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를 충청권인 대전 대덕 특구로 사실상 결정하면서 영남, 호남 지역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입지 발표 직후인 오는 17일 대전을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져 "정치적 꼼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6일 대전 입지 발표…17일 MB 대전 방문?
지난 14일 일부 여권 관계자들을 통해 과학벨트 대전 대덕특구 입지설이 알려진 뒤 정부는 이를 적극 부인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16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총리실 측은 "해당 사업의 본래 취지와, 정부가 그동안 고심해 온 내용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당부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교육과학기술부는 16일 오전 9시 과학벨트 입지평가위원회를 통해 입지 선정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여권 관계자 등을 통해 알려진 데 따르면 핵심 시설인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은 대전에 배치되고, 기초과학연구원 일부를 과학벨트 후보지였던 호남 영남 등에 분산 배치하는 게 골자가 될 모양이다.
교육과학기술위 소속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정부가 현재 어떤 얘기도 해주지 않는데, 여권 관계자발(發)로 대전 입지가 기정사실이 된 것처럼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입지 선정 발표 후인 17일 대전 카이스트를 방문한다. 거기에서 이 대통령이 열열한 환영을 받는 모습이 연출되지 않겠느냐. 이는 분명한 정치적 꼼수"라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17일 카이스트 2025 비전 선포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전국이 '반발'하는 와중에 MB는 충청에 화해 시도?
이같은 상황과 관련해 경북-대구-울산 유치를 앞장서 주장해왔던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신공항 무산이후 지역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언론의 대전결정 보도는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지난 13일부터 과학벨트 입지 공정 선정을 주장하며 단식을 이어오고 있다.
강운태 광주시장, 민주당 김영진 의원 등 과학벨트 호남권 유치위원회도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과학벨트 입지 결정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학벨트 충청권 사수 충북지역 민ㆍ관ㆍ정 공동대책위원회'도 이날 "정부가 과학 벨트를 영ㆍ호남에 분산 배치하면 정치 벨트로 규정하고 불복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소한 충북 오송ㆍ오창 지역에 과학벨트 관련 기초과학연구원등이 와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자유선진당은 "당연히 와야 할 것이 오는 것"이라면서도 "아직 최종 결과가 발표되지 않아 뭐라고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자유선진당 변웅전 신임 대표를 예방하면서 과학벨트 대전 입지설을 언급했다는 보도도 나왔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일각에서는 "과학벨트 충청 유치에 대표직을 걸겠다"고 지난달 7일 밝혔던 이회창 전 대표가 과학벨트 유치 결정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돌연 사퇴한 것을 두고 '정치적 꼼수'라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선진당과 미리 짠 것 아니냐는 것. 최근 '보수대연합'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선진당의 합당론이 솔솔 나오는 것, 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대전 방문 등도 이같은 맥락 안에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원래 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상황에서 미적대다 충청권 민심을 다 잃어버렸는데, 지금 와서 그런다고 무슨 정치적 효과가 있겠느냐"는 얘기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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