 ⓒ뉴시스
제압한 정도가 아니었다. 이후 정두언, 남경필, 정태근 등 55인 성명 파동의 주역들에 대해 광범위한 사찰이 이뤄졌다. 이른바 '보복성 사찰'이었고, 그 배후로 이 의원이 지목됐다. 당시 성명에 앞장섰던 공성진 전 최고위원 등 친이재오계 핵심 인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았을 때도 "그 배후에 이상득 의원이 있다"고 주장한 한나라당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권력 투쟁 바람과 맞물려 촛불집회라는 외생 변수가 등장하자 이 의원은 견디지 못하고 마지못해 '2선 후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실제로 2선으로 후퇴했다고 보는 당내 인사는 없었다. 이 의원은 지난 3년 동안 연말만 되면 불거졌던 '형님 예산' 논란의 중심에 서 왔고, 민감한 사안마다 당청 조율의 '막후 실세' 역할을 해 왔다. 이런 사안들이 쌓이면서 "이상득 의원이 권력을 사유화 한다"는 여론은 당내 정치 울타리를 이미 훌쩍 넘어섰다. 이제는 수도권 민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정무적 사안이 됐다.

정두언 전 최고위원이 지난달 11일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이상득 의원이 내년 총선에 공천을 받는 순간 수도권은 전멸한다"며 "이 의원은 내년 총선에 출마한 뒤 당선되면 국회의장을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아는데 수도권 의원들이 이 의원의 공천 신청을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상득 의원의 '올드'한 정치 스타일이 '스윙보터' 역할을 하는 수도권 민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지역민들이 나를 (출마를) 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정 농단 세력은 언젠가 죽기 마련"

이같은 상황에서 원희룡 최고위원의 '이상득 의원 불출마'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7.4전당대회 당시 한 최고위원의 캠프 소속으로 활동했던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원희룡 최고위원의 경우는 사실상 범친이계의 지원을 약속받고도 이른바 '팽'을 당했다. 4위밖에 못했다. 결국 이상득, 이재오에게 '갚아야 할 빚'이 없는 상황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때 100명을 넘겼던 범친이계의 결속력이 급속히 와해됐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경우,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계파를 일정 부분 공유해 왔지만, 최근 김 지사와 이 장관의 계파가 나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친이계 구주류 중에서도 초·재선 의원들은 더이상 이 장관이나 이상득 의원을 '청와대로 통하는 창구'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정두언, 남경필, 정태근 의원이 주축이 된 '새로운 한나라'나, '민본21' 등 개혁 성향 소장파들은 이상득 의원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반면 친박계 원로 그룹은 이상득 의원과 사이가 나쁘지 않다. 특히 영남 출신 친박계 원로 의원들 사이에서는 같은 영남 출신인 이상득 의원 불출마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자칫하면 '영남 물갈이'로 흐를 수 있는데다, 친박계가 이 의원을 공격할 경우 '보복'으로 비치면서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수도권 친이계 일부-개혁 성향 소장파가 이 의원 불출마에 대해 긍정적이고, 이상득 직계-영남 출신 친박계 원로가 이 의원 불출마에 부정적인 상황인 것이다. 이상득 의원을 둘러싼 '전사(前史)'와 변하고 있는 '계파 지형도'를 감안할 때, 이 의원의 '퇴진'이 갖는 의미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으로서 이른바 '권력 사유화'의 관성을 타파하는 의미다. 둘째는 영남 출신 당내 원로 그룹(이를테면 이상득, 박희태, 김형오, 홍사덕, 박종근, 이해봉 의원 등)의 '용퇴'를 촉구해 공천 물갈이를 달성하자는 의미다.

'이상득 비토 세력'은 아직 수면 아래 있지만, 조만간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치열한 권력 투쟁에서 정두언 전 최고위원과 함께 이상득 의원에 의해 밀려났었고, 최근 7.4전당대회에서 남경필 최고위원 캠프에서 활동했던 박재성 전 이명박 대선 후보 상임특보는 6월호 <신동아>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정 농단 세력은 언젠가 죽기 마련입니다. 청명(淸明)에 죽느냐, 한식(寒食)에 죽느냐일 뿐이죠. 저를 포함한 한나라당 내 개혁파들도 갈고 닦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경험했잖아요? 이 상태로 권력투쟁하면 완전 '독박'쓸 수 있겠구나, 대통령 형님하고 싸우면 안 되겠구나, 피는 콜라보다 진하구나… 다 배웠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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