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 김어준, 김용민 씨가 공동으로 사회를 본 이날 '사색(四色)토크-2012, 놀러와'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열렸다. 야권 차기 주자군으로 꼽히는 네 명은 각각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상하며 다소 짓궂은 질문에도 거침없는 답변들을 쏟아냈다.
특히 '노무현의 왼팔'로 불렸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차기 대권 후보 중 하나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손 대표 지지 의사를 표현한 것과 대비된다.
▲ ⓒ노무현재단 |
'좌희정' 안희정 "노무현 위해 감옥…참여정부 때 권력 누린 사람 없어"
안 지사는 "한 강연에서 어떤 학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시골 가서 사는 게 참 좋았다'고 했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어떤 권력자가 아니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온 것. 권력은 시민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인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노 전 대통령을 회상했다.
안 지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정치자금 문제로 감옥에 갔던 얘기를 하며 "감옥 가는 것도 그 분 위해서 가는 것이었다"며 "참여정부 때 권력을 누린 분이 없었다. 노무현 옆에 선다는 것은 광화문에 있는 (광화문의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건물을 가리키며) 저 신문사 옥상에 있는 저격수에게 총을 맞는 일이다. (참여정부 초반) 대통령 옆에서 일찌감찌 (총) 맞아서 부상 병동(감옥)에 있었던 저는 편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고백했다.
"이명박 정부에게 배운 교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안 지사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실체를 이명박 대통령을 통해 규명할 수 있었다. 성장, 경제는 보수주의자들이 잘한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리더십은 박정희 리더십이라는 것, 한방에 날려버린 게 이명박 정부"라고 말해 토크쇼를 지켜보던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안 지사는 "2012년 대선이 끝난 후 자신에게 보낼 영상편지를 녹음하라"는 주문에 "희정아 고생했지. 이제 한나라당 정부가 도지사 손목 비틀면서 되지도 않는 사업 한다고 하는 그 꼴 안 봐도 되는 거 아녀. 2년간 고생했다. 앞으로 (행정수도가 될) 세종시에 신나게 다녀야겠다. 끝"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김어준 씨의 돌발 질문에 안 지사는 "전당대회를 통해 뽑힌 당대표다. 당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 또 한나라당 반대 진영에서 야권 대표로 야권을 위해 싸운 것 고맙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역사의 족보와 줄기는 정통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김대중, 노무현을 배출한 대한민국 민주당 역사에서 절대로 그 장자와 상주 입장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당 대표 활동은 당원으로서 그 분을 돕는다. 그러나 (민주당의) 정통성과 미래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안 지사는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 1위로 가수 장윤정 씨를 꼽았다. 그는 "감옥에 있을 때 주말에 운동도 못 나가고 갖혀 있을 때 TV를 통해 장윤정 씨를 봤는데, 노래를 너무 잘 부르더라. 장윤정 씨에게 (그 때부터) 흠뻑 빠졌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리틀 노무현' 김두관 "아무나 대통령 되던데 나도…"
김어준 씨로부터 "썰렁하다"는 지적과 함께 '정계의 드라이아이스'라는 별명을 얻은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한 가치가 너무 커서 그런 별칭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한 지역주의 극복과 관련해 작년에 제가 큰 둑에 파열구 하나를 냈다. 자치분권, 균형발전 제가 승리해서 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지켜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 노 전 대통령이 추구한 사람사는 세상 만드는데 경남에서 야4당 시민사회와 함께 해서 (사람사는 세상) 앞당기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특기가 씨름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 "원래 씨름 기술 중에 배지기를 잘하는데 작년(6.2지방선거)에는 뒤집기를 썼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야권의 차기 주자감으로 꼽히는 김 지사는 대선 출마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김 지사는 "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나왔느냐"는 질문에 "당선될라고요"라고 솔직하게 답변하며 "앞으로 도지사 마치고 (민주당에) 입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에 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 아무나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겨냥해 그 자리에 모인 시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다.
"재미있는 얘기를 해달라"는 주문에 김 지사는 "제가 도청에 행사 나갈때마다 찍는 사진사가 있는데, 제가 워낙 홍금보같이 생겨서 사진찍을 때마다 '배용준 같이 찍어달라'고 주문한다"고 말하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아, 너무 추워요"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최문순 "노무현은 원칙 지켜"…이정희 "야권 하나되는 기반 마련"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남자 노무현'에 대해 "자기가 지켜야 할 원칙은 단 한치도 어긋나지 않고 지켰다"고 평했다. 최 지사는 "내가 MBC 사장을 지낼 때 보통 대통령이 사장과 만나기도 하고 통화도 하고 그러는데, 노 전 대통령은 단 한번도 저랑 통화를 안하더라"고 말했다. "인간적으로 최 지사가 싫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김어준 씨의 질문에 최 지사는 "아, 여태 누가 그 얘기를 해 준 적이 없어 뒤늦게 알았다"고 답변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 지사는 "동계올림픽 유치 안 된다면 본인 책임은 몇 %냐"는 질문에 "100%다. 현직은 전임자 잘못도 자기 책임이다. 누구처럼 자꾸 전임 대통령 욕하면 안 되는 거다. 현직은 무한책임이다"라고 말해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최 지사는 "MBC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주문에 "언론 자유는 다른 자유와 달리 언론인 자신들에게 최종적으로 책임이 귀결되는 사안이다. 언론 자유를 최종적으로 지켜야 하는 사람은 언론인 자신이다. 좌절하지 말고 대차게 싸워달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준 교훈"에 대해 최 지사는 "권불십년(권력은 10년을 못 간다)는 말이 있는데, 이 정권은 권불오년이다. 얼마 안남았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이 끝난 후 자신에게 영상편지를 보내달라"는 주문에 최 지사는 "잘했다. 최문순, 정권 바꿨다. 술 한잔 먹고 푹 쉬자"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은 변호사로서 노동자와 함께 하다가 구속된 선배님이고, 또 회색 법정을 뛰쳐나와 거리에서 시민들과 마지막까지 함께한 존경스러운 선배님"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떠나기 전에 이미 우리가 하나 돼 함께 전진할 수 있는 큰 기반을 마련해 줬다. 고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EU FTA 표결 당시를 회상하며 "한나라당은 민주주의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 그에 따른 결과를 내년 총선 때 시민들이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교훈"에 대해 "한순간 방심하면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방심하지 말자"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와 본인을 비교했을 때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이 뭐냐"는 질문에 "저는 두부집 딸이고 박근혜 전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다. 그게 내 가장 큰 장점이다. 나는 진보의 길을 간다"고 말해 좌중의 호응을 얻었다.
다음은 공통질문으로 나온 "2013년 3월 가장 먼저 구속될 사람이 누굴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네 명의 '4인4색' 답변이다.
안희정 : 아무도 구속 안됐으면 좋겠어요. 대답을 못 하겠어요. 질문이 너무 그렇다...
김두관 : 새 정부에서 알아서 해줄 겁니다.(웃음)
최문순 : 아시면서...(웃음)
이정희 : 여러분이 다 알지만 3월이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수사는 불구속이 원칙이죠. 형사소송법 원칙을 지키면서 하나 하나 살펴보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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