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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ㆍ박근혜, '럭비공' 홍준표를 어찌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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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명박ㆍ박근혜, '럭비공' 홍준표를 어찌하리…

[전망] "이상득ㆍ이재오, 두 '보스'의 오더가 먹히지 않았다"

명실상부 '신주류' 세력이 당을 장악했다. 친이계이면서도 친이계가 껄끄러워하는 중립 성향 홍준표 신임대표와 소장파 지지를 받는 황우여 원내대표의 투톱 체제가 탄생한 것이다. 4.27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구주류가 물러난 이후 한나라당은 당의 '얼굴'을 바꾸는데 비교적 성공했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21만 명의 선거인단을 야심차게 꾸렸음에도 투표율은 25.9%에 그쳤다. 특히 서울 지역 투표율은 24.9%로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는 한나라당 전당대회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방증이다. 당 대표의 '적통'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번 전당대회가 당심을, 나아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고도 할 수 있다.

게다가 당 지도부의 면면도 전임 지도부 출신 일색이다. 홍준표 신임대표와 함께 지도부에 입성한 나경원, 원희룡 의원은 직전 지도부에서 최고위원, 사무총장을 지냈던 전력이 있다. 5명 중 2명만 바뀐 셈이다. 당내 역학관계 차원에서는 의미있는 결과로 볼 수 있지만, 권영세 의원은 "직전 지도부 출신들이 당 지도부가 되면 내일자 신문에 당의 얼굴이 바뀌었다고 나오겠느냐. 국민이 인정하겠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들만의 잔치'였다는 것이다.

'신주류' 명실상부 당 장악…박근혜 '힘'도 증명

당내 역학관계와 관련해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우선 선출직 지도부 5명 중 3명이 비주류로 채워졌다. 당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협의해 지명하는 2명의 최고위원 역시 비주류의 입김이 크게 반영될 전망이다. 여기에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역시 비주류의 지지를 받고 있다.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포함한다면, 9명의 최고위원회의 멤버 중 무려 7명이 비주류로 채워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 한나라당 대표에 선출된 홍준표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신주류의 부상은 이재오, 이상득 의원 등 친이계 구주류의 쇠퇴와 맞물린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향후 당내에 들어온다고 해도 이전처럼 계파 정치를 지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장관은 독자 행보를 강화해 대권 주자로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추후 총선, 대선 과정에서 배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장파의 불출마 요구를 받고 있는 이상득 의원의 경우도 활동 공간이 현저히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확실히 이번엔 이재오, 이상득 의원의 오더가 먹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내 구주류 중에서도 소장파들은 두 '보스'를 더이상 청와대의 '매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유승민 의원을 지도부에 2위로 진입시켰을 뿐 아니라 '캐스팅보터'로서 힘을 톡톡히 과시한 박근혜 전 대표의 활동 공간은 넓어졌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번 전당대회로 신주류는 박근혜 전 대표의 도움 없이 당을 끌어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무난한 관계 회복에 이어, 박 전 대표는 점차 당의 '실세'로 자리를 잡아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런 박 전 대표의 행보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당 지지율이 급격하게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선장' 이미지가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장파 한 핵심 의원은 최근 "한나라당이 가라앉으면 박근혜 전 대표도 위험하다. 가라앉는 배 돗대 꼭대기에 올라가본들 가라앉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박 전 대표와 당 지도부를 장악한 '신주류'가 확실한 국정 기조 변화, 인적 쇄신을 담보해낼지 여부가 관건이다. 유승민 의원이 주장해온대로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 박 전 대표를 위해 '정치적 용퇴' 절차를 밟아갈 경우 한나라당은 지난 4년간 선거 패배를 뒤로 하고 전열을 재정비할 수도 있다.

박근혜는 '좌충우돌' 홍준표를 '콘트롤' 할 수 있을까?

지도부 교체라는 '작은' 변화를 토대로 박근혜 전 대표와 신주류가 이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설 수 있을까? 앞서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도가 현저히 낮았다는 점은, 바꿔 말하면 "얼굴은 바꿨지만 쇄신은 담보해내지 못했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홍 신임대표가 "대야 공세에 강하다"는 것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운데 대해서도 "한나라당에 중요한 것은 '야당과 투쟁'이 아니라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평들이 많다.

현재 홍 신임대표는 '온건한 개혁'을 표방하고 있다. 신임 지도부의 구성을 보면 원희룡-나경원 최고위원의 경우 'MB노믹스'의 성공적 계승을 목표로 한다면 유승민-남경필 최고위원은 'MB노믹스의 수정' 내지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홍 신임대표의 '온건한 개혁' 성향이 이들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홍 신임대표의 정책기조가 소장파와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홍 신임대표는 법인세 감세 유지, 무상급식 주민투표 등에 찬성 입장을 내걸고 선출됐다. 구주류와 생각이 갖고, 유승민-남경필 최고위원과 생각이 다르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최근 '법인세 감세 철회'로 귀결된 당내 여론을 따르기로 한 것,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서울시당 차원에서 관심을 갖도록 하라"고 중앙당과 선을 그은 것 등에 비춰보면, 홍준표-황우여 '투톱'의 의견은 사안마다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 총선 공천도 문제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홍준표 신임 대표를 얼마나 믿을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과거 박 전 대표의 '탈당'을 거론한 전적에 대해 불쾌해하는 의원들도 많다. 친이계에서는 "홍 신임대표는 어디로 튈 줄 몰라 불안하다"는 얘기들을 한다. 특히 '박근혜의 보완재'를 자처한 그가 유승민 최고위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친이계의 의구심은 더 클수 밖에 없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이번 결과에 대해 "홍준표 신임대표가 선출됨으로써 세대교체 얘기는 들어갈 것 같다. 게다가 친이-친박계 모두 홍준표 신임 대표의 '예측불가능성'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두 가지 맹점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원들이 홍 신임대표를 선택했다는 것은, 한나라당 내에서 '세대교체', '인적쇄신'에 대해 두려워하는 기득권 세력이 아직 더 많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안정적 개혁'을 택했지만 아직 대중이 요구하는 '변화' 내지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를 잘 콘트롤하지 못한다면, '온건한 개혁'과 함께 '온건하게' 가라앉게 될 수도 있다.
홍준표는 누구?

이른바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한 홍준표 신임대표는 자신의 책 <변방>에서도 말했든 '만년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해 선배 검사들을 줄줄이 옷 벗긴 그는 지난 1996년 15대 총선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정계에 입문해 내리 4선을 했다. 당시 95년 지방선거 참패를 겪었던 YS의 '개혁 공천'으로 입성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홍 신임대표였다.

짧은 여당 생활 후 들어선 긴 야당 시절 동안 그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과 함께 'DJ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2007년에는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해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날카로운 질문을 날렸지만, 이 대통령이 후보에 선출되자 'BBK 소방수'를 자처했다.

홍 신임대표는 고려대 선배인 이 대통령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1999년 선거법 위반으로 정치 인생의 고비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 건너갔을 때 워싱턴에서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홍 신임대표는 사석에서 이 대통령을 '형님'으로 부를 정도다.

18대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의 첫 원내대표를 맡아 민주당이 'MB악법'으로 낙인 찍은 법안들을 줄줄이 처리했고, 4대강 사업 관련 법안, 예산 등도 처리하는 등 MB정부의 정책을 탄탄하게 뒷받침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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