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규용 후보자, '유령'이 신청한 서류로 양도세 감면 신청?

[청문회] '농지원부 미스터리', 해명할수록 의혹 눈덩이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장관 후보자가 농지법 위반 여부와 관련해 말을 더할 수록 미스테리가 커지고 있다.

서 후보자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본인이 신청해야 작성되는 농지원부(농사를 직접 지은 경우에 한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등본)에 대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작성이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농지원부가 작성될 당시인 2006년 2월 13일에 "놀고 있었다(직업이 없었다)"고 했다가 후에 "(한나라당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 떨어지고 농사를 짓고 있었다"고 말을 바꾸는 등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서 후보자가 농지원부 신청을 안 했다고 해서 더 의아하다. 농지원부 신청도 안 했는데 어떻게 작성되느냐"고 질문했는데 서 후보자는 "제가 신청을 안 했습니다. 안한 것을 어떻게 했다고 하느냐"고 거듭 주장했다. 이후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이 똑같이 질문했지만 서 후보자는 "저도 모르겠어요. 신청도 안하고 주민등록만 옮겼데 저는 (농지원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고 답했다.

이후 서 후보자의 발언은 계속 꼬여만 갔다. 다음은 강석호 의원과 서 후보자의 일문일답이다.

강석호 : 농지원부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1년간 농사를 지어야 한다.
서규용 : 저는 그 규정을 모르고 있다. 1년을 지어야 하는지...
강석호 : (농지원부 작성) 사전에 1년간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규정 모르느냐?
서규용 : 모르고 있다.
강석호 : 농지원부 작성하면 당해년도부터 3년간 실제 농사를 짓는지 자치단체에서 확인한다. 내용을 모르나?
서규용 : 예.
강석호 : 농지원부를 작성하면 경작지 시군구에서 농사를 짓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런 절차 모두 거쳤나?
서규용 : 시군구에서 해서 농지원부가 다시 (갱신이) 했(됐)는지 모르지만 나중에 제가 농지원부 보니까, 여러군데에서 (농지원부 내용이)앞뒤가 안 맞더라. (제가) 시군에서 확인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앞뒤가 안맞느냐...(고 생각했다). 제가 신청했는데 틀릴 수가 있느냐.
강석호 : 농사를 짓지도 않고 농지원부가 나온 것인가?
서규용 : 저도 모르겠어요. 신청도 안하고 주민등록만 옮겼지, 저는 (농지원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

서 후보자의 발언은 김우남 의원이 "해당 면사무소에 농지원부 작성시 신청하지 않고 직권조사를 통해 발급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사례가 없다'고 하더라"고 추궁한 뒤 나온 해명이다. 즉,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 서 후보자가 "농지원부는 직권으로 작성돼 등록될 수 있다"고 한 발언에서 "신청 안했고, 있는지도 몰랐다"는 답변으로 후퇴한 것이다.

서 후보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첫째, 김우남 의원 등에 따르면 2006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작성된 농지원부를 통해 2008년 청주 농협 조합원에 가입을 했고, 2008년 2월 자신의 농지를 담보로 총 10억 4000만 원의 근저당 설정을 했을 때 0.2% 등록세 면제 혜택을 받았다. 서 후보자의 쌀 직불금 수령은 본인이 직접 직불금을 신청하면서 농지원부를 근거 자료로 삼지는 않았지만, 농지원부는 쌀직불금 수령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문서이기도 하다.

둘째, 민주당 김영록 의원은 "서 후보자는 땅 일부를 매각하면서 양도소득세 2398만 원 감면 신청을 하는데 농지원부 서류를 국세청에 제출했다. 국세청에서는 '농지원부가 있으니 감면해줘야 한다'는 분위기다. 잘못된 농지원부로 양도세 감면을 받으려 하는 것은 문제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결국 "매각시 총 2억 6000만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양도세 감면을 위해 8년간 자경을 한 것처럼 농지원부를 꾸미고, 쌀직불금을 직접 신청해 받은 것 아니냐(민주당 이윤석 의원)"는 주장까지 나왔다. 서 후보자는 이에 대해 "농지원부가 있는지 몰랐다"는 답변으로만 일관했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서 후보자는 "주말에 직접 써레질도 하고 형님을 도와 농사일"을 하는 '자경농'이었는데, 2006년 농지원부가 만들어졌는지도 몰랐다. 이후 땅 일부를 매각하면서 양도세 감면신청을 하며 "만들어졌는지도 모르는" 농지원부를 국세청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셋째, 농업정책을 총괄하는 농식품부 장관이 될 공직 후보자가, 농지원부 발급 규정 등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게 된다. 매년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의 세금 감면이 이뤄지는 중요한 정책인데도 그렇다.

서 후보자가 답변할 수록 '위증', '거짓말'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그렇다면 공문서 위조가 이뤄졌다는 말인가"라며 "농지원부는 본인이 신청해야 하는 것이고 위증을 하고 있는 후보자를 낙마시켜야 한다는 농민들의 전화가 빗발친다는 메모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쌀 직불금 수령도 문제다. 서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일관되게 "합법적으로 이뤄졌지만,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답했다. 자경을 하지 않고 쌀 직불금을 수령해 물의를 일으켰던 이봉화 전 보건복지부 차관은 2008년 10월 6일 국정감사에서 "편법·탈법은 없었지만,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서 후보자와 똑같이 해명했지만, 그는 차관 임명 7개월 만에 결국 낙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